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술 전의 소이증 귀(왼쪽)와 이식하고 30일이 지난 뒤의 3D프린팅 귀(오른쪽). 아르투로 보니야 박사 제공/뉴욕타임스에서 인용
자신의 세포를 이용해 신체 일부를 재건하는 3D바이오프린팅 기술이 선을 보였다.
선천적으로 작은 귀를 갖고(소이증) 태어난 20살 여성이 미국 뉴욕의 재생의학기업 쓰리디바이오테라퓨틱스(3DBio Therapeutics)가 개발한 3D바이오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자신의 세포로 만든 귀를 이식받는 데 성공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바이오프린팅으로 만든 조직을 인체에 성공적으로 이식한 것은 이 기술의 의학적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며 조직공학 분야의 놀라운 발전이라고 평가했다.
‘오리노보’(AuriNovo)라는 이름의 이 시술은 지난 3월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선천성소이증연구소에서 진행했다. 이번 시술은 11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임상시험 가운데 첫 사례였다.
이 회사는 “이식된 오른쪽 귀는 3D 프린팅 방식으로 기존의 왼쪽 귀와 똑같은 모양으로 제작됐으며 새 귀에선 연골 조직이 계속 재생되면서 모양과 감촉이 더욱 자연스러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귀 재건술은 플라스틱이나 금속을 재료로 쓰거나 늑골의 연골 조직을 채취해 시술했으며 본인의 몸에서 채취한 살아 있는 세포를 이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사는 새로운 귀 이식에는 환자 세포 일부를 채취해 수십억개의 세포로 키우는 방법, 모든 재료를 무균 상태로 유지하는 콜라겐 기반의 바이오잉크 등 여러가지 특허 기술이 쓰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독점기술의 유출 문제를 이유로 구체적인 바이오프린팅과 시술 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당국이 시험 설계를 검토하고 엄격한 제조 기준을 설정했으며, 임상시험이 모두 마무리되면 관련 데이터를 학술지에 게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상시험은 지금도 진행 중에 있으며, 따라서 앞으로 이식이 실패하거나 예상치 못한 합병증 등의 사례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그러나 환자 자신의 세포를 사용하기 때문에 거부반응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고 회사 쪽은 말했다. 회사쪽이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한 임상시험 계획에 따르면 기본 임상시험은 2023년 2월까지 진행하며, 이후 5년간 추적조사를 거쳐 2028년 2월 연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회사 경영진은 이 기술을 이용해 앞으로 척추 디스크나 코, 무릎 반월판 등 다른 신체 부위도 만들 수 있으며 장기적으론 간이나 신장 췌장 같은 훨씬 더 복잡한 장기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카네기멜론대의 애덤 파인버그 교수(재료공학)는 ‘뉴욕타임스’에 “귀의 바깥부분(외이)은 기능성보다는 미용적 측면이 강하다”며 “간이나 신장, 심장, 폐와 같은 장기로 가는 길은 여전히 멀다”고 논평했다.
인체 세포를 이용해 3D바이오프린팅 기술로 만든 이식용 귀. 3디바이오테라퓨틱스 제공
귀 재건과 이식은 환자의 귀에서 연골 조직 0.5g을 채취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연구진은 그런 다음 이 조직에서 연골세포(chondrocytes)를 분리한 뒤 배양용기에 넣어 수십억개의 세포로 증식시켰다.
이어 이를 콜라겐 기반의 바이오잉크와 혼합한 뒤 특수제작된 3D바이오프린터에 주입했다. 마지막으로 프린터 노즐을 통해 혼합액을 가늘게 압출하면서 귀 모양을 만들어갔다. 실제 귀를 프린팅하는 과정은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귀는 생분해성 용기에 넣어 냉장 상태로 의료진에게 배송됐다. 의료진은 턱뼈 바로 위쪽 피부에 귀를 이식한 뒤 주변 피부를 당겨 귀를 완성했다.
시술을 시행한 아르투로 보니야 박사는 보도자료에서 “이 기술이 가슴연골을 채취하거나 다공성 폴리에틸렌(PPE) 임플란트를 사용해야 하는 현재의 귀 재건술을 대체하는 표준 치료법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치료법을 채택하면 가슴연골 채취보다 간편한 방법으로, 합성소재보다 유연한 귀를 재건할 수 있다.
메릴랜드의대 외과의사들이 사람에게 이식할 돼지 심장을 준비하고 있다. 메릴랜드의대 동영상 갈무리
이번 3D바이오프린팅 조직의 이식은 과학계와 의료계가 장기나 조직 이식 분야에서 일궈낸 몇가지 성공 사례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지난 1월 메릴랜드의대 의료진은
유전자변형 돼지의 심장을 57세 남성에게 이식했다. 이 심장은 2개월 간 정상 작동했다. 스위스 취리히대학병원 의료진은 최근 손상된 간을 외부 기계장치에서 3일 동안 회복시킨 뒤 다른 사람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한 사례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발표했다. 이 환자는 시술 후 1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의료진은 밝혔다.
올해 초 유전자변형 돼지의 심장을 제공했던 리비비코어의 모회사 유나이티드 테라퓨틱스(United Therapeutics)는 3D프린팅으로 이식용 폐를 만드는 기술을 실험하고 있다. 이스라엘테크니온공대 과학자들은 이식된 조직에 혈액을 공급하는 데 필요한 혈관을 3D바이오프린팅하는 데 성공한 사례를 지난해 9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에 발표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