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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돈 룩 업’ 혜성이 실제로 지구와 충돌한다면?

등록 2022-02-22 09:13수정 2022-03-02 11:26

[윤복원의 물리상식으로 푸는 요즘 세상]
혜성의 고향은 카이퍼대나 오르트구름
지구와 공전방향 반대일 때 충격 최대
히로시마 원폭의 최대 29억배 에너지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혜성. 넷플릭스 영화 ‘돈 룩 업’ 예고편의 한 장면.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혜성. 넷플릭스 영화 ‘돈 룩 업’ 예고편의 한 장면.
2021년 말에 개봉한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은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가상의 위기 상황을 그렸다. 과학자와 정치인 그리고 기업인이 이 위기 상황에 어떻게 접근하는지,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등을 그럴듯하게 풀어나갔다. 흥미로운 영화의 줄거리뿐만 아니라, 혜성이 지구에 충돌할 때 벌어지는 상황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도 관심거리다. 특히 혜성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지구와 부딪히는지, 그 파괴력은 어느 정도인지는 과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겐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를 따져보려면 기초적인 상대 속도의 개념을 이해하면 이를 따지는 데 도움이 된다.

자동차 충돌로 알아보는 상대 속도

자동차 충돌을 예로 들어보자. 시속 100km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가 있다. 그런데 뒤에서 다른 자동차 한 대가 시속 120km로 달려와 뒤에서 부딪힌다고 가정하자. (그림1 맨 위) 이른바 추돌 사고 상황이다. 그럼 이 두 자동차의 충돌 속도는 얼마일까? 뒤에서 오는 자동차의 속도에서 앞에서 달리는 자동차의 속도를 뺀 초속 20km다. 사람 키 정도의 높이인 1.57m의 높이에서 떨어졌을 때 바닥에 부딪히는 속도와 같다.

만약에 시속 100km로 달리는 자동차가 시속 120km로 역주행을 하는 차와 정면으로 충돌하면 어떨까? (그림1 가운데) 이 경우 두 자동차의 충돌 속도는 두 자동차의 속도를 합친 시속 220km다. 이 속도는 50층 빌딩의 옥상 높이인 190m의 높이에서 떨어졌을 때 바닥에 부딪히는 속도와 같다. 탑승자가 살아남을 수 없는 충돌이다.

이번에는 사거리에서 남북 방향으로 시속 100km로 달리는 자동차가 동서 방향으로 시속 120km로 달리는 자동차와 부딪히는 경우를 보자. (그림1 맨 아래) 두 자동차가 부딪치는 속도를 알아내려면 너비가 100이고 높이가 120인 직사각형을 그리고 대각선의 길이를 재면 된다. 충돌 속도는 시속 156km다. 25층 빌딩의 옥상 높이인 96m 높이에서 떨어졌을 때 바닥에 부딪히는 속도다. 역주행하는 자동차와 부딪히는 것보다 덜 하지만 뒤에서 추돌하는 경우보다는 훨씬 큰 속도다. 이 경우도 탑승자가 살아남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

그림 1. 자동차가 같은 속도로 달려도 부딪히는 방향에 따라 충돌 속도가 달라지는 예. 빨간색 화살표로 표시한 충돌 속도는 초록색 자동차에 보이는 충돌 속도다. (위) 같은 방향으로 더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가 뒤에 따라오면서 부딪히는 경우. (가운데) 반대 방향으로 서로 마주 보며 달려오면서 부딪히는 경우. (아래) 서로 직각 방향으로 달리다가 부딪히는 경우
그림 1. 자동차가 같은 속도로 달려도 부딪히는 방향에 따라 충돌 속도가 달라지는 예. 빨간색 화살표로 표시한 충돌 속도는 초록색 자동차에 보이는 충돌 속도다. (위) 같은 방향으로 더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가 뒤에 따라오면서 부딪히는 경우. (가운데) 반대 방향으로 서로 마주 보며 달려오면서 부딪히는 경우. (아래) 서로 직각 방향으로 달리다가 부딪히는 경우
움직이는 두 물체가 부딪힐 때의 충돌 속도는 두 물체의 상대 속도다. 이런 상대 속도의 개념이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에서와 같이 혜성이 지구와 부딪힐 때의 충돌 속도를 계산하는 데도 중요하다. 지구와 충돌하는 혜성은 지구와 같은 위치를 지나가야 하는데 이때 지구와 혜성의 공전 속도 차이인 상대 속도가 충돌 속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혜성이 지구 중력에 끌려 더 빨라지는 속도 증가분을 더하면 혜성이 지구에 부딪히는 속도가 나온다.

