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우주망원경의 뒤를 잇는 차세대 우주망원경 제임스웹이 지구를 출발한 지 한 달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미 항공우주국(나사)은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마지막으로 5분간 추력장치를 발사해 24일 오후 2시5분(한국시각 25일 오전4시5분) 지구로부터 약 150만㎞ 떨어진 제2라그랑주점(L2)에 도착했다고 발표했다. 이곳은 달보다 4배 더 먼 거리다.
라그랑주점은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고 있어, 최소한의 연료로도 안정적으로 공전 궤도를 유지할 수 있는 우주공간을 말한다.
태양과 지구 사이에는 5개의 라그랑주점이 있는데, 이 가운데 제2라그랑주점은 지구를 사이에 두고 태양을 등지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제임스웹이 라그랑주점에 항상 고정돼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점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돌면서 태양전지판을 햇빛에 노출시켜 전원을 얻는다. 이 지점에선 또 지구와 항상 같은 위치를 유지하기 때문에 망원경이 거의 같은 온도를 유지할 수 있고 지구와의 통신도 끊기지 않는다. 빌 넬슨 나사 국장은 성명을 통해 “우주의 신비를 밝히는 데 한 걸음 더 다가섰다”며 “오는 여름 제임스웹의 첫번째 관측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반사경이 지름 6.5미터로 허블우주망원경의 2.7배인 제임스웹은 허블보다 빛을 6.25배 더 많이 모으고 시야각은 15배 이상 넓다.
앞으로 3개월은 주거울 미세조정 집중
가시광선으로 관측하는 허블과 달리 제임스웹은 적외선으로 별을 본다.
적외선을 이용하면 허블보다 훨씬 더 멀고 더 차가운 우주 물체를 관측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제임스웹에는 4개의 적외선 관측 장비가 탑재돼 있다. 이 장비들은 영하 233~266도의 극저온을 유지하며, 우주 초기의 별에서 방출돼 지금은 아주 미세해진 빛까지 감지해낸다. 나사는 제입스웹이 138억년 전 빅뱅이 일어나고 생겨난 최초의 별들을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제임스웹은 앞으로도 5개월 동안 거울 초점 조정, 기기 점검, 시험 관측 등의 준비 작업을 더 마쳐야 한다. 따라서 모든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6월 말이나 7월부터 정식 관측에 나설 수 있다. 특히 지금부터 3개월간은 18개의 주거울 조각들을 미세조정해 18개가 완벽하게 같은 지점을 향하도록 하는 작업에 집중한다.
나사는 제임스웹의 설계 수명은 5~10년이지만 발사 후 궤도 조정이 예상보다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연료 여유분이 생겨 적어도 10년 이상, 최대 20년까지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나사와 유럽우주국, 캐나다가 함께 만든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연구·개발과 제작에 25년간 100억달러(약 12조원)가 투입됐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