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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관측’ 오리온성운, 제임스웹이 그 속까지 들여다봤다

등록 2022-09-15 10:03수정 2022-09-16 14:29

1350광년 거리에 있는 별들의 요람
가스·먼지에 가려진 별들 모습 생생
45억년 전 태양계 형성 환경과 비슷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근적외선카메라(NIRCam)로 본 오리온 성운의 내부. 이온 가스, 분자 가스, 탄화수소, 먼지, 산란하는 별빛을 감지하는 여러 필터의 이미지를 합성한 것이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근적외선카메라(NIRCam)로 본 오리온 성운의 내부. 이온 가스, 분자 가스, 탄화수소, 먼지, 산란하는 별빛을 감지하는 여러 필터의 이미지를 합성한 것이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겨울철 남서쪽 하늘에서 볼 수 있는 오리온자리는 국제천문연맹이 인정한 88개 별자리 중 대표적인 별자리 가운데 하나다. 대부분의 별자리가 그렇듯 오리온자리도 신화에서 비롯된 이야기를 갖고 있다.

오리온은 그리스신화 속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이다. 뛰어난 사냥꾼인 그는 달과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와 사랑에 빠졌다가 아르테미스의 오빠 아폴론의 계략으로 죽음을 맞고 말았다. 슬픔에 빠진 아르테미스를 위로하기 위해 제우스가 하늘에 만들어준 것이 바로 오리온 별자리라는 이야기다.

오리온자리 중심부에는 크기가 24광년(1광년=9조4500억km)이나 되는 거대한 오리온성운(M42)이 있다. 오리온의 허리띠에 해당하는 3개의 별 바로 아래쪽에 있는 또 다른 3개 별 중 가운데에 있는 별이다. 오리온이 허리띠 아래쪽으로 늘어뜨린 검의 자리에 해당한다.

지구에서 1350광년 떨어진 오리온성운은 맨눈으로도 관측할 수 있는 크고 밝은 발광성운이다. 발광성운이란 주변에 있는 별에서 발산되는 에너지를 받아 스스로 빛을 내는 성운을 말한다. 질량이 태양의 약 2000배인 오리온성운에선 수백개의 아기별들이 태어나고 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강력한 카메라 성능으로 이 성운을 처음으로 상세하게 촬영해 공개했다.

허블우주망원경이 본 오리온성운(왼쪽)과 제임스웹이 본 오리온성운(오른쪽). 제임스웹이 성운 안쪽의 별까지 잘 드러내 보여준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허블우주망원경이 본 오리온성운(왼쪽)과 제임스웹이 본 오리온성운(오른쪽). 제임스웹이 성운 안쪽의 별까지 잘 드러내 보여준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1610년 첫 발견 이후 단골 관측 대상

오리온성운은 워낙 유명한 별자리에 있어 1610년 처음 발견된 이후 수백년에 걸쳐 허블우주망원경을 비롯한 천체망원경의 단골 관측 대상이었다.

그러나 가스와 먼지로 둘러싸여 그 속을 세세히 들여다 보지는 못했다. 제임스웹이 이번에 적외선의 투과력을 십분 활용해 성운 중심부의 안쪽을 깊숙히 들여다봤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과 우주천체물리학연구소를 중심으로 18개국 100여명의 연구원이 참여한 국제연구진이 새로 탄생하는 아기별들이 주변 가스와 먼지를 어떻게 가열시키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신청한 제임스웹 관측 프로그램의 하나로 촬영했다.

오리온성운의 부분별 확대 사진. 위쪽 위는 아기별 품은 구상체, 오른쪽 위는 원시행성 원반, 오른쪽 아래는 오리온막대를 구성하는 탄화수소와 수소 분자 구름의 필라멘트, 왼쪽 아래는 오리온성운에서 가장 밝은 별.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오리온성운의 부분별 확대 사진. 위쪽 위는 아기별 품은 구상체, 오른쪽 위는 원시행성 원반, 오른쪽 아래는 오리온막대를 구성하는 탄화수소와 수소 분자 구름의 필라멘트, 왼쪽 아래는 오리온성운에서 가장 밝은 별.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원시행성계 원반 180개의 미래는?