혜성의 공전 속도와 방향을 결정하는 요인

충돌 전 지구와 혜성의 공전 속도의 크기와 방향은 혜성이 어디에서 만들어지고 어느 방향으로 날아와 부딪히는가에 달려 있다. 혜성이 만들어지는 곳은 크게 두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한 곳은 태양에서 45억km에서 75억km 떨어져 있는 ‘카이퍼대(Kuiper belt)’이고, 다른 한 곳은 태양에서 3천억km 이상 떨어져 있는 ‘오르트 구름(Oort cloud)’이다. (그림2)

카이퍼대는 해왕성 너머에 암석이나 얼음으로 만들어진 작은 천체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가운데가 뚫린 원반 모양으로 퍼져 있다. 이들 대부분은 태양계 행성들의 공전궤도가 만드는 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곳에 있다. 태양 중력의 영향 속에 있기 때문에 이들도 태양 주위를 돈다. 북극 방향에서 태양계를 바라보면, 이들 대부분은 태양계 행성과 마찬가지로 시계 반대 방향으로 공전한다. 카이퍼대에서 만들어진 혜성의 공전궤도도 다른 행성이 공전하는 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오르트 구름은 카이퍼대보다 훨씬 더 멀리 떨어져 있고 둥근 공 모양으로 퍼져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도 미미하게나마 태양 중력 영향 속에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느린 속도로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 하지만 공 모양처럼 퍼져 있다는 것은 이들이 태양 주위를 도는 방향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오르트 구름에서 날아오는 혜성은 어디에서도 날아올 수 있고, 공전방향도 태양계 행성의 공전방향과 많이 다를 수 있다.

그림2. 카이퍼대(Kuiper belt)와 오르트 구름(Oort cloud). 카이퍼대는 가운데가 뚫린 원반 모양으로 분포된 작은 천체들의 집단으로 태양에서 45억~75억km 떨어져 있다. 오르트 구름은 태양에서 3천억km 이상 떨어진 곳에 분포하고 있다고 보는 수십억개의 혜성 집단이다. (그림 원본 출처:Wikimedia commons)
그림2. 카이퍼대(Kuiper belt)와 오르트 구름(Oort cloud). 카이퍼대는 가운데가 뚫린 원반 모양으로 분포된 작은 천체들의 집단으로 태양에서 45억~75억km 떨어져 있다. 오르트 구름은 태양에서 3천억km 이상 떨어진 곳에 분포하고 있다고 보는 수십억개의 혜성 집단이다. (그림 원본 출처:Wikimedia commons)
경우의 수로 본 지구와의 충돌 속도

카이퍼대에서 만들어진 혜성이 지구와 부딪힐 때 충돌 속도가 가장 작은 경우는, 혜성의 공전궤도에서 태양과 가장 가까운 위치가 지구 공전궤도와 겹칠 때이다. 이 경우 혜성은 지구와 가까워지면서 지구 뒤를 더 빠른 속도로 따라오다 지구와 부딪힌다. 고속도로에서 뒤에서 더 빨리 달리는 차와 부딪히는 경우와 비교할 수 있다. 카이퍼대 중간지점에서 오고 지구 공전궤도와 같은 면을 같은 방향으로 도는 혜성이라면, 지구 근처에서 지구와 혜성 공전 속도의 상대 속도는 초속 11.8km이다. 여기에 지구의 중력이 끌어당겨서 빨라지는 속도가 더해지면서, 지구와 부딪히는 충돌 속도는 제3 우주속도(초속 16.7km, 태양계를 탈출하는 속도)에 가까운 초속 16.3km 가 된다. [1]

