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에 우유를 넣으면 커피 속 항산화물질의 항염 효과가 2배나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커피에는 많은 식물성 식품에서 발견할 수 있는 항산화 물질 폴리페놀이 함유돼 있다.
항산화물질은 염증을 유발하는 활성산소를 제거해줌으로써 장기 손상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활성산소란 산소에 전자가 더 추가된 상태로, 세포 내 공장인 미토콘드리아에서 산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종의 찌꺼기다. 적당하게 있으면 세포의 생명활동을 돕지만 지나치면 세포를 죽이는 독성을 가져 암, 고혈압 등 각종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로 작용한다. 커피가 건강에 좋다는 말은 대개 이 폴리페놀의 활성산소 억제 효과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이전 연구들에 따르면 폴리페놀은 고기나 우유, 맥주에 있는 단백질과 잘 결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 폴리페놀이 우리가 섭취하는 다른 식품 속의 물질과 구체적으로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에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진이 커피 애호가들의 주요 음용법인 ‘우유에 타서 마시는 경우’를 상정한 폴리페놀과 단백질의 결합 효과를 실험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농업 및 식품화학 저널’(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od Chemistry)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커피에 함유된 두 종의 폴리페놀(카페산, 클로로겐산)과 우유 단백질의 핵심 아미노산인 시스테인을 실험 대상으로 골랐다.
연구진은 커피에 함유된 카페산과 클로로겐산, 우유 단백질의 시스테인 아미노산을 실험 대상으로 골랐다.
고기-채소 등 다른 식품 조합도 가능할 듯
연구진은 우선 실험실에서 면역 세포에 인공적으로 염증을 일으킨 뒤, 한쪽 면역세포엔 우유 단백질 구성 단위인 아미노산과 폴리페놀을 섞은 혼합물을 투여하고, 다른쪽 면역세포엔 같은 용량의 폴리페놀만 투여했다.
그 결과 아미노산-폴리페놀 혼합물을 투여한 세포가 폴리페놀만 받은 세포보다 염증과 싸우는 데 2배 더 효과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식품화학’에 발표한 또 다른 연구에서 실제 우유가 함유된 커피 음료를 분석한 결과, 폴리페놀-단백질 분자의 공유결합이 일어난 걸 확인했다.
폴리페놀은 커피 외에도 딸기, 사과 같은 과일과 채소, 녹차, 맥주, 적포도주, 견과류 등에도 들어 있다. 연구를 이끈 마리안 룬드 교수(식품과학)는 “두 물질은 매우 빨리 결합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연구한 모든 식품에서 결합을 피하지 못했다”며 “이런 유익한 폴리페놀-단백질 결합은 ‘커피-우유’뿐 아니라 ‘고기-채소’ ‘우유-과일 스무디’ 같은 다른 식품 조합에서도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연구진이 현재 확인한 항염증 배가 효과는 어디까지나 실험실의 세포에서만이었다. 연구진은 다음에는 동물을 대상으로 실제 이런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는 알아볼 계획이다.
룬드 교수는 “인체의 폴리페놀 흡수율이 높지는 않기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이 단백질 구조에 폴리페놀을 결합해 체내 흡수율을 높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며 “이렇게 하면 폴리페놀의 항염증 효과도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21/acs.jafc.2c06658
Phenolic Acid–Amino Acid Adducts Exert Distinct Immunomodulatory Effects in Macrophages Compared to Parent Phenolic Acids
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od Chemistry
https://doi.org/10.1016/j.foodchem.2022.134406
Covalent bonding between polyphenols and proteins: Synthesis of caffeic acid-cysteine and chlorogenic acid-cysteine adducts and their quantification in dairy beverages
Food Chemistry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