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표면 전체가 바다로 뒤덮여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외계행성 TOI-1452b 상상도. 몬트리올대 제공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시급히 탐색해서 확인해 봐야 할 외계행성이 발견됐다. 지금까지의 관측을 토대로 한 과학자들의 추정에 따르면 이 행성은 전체가 물로 뒤덮인 ‘바다 행성’일지도 모른다.
캐나다 몬트리올대 외계행성연구소(iREx)가 중심이 된 국제연구진은 지구에서 약 100광년 떨어진 용자리의 쌍성계 별 중 큰별인 TOI-1452를 공전하는 외계행성을 관찰한 결과, 표면 전체가 두터운 바다로 뒤덮여 있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국제학술지 ‘천문학 저널’(The Astronomical Journal)에 발표했다.
‘TOI-1452b’라는 이름의 이 행성은 지구보다 크기와 질량이 조금 더 큰 슈퍼지구로, 너무 뜨겁지도 춥지도 않은 이른바 ‘골디락스 영역’에 있다.
연구를 이끈 르네 도용 교수는 “우리 연구실에서 설계한 스피루(SPIRou)라는 이름의 특수 분광편광계와 자체 개발한 분석 방법 덕분에 이 독특한 외계행성을 탐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2019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외계행성 탐색 우주망원경 ‘테스'(TESS)가 찾아낸 별 TOI-1452의 밝기가 11일 주기로 약간 어두워지는 데 주목했다. 이는 이 별을 도는 외계행성이 있다는 걸 뜻하기 때문이다. 행성이 별 앞을 통과할 때 별빛이 약해진다.
연구진은 퀘벡 인근의 몽메간틱천문대(OMM) 망원경에 설치된 외계행성 전용 관측 카메라 ‘페스토'(PESTO)를 이용해 추적 관찰을 시작했다. TOI-1452는 태양보다 훨씬 작은 적색왜성으로 비슷한 크기의 다른 별과 짝을 이뤄 서로를 돌고 있는 쌍성계 별이다. 두 별 사이의 거리는 태양∼명왕성의 2.5배이지만 테스 망원경에서는 두 별이 하나로 보였다.
연구진은 페스토 카메라의 높은 해상도 덕분에 이 별이 하나가 아니라 두 별로 이뤄져 있으며, 행성은 두 별 가운데 TOI-1452를 돌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외계행성 TOI-1452b는 별을 11일 주기로 돈다. 몬트리올대 제공
이 별이 바다행성이라는 추정은 어떻게 나왔을까?
과학자들은 궤도를 도는 행성의 중력 영향으로 별빛이 얼마나 흔들리는지를 보고 행성의 질량을 추정한다. 또 별 앞을 지나갈 때 빛을 얼마나 차단하는지를 보고 행성의 크기를 추정한다. 앞의 것을 시선속도(radial velocity), 뒤의 것을 광도곡선(light curve)라고 한다.
연구진이 50시간 이상 관측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토대로 계산한 이 외계행성의 크기(지름)는 지구의 1.7배, 질량은 4.8배다. 연구진을 흥분시킨 게 바로 이 수치였다.
천체의 크기와 질량을 알면 밀도를 유추할 수 있다. 두 수치를 토대로 추정한 이 외계행성의 밀도는 1㎤당 5.6g이었다. 지구(5.5g)와 비슷한 수준이다. 질량이 5배 큰 천체의 밀도가 지구와 비슷하다는 건 이 천체가 더 가벼운 물질로 구성돼 있음을 뜻한다.
따라서 이 외계행성은 지구와 같은 암석행성이면서도 반경이나 질량, 밀도의 관계는 지구와 매우 다른 특성의 천체라는 게 연구진의 판단이다.
지구는 어떤 특성의 천체일까? 표면의 70%가 바다인 물의 행성이다. 그러나 전체 질량에서 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이다. 겉은 젖어 있지만 속을 들춰보면 건조한 천체다.
물이 더 많은 천체라면 밀도가 지구보다 더 낮을 것이다. 연구진은 이 외계행성의 질량과 밀도를 비교해볼 때 물이 전체 질량의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목성 위성 가니메데와 칼리스트, 토성 위성 타이탄과 엔셀라두스 등이 비슷한 비율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논문 제1저자인 샤를 카듀 박사과정생은 “TOI-1452b는 우리가 지금까지 발견한 최고의 바다행성 후보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바다행성의 특성을 갖추고 있는 몇 안되는 따뜻한 행성 중 하나이며 대기를 연구하고 가설을 검증할 수 있을 만큼 지구와 가까이 있다는 점에서다. 게다가 이 외계행성은 연중 언제나 관측할 수 있는 북극성 부근의 용자리 영역에 있다.
외계행성에서 가장 흔한 형태는 지구보다 큰 슈퍼지구형 암석행성(왼쪽)과 그보다 더 큰 해왕성형 얼음행성이다. 해왕성은 지구의 3.8배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연구진의 시선은 이제 초기 관측 활동 중인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을 향하고 있다. 이 바다행성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려면 허블의 100배에 이르는 제임스웹의 뛰어난 관측 능력이 필요하다.
제임스웹은 이전엔 보지 못했던 것도 찾을 수 있는 적외선의 광범위한 투과 능력으로 외계행성의 대기 구성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외계행성 관측은 제임스웹의 주요 임무이기도 하다.
외계생명체를 관측하는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는 외계 생명체 또는 거주 가능성이 있는 천체를 찾는 것이다. 제임스웹이 직접 생명체의 흔적을 찾지는 않는다. 그러나 가시광선에서 근적외선, 중적외선에 걸친 넓은 범위의 스펙트럼에서 다양한 화학물질을 식별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생명과 관련지을 수 있는 다양한 신호들을 찾아낼 수 있다. 그 첫번째는 우선 행성에 대기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행성이 대기가 거의 없는 암석천체일 수도 있고,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된 대기를 가진 암석행성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테스 우주망원경의 주요 임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제임스웹으로 대기를 살펴볼 만한 외계행성을 가려내는 것이다.
도용 교수는 보도자료를 통해 “가능한 한 빨리 이 이상하고 멋진 세계를 관측할 시간을 예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임스웹의 ‘근적외선 이미저 및 무슬릿 분광기'(NIRISS) 수석연구원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발견된 5000여개의 외계행성 중 35%는 해왕성(지구의 3.8배) 같은 얼음 행성, 31%는 지구보다 큰 암석행성일 가능성이 큰 슈퍼지구, 30%는 토성이나 목성 같은 거대한 가스 행성이며, 나머지 4%가 지구와 비슷하거나 조금 작은 암석 행성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