혜성이 지구보다 태양에 더 가까운 위치로 다가가는 도중에 충돌하는 경우는 충돌 속도가 더 크다. 지구 공전궤도 위치에서 혜성의 속도가 더 큰 것에 더해, 지구가 공전하는 방향과 약간 다른 각도로 지구에 다가와 부딪히면서 충돌 속도가 커지는 경우다. 자동차가 뒤에서 부딪히는 것보다 비스듬히 부딪힐 때 충돌 속도가 더 커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물론 이 경우에도 지구 중력이 혜성을 끌어 당기기 때문에, 최종 충돌 속도는 공전 속도의 상대 속도보다 좀 더 크다. 금성만큼 태양에 가까이 가는 혜성이 지구와 부딪히면 충돌 속도는 초속 25km에 이르고, 수성만큼 태양에 가까이 가는 혜성이 지구와 부딪히면 충돌 속도는 초속 37km에 이른다. [1]

그림 3. 카이퍼대에서 날아오는 혜성이 지구와 충돌이 가까워졌을 때, 지구에서 본 혜성의 상대 속도 (빨간색 화살표). 지구 공전 속도와 혜성 공전 속도 사이에 방향 차이가 클수록 상대 속도도 크다. 혜성의 충돌 속도에는 지구 중력이 혜성을 끌어당겨 커진 속도가 추가된다. (1) 혜성이 태양에 가장 가까운 거리가 지구-태양 사이의 거리인 경우, (2) 혜성이 태양에 가장 가까운 거리가 금성 -태양 사이의 거리인 경우 (3) 혜성이 태양에 가장 가까운 거리가 수성 -태양 사이의 거리인 경우
그림 3. 카이퍼대에서 날아오는 혜성이 지구와 충돌이 가까워졌을 때, 지구에서 본 혜성의 상대 속도 (빨간색 화살표). 지구 공전 속도와 혜성 공전 속도 사이에 방향 차이가 클수록 상대 속도도 크다. 혜성의 충돌 속도에는 지구 중력이 혜성을 끌어당겨 커진 속도가 추가된다. (1) 혜성이 태양에 가장 가까운 거리가 지구-태양 사이의 거리인 경우, (2) 혜성이 태양에 가장 가까운 거리가 금성 -태양 사이의 거리인 경우 (3) 혜성이 태양에 가장 가까운 거리가 수성 -태양 사이의 거리인 경우
오르트 구름에서 만들어진 혜성이 지구와 부딪히는 경우를 보자. 오르트 구름은 태양에서 3천억km(2000AU)이상 떨어져 있다. 이곳에서 날아온 혜성도 지구가 공전하는 원반면 위에서 같은 방향으로 공전하고 있고 지구 뒤를 따라오다가 부딪히면, 그 충돌 속도는 제3 우주속도와 거의 같다. 그런데 혜성이 공전하는 면과 지구가 공전하는 면이 많이 다르면 충돌 속도는 더 커진다.

혜성이 공전하는 면이 지구가 공전하는 면과 직각이라고 하자. (그림4의 어두운 노란색 면)이 혜성이 태양에 가장 가까울 때 지구와 부딪힌다면 충돌 속도는 초속 52.8km다. [2] 지구 중력이 끌어당겨서 커진 속도까지 고려한 충돌 속도다. 사거리에 두 자동차가 서로 직각으로 달리면서 부딪히는 경우와 비슷하다. 극단의 경우는 혜성과 지구가 정반대 방향으로 공전하다가 부딪히는 경우다. (그림4의 회색 면) 혜성이 태양에 가장 가까울 때 지구와 부딪힌다면 충돌 속도는 초속 72.8km다. [2] 역주행하는 자동차와 부딪힐 때 충돌 속도가 가장 큰 것과 비교할 수 있다.

