사람의 피를 빤 직후의 아노펠레스모기. 위키미디어코먼스
열대지역 풍토병 가운데 하나인 말라리아는 암컷 아노펠레스모기를 통해서 전염되는 질병이다. 모기가 옮기는 질병 가운데 가장 무서운 축에 속한다.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원충은 단세포 기생충의 일종으로 숙주의 혈액세포를 파괴함으로써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2021년 한 해에만 전 세계적으로 2억4700만명이 말라리아에 감염됐다. 이 가운데 약 62만명이 사망했다. 감염자와 사망자의 95%가 아프리카, 특히 사하라사막 이남 지역이다. 사망자의 80%는 5살 미만 어린이였다.
더 큰 문제는 지구 온난화로 말라리아모기의 서식지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 조지타운대 연구진이 지난 120년(1898~2016)에 걸친 50만4313건의 말라리아 발생 데이터를 토대로 아프리카지역 모기의 서식지 변화를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바이올로지컬 레터스’(Biology Letters)에 발표했다.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에 전 세계 평균 기온은 약 1.2도 상승했다. 말라리아모기에겐 영역을 확장하는 기회의 시기였다.
2021년 말 현재 말라리아 감염 위험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 세계보건기구
조사 결과 아프리카의 아노펠레스모기 22종의 서식지는 매년 평균 4.7km씩 남쪽으로 확장해간 것으로 나타났다. 서식지의 해발 고도도 매년 6.5미터씩 상승했다.
이는 영국 요크대 연구진이 2011년 발표한 논문에서 전 세계 육지 생물이 1년에 1.7km씩 고위도지역으로 이동하고 해발고도도 매년 1.1m씩 오르고 있다고 밝힌 것보다 더 빠른 속도다. 당시 연구진은 이전보다 2~3배 속도가 빨라졌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연구진 추정대로라면 아프리카 모기의 서식지 확장 속도는 전 세계 육상생물 평균치의 2.8배나 된다.
연구진의 추정치를 대입하면 아노펠레스모기는 20세기 초보다 남극점에서 500km 더 가까운 곳, 해발 700미터 더 높은 곳까지 진출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실 모기는 날아다니기 때문에 하룻밤에도 바람을 타고 수백km를 이동할 수 있다. 물론 갈 수 있다고 해서 모두 현지에 적응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온도와 습도 등 해당 지역의 기후가 모기에 맞아야 생존할 수 있다.
기후 변화는 또 모기의 서식지뿐 아니라 모기의 출현 기간도 늘린다.
2021년 영국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연구진은 ‘랜싯’에 발표한 논문에서 아프리카 열대 고지대와 동지중해, 아메리대륙의 경우 말라리아 발생기간이 20세기 후반(1970~1999)에 비해 1.6개월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또 뎅기열 발생기간은 서태평양 저지대와 동지중해에서 4개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98/rsbl.2022.0365
Rapid range shifts in African Anopheles mosquitoes over the last century
Biological letters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