제임스웹의 근적외선카메로 촬영한 이 사진은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까지 대각선으로 이어지는 성운의 오리온막대에 초점을 맞췄다.

사진 오른쪽 위에서부터 강렬한 자외선 빛이 오리온막대를 향해 대각선으로 내려꽂히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오리온 사냥꾼이 찬 검의 세 별 중 가운데 별에 해당하는 사다리꼴성단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다. 사다리꼴성단은 4개의 아기별이 몰려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이 사진에선 오른쪽 상단 바깥쪽에 있어 보이지 않는다. 이 별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항성풍과 복사 에너지는 오리온막대를 휘저으면서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별의 탄생을 방해하기도 한다.

연구진의 일원인 미시간대 대학원생 펠리페 알라콘은 보도자료에서 “오리온막대는 별들이 지속적으로 주변 물질에 빛을 비추면서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이 시작되는 원조 영역”이라며 “이 사진이 본보기 사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에서는 또 아기별과 행성계가 만들어지고 있는 과정의 단면도 들여다볼 수 있다. 안쪽에 아기별을 품고 있는 먼지구름 구상체(위 사진 왼쪽 위 네모상자), 고치 같은 가스구름 안의 어린 별과 원시행성계 원반(위 사진 오른쪽 위 네모상자)이 보인다. 아기별 주위를 회전하는 이온 가스들로 이뤄진 원시행성계 원반은 사다리꼴성단의 복사 에너지에 의한 광증발로 인해 밝게 빛난다. 오리온성운에는 이런 원시행성계 원반이 180여개 있다. 원시행성계 원반은 나중에 새로운 행성 또는 행성계를 형성할 수 있다.

오리온자리의 형상(왼쪽)과 오리온자리 별들의 실제 지구와의 거리(오른쪽). 맨오른쪽 1350광년 거리에 있는 M42가 오리온성운이다. 위키피디아/ALL ABOUT SPACE MAGAZINE
오리온자리의 형상(왼쪽)과 오리온자리 별들의 실제 지구와의 거리(오른쪽). 맨오른쪽 1350광년 거리에 있는 M42가 오리온성운이다. 위키피디아/ALL ABOUT SPACE MAGAZINE

사진 중앙 아래쪽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천체는 ‘세타투 오리오니스 에이’(θ2 Orionis A)라는 이름의 삼중성계 별이다. 이름 그대로 3개 별로 이뤄져 있다. 오리온성운에서 가장 밝은 별이지만 빛공해가 없어야 맨눈으로 관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론 태양보다 10만배 이상 밝은 별이다.

대각선으로 뻗은 오리온막대에 있는 실 모양의 필라멘트 구조(위 사진 오른쪽 아래 네모상자)도 새로운 별의 탄생 영역이다. 프랑스 우주천체물리학연구소의 올리비에 베르네 연구원은 “이미 항성계들이 형성되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고 설명했다.

스피처우주망원경으로 본 오리온성운(왼쪽)과 제임스웹이 본 오리온성운(오른쪽). 탄화수소 감지 필터로 촬영했으며, 검은 점은 별빛이 감지기에 과도하게 포착되면서 생긴 것이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스피처우주망원경으로 본 오리온성운(왼쪽)과 제임스웹이 본 오리온성운(오른쪽). 탄화수소 감지 필터로 촬영했으며, 검은 점은 별빛이 감지기에 과도하게 포착되면서 생긴 것이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태양계 형성의 실마리를 찾아서

과학자들이 오리온성운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45억년 전 태양계 형성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다.

과학자들은 태양계가 오리온 성운과 비슷한 환경에서 탄생한 것으로 본다. 따라서 오리온성운에 대한 연구는 태양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그리고 우주먼지들은 어떻게 태양계 행성들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우주천체물리학연구소의 에밀라 하바트 교수(천문학)는 “우리는 그동안 이런 환경에서 성간 물질이 어떻게 구조화하는지, 그리고 이 가혹한 환경에서 행성계가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파악할 수 없었다”며 “이 사진은 그 흔적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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