그림4. 3천억km 떨어진 오르트 구름에서 만들어진 혜성이 지구와 부딪히는 예. 같은 면에서 공전하지만 공전하는 방향은 정반대일 경우 지구와 충돌하는 속도는 초속 72.8km이다. 혜성이 공전하는 면이 지구가 공전하는 면과 직각인 경우 지구와 충돌하는 속도는 초속 52.8km이다.
그림4. 3천억km 떨어진 오르트 구름에서 만들어진 혜성이 지구와 부딪히는 예. 같은 면에서 공전하지만 공전하는 방향은 정반대일 경우 지구와 충돌하는 속도는 초속 72.8km이다. 혜성이 공전하는 면이 지구가 공전하는 면과 직각인 경우 지구와 충돌하는 속도는 초속 52.8km이다.
핼리 혜성급 천체가 지구와 충돌하는 에너지는?

‘돈 룩 업’ 영화에서처럼 혜성의 너비가 5~10km라고 하자. 이만한 크기의 혜성은 둥근 모양이 아닌 울퉁불퉁한 모양이다. 실제 부피는 지름 6km인 공 모양의 부피라고 가정하고 질량 밀도는 핼리 혜성과 비슷하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혜성의 질량은 680억톤에 이른다. 이만한 질량의 혜성이 카이퍼대에서 날아와 지구와 초속 16.3km로 부딪히면 충돌 에너지는 히로시마 원폭의 폭발 에너지보다 1억4천만배 크다. 금성이나 수성을 향해 가는 중에 지구와 충돌하면, 초속 25km와 초속 37km로 부딪히고 충돌 에너지는 각각 히로시마 원폭 폭발 에너지의 3억4천만배, 7억4천만배 수준이다.

오르트 구름에서 만들어진 혜성 중에서 지구가 공전하는 면과 직각으로 공전하면서 초속 52.8km로 지구와 부딪히는 경우, 충돌 에너지는 히로시마 원폭 폭발 에너지의 약 15억배이다. 지구와 반대 방향으로 공전하면서 초속 72.8km로 지구와 부딪히는 경우, 충돌 에너지는 히로시마 원폭의 29억배 수준이다.

카이퍼대에서 만들어진 혜성이건 오르트 구름에서 만들어진 혜성이건 지구와 충돌하면 지구 위의 많은 생물이 멸종할 만큼 지구 표면에 피해를 준다. 특히 오르트 구름에서 만들어진 혜성은 아무 방향에서나 올 수 있기 때문에 카이퍼대에서 만들어진 혜성보다 충돌 속도가 더 클 수 있다. 지구 공전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날아오면서 부딪히는 최악의 경우에는 같은 질량의 혜성이라도 파괴력이 최대 20배 더 커진다.

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이나 혜성을 발견하고 추적하는 것은, 이런 엄청난 규모의 파괴력을 지닌 천체 충돌에 미리 대비하기 위함이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지구 위 대부분의 생명체가 멸종할 만한 파괴력의 천체 충돌이 지구에 일어날 확률은 몇천만년에 한 번 일어나는 수준으로 낮기 때문이다.

주)

[1] 태양에서 60억km (40AU) 떨어진 곳에서 혜성이 날아온다고 가정하고 계산.

[2] 태양에서 3천억km (2000AU) 떨어진 곳에서 혜성이 날아온다고 가정하고 계산.

윤복원/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원(전산재료과학센터·물리학)

bwyoon@gmail.com

*이 글은 2022년 3월2일 그림1의 수치 일부를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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