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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최초의 돼지심장 이식 환자 사망에도 바이러스가 있었다

등록 2022-05-08 09:25수정 2022-05-08 10:54

면역거부 반응 없이 작동하다 두달 후 사망
이식한 심장에서 돼지거대세포바이러스 발견
돼지 장기 깊숙한 곳에 숨어 있어 발견 못해
메릴랜드의대 외과의사들이 사람에게 이식할 돼지 심장을 준비하고 있다. 메릴랜드의대 동영상 갈무리
메릴랜드의대 외과의사들이 사람에게 이식할 돼지 심장을 준비하고 있다. 메릴랜드의대 동영상 갈무리

결국 문제는 바이러스였다.

올해 초 세계 최초의 성공적인 돼지심장 이식으로 주목받았다가 두달 뒤 사망한 환자의 몸에서 돼지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전문가들은 이 바이러스가 사망의 원인일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1월7일 미국의 심장병 환자 데이비드 베넷(57)이 이식받은 돼지 심장은 처음엔 거부반응 없이 정상기능을 유지했다. 수술을 집도했던 메릴랜드의대 바틀리 그리피스 박사는 당시 “새 심장이 환상적으로 뛰었으며 록스타처럼 움직였다”고 말했다.

베넷은 그러나 약 40일 뒤부터 상황이 악화돼 결국 수술 두달 후인 3월8일 숨지고 말았다. 메릴랜드의대는 사망 당시 명확한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의 기술 전문 매체 ‘MIT 테크놀로지리뷰’는 숨진 베넷의 이식심장에서 돼지의 거대세포바이러스(porcine cytomegalovirus) 디엔에이(DNA)가 발견됐다고 최근 보도했다. 거대세포바이러스는 새끼 돼지와 임신한 암퇘지에서 흔히 발견되는 병원체로 헤르페스바이러스의 일종이다. 비염, 폐렴과 발열 및 생식기 장애 등을 일으킨다.

돼지심장을 이식받은 데이비드 베넷(오른쪽)과 수술을 집도한 바틀리 그리피스 박사(왼쪽). 메릴랜드의대 동영상 갈무리
돼지심장을 이식받은 데이비드 베넷(오른쪽)과 수술을 집도한 바틀리 그리피스 박사(왼쪽). 메릴랜드의대 동영상 갈무리

이종이식에 의한 바이러스 종간 전파 가능성은?

그리피스 박사는 지난달 20일 온라인상에서 열린 미국이식학회 웨비나에서 이런 사실을 공개했다. 그리피스는 “비로소 그의 사망 원인에 대해 알기 시작했다”며 “바이러스가 모든 것을 유발한 배우였거나 배우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이식에 쓰인 돼지는 멸균 시설에서 엄격하게 사육하기 때문에 바이러스의 존재는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이는 이번 실험 과정에서 어떤 실책이 있었다는 걸 시사한다. 그러나 돼지 심장을 제공한 생명공학기업 리비비코어는 언론의 논평 요청을 거절했다고 ‘테크놀로지리뷰’는 전했다. 리비비코어의 경쟁업체인 이제네시스의 마이크 커티스 대표는 “그 돼지엔 어떤 병원체도 없었어야 한다”며 “바이러스 감염이 실패의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메릴랜드의대에서 사용한 돼지 심장은 리비비코어가 개발한 유전자변형 돼지한테서 적출한 것이다. 리리비코어는 유전자 10개를 교정해 이종이식의 가장 큰 걸림돌인 면역 거부반응 문제를 해결했다. 면역 거부반응을 일으키거나 심장을 자라게 하는 유전자 등 돼지 유전자 4개는 제거하거나 비활성화하고, 돼지 심장이 인체에 잘 적응하도록 인간 유전자 6개를 추가했다.

일부에선 돼지 바이러스가 환자의 몸에 자리잡은 뒤 의사와 간호사를 거쳐 사람에게도 옮겨갈 경우 이종이식에 의한 바이러스 대유행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현재로선 베넷의 이식 심장에서 나온 바이러스가 사람 세포에 감염될 수 있을 것같지는 않다고 매사추세츠종합병원의 이식 감염 전문가 제이 피시먼은 말했다.

돼지심장 이식 수술 장면. 메릴랜드의대 제공
돼지심장 이식 수술 장면. 메릴랜드의대 제공

더욱 철저한 검사만이 문제 해결책

문제의 핵심은 바이러스가 장기를 손상시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다. 실제로 2020년 독일 연구진은 개코원숭이에게 이식한 돼지 심장의 사례를 연구한 결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2주, 그렇지 않으면 반년 이상 생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연구진은 개코원숭이의 돼지심장에서 매우 높은 바이러스 수치를 확인했다. 연구진은 “사람한테서도 같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연구를 주도했던 요아킴 데너 베를린자유대 교수(바이러스학)는 “더욱 정확한 검사만이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데너 교수에 따르면 메릴랜드의대 연구진은 돼지 주둥이에서만 바이러스 존재 여부를 검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조직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피스의 프리젠테이션에 따르면 수술 20일 후 실행한 혈액 검사에서 돼지 거대세포바이러스가 처음으로 검출됐다. 그러나 그 수치가 매우 낮아 오류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수술 전 검사에서 돼지에 병원체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혈액 검사 결과를 확인하는 데 약 10일이나 걸리는 점이었다. 이 기간 중 심장에서 바이러스가 증식하면 대책이 없었다. 결국 수술 43일차에 베넷이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나 때는 이미 늦고 말았다.

이번 사례가 이종이식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것만은 아니다. 문제의 원인을 알면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리피스 박사는 “감염이 원인이라면 앞으로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이종 장기이식의 성공을 위해서는 해묵은 과제였던 거부반응 외에도 바이러스 감염이라는 또 다른 과제가 있음을 새삼 일깨워줬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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