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로부터 150만km 떨어진 우주에서 관측 임무를 수행하게 될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나사 제공
올 여름 가동을 앞두고 있는 사상 최대의 천문 관측 프로젝트 ‘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절대온도 0도에 가까운 작동온도에 도달했다.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은 13일 “유럽우주국(ESA)과 함께 개발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중적외선기기(MIRI, 미리)가 지난 7일 작동온도인 영하 266도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266도는 물질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온도(절대온도 0도)인 영하 273도에서 불과 7도 높은 것이다.
미리는 제임스웹이 1월24일 지구로부터 150만km 떨어진 작동 궤도(제2라그랑주점)에 도착한 뒤 테니스장 크기 만한 햇빛가림막 아래서 계속 온도를 낮춰 영하 183도까지 다다랐다. 이후 별도의 극저온 냉각기로 83도를 더 낮췄다. 극저온 냉각기는 풍선 9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의 헬륨가스를 미리에 흘려주면서 기기에 남아 있는 미세한 열을 제거했다.
제임스웹의 극저온 냉각 장치. 에어컨 냉매로 온도를 낮추듯 헬륨 가스를 기기에 흘려보내 온도를 낮춘다. 오른쪽 아래가 중적외선기기 ‘미리’. 나사/유럽우주국 제공
나사는 “지난주에 온도 측정기가 영하 258도(절대온도 15도)에서 작동온도인 영하 267도(절대온도 6.4도)로 떨어지는 ‘핀치 포인트’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긴 적외선을 이용해 우주의 별들을 관측한다. 별에서 나오는 빛은 우주팽창과 함께 파장이 길어지면서 가시광선에서 적외선으로 바뀌어간다. 따라서 멀리 떨어져 있는 천체에서 방출한 미약한 자외선 열 에너지를 잡아내려면 기기 온도를 아주 낮게 유지해줘야 한다.
제임스웹에는 미리를 포함해 4개의 적외선 관측장비가 있다. 미리를 제외한 3개는 근적외선 기기다. 이 기기들은 자연 냉각을 통해 영하 230도대의 작동 온도를 구현할 수 있다. 그러나 파장이 근적외선(0.6~ 5미크론)보다 긴 중적외선(5~28미크론)을 감지하려면 냉각장치를 이용해 온도를 더 낮춰야 한다.
나사 제트추진연구소의 마이크 레슬러 박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미리에서 이 순간을 위해 지난 몇년간 영화대본 연습하듯 연습했다”며 “시험 테이터를 입력한 뒤 기기가 예상했던 대로 정확하게 작동하는 것을 본 순간 황홀했다”고 말했다.
제임스웹 운영팀은 앞으로 기기 작동과 기능을 확인하는 시험 관측 및 보정 작업을 한 뒤 6월 말부터 본격 관측에 들어갈 예정이다.
3월11일 주거울을 구성하는 16개의 거울 정렬을 모두 마치고 처음으로 찍은 사진. 나사 제공
제임스웹은 근적외선 및 중적외선 장비를 이용해 우주 형성 초기에 만들어진 별에서 날아온 희미한 빛을 감지해낸다. 나사는 제임스웹을 이용해 138억년 전 빅뱅이 일어나고 1억~2억년 후 생겨난 최초의 별들을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제임스웹의 기본 설계 수명은 5~10년이다. 하지만 발사 후 궤도 조정이 예상보다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연료 여유분이 생겼다. 이에 따라 적어도 10년 이상, 최대 20년까지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나사는 예상한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