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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스트레스가 아기 발달 늦추나…장기 영향 주목

등록 2022-01-19 09:59수정 2022-01-19 20:45

신경 발달 장애는 없었지만 사회성·운동력 더뎌
팬데믹·임신에 따른 스트레스가 겹쳐 영향준 듯
코로나 시기 임신·출산 영향 국제연구모임 출범
코로나19가 아기 발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픽사베이
코로나19가 아기 발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픽사베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병)이 야기하는 문제는 단순히 신체 건강에 국한되지 않는다. 정신 건강은 물론 일상적인 생활과 대외활동, 여가, 교육, 일자리에 이르기까지 삶의 전 영역에 걸쳐 있다.

특히 학생들의 경우 장기간 등교를 하지 못한 채 재택 원격 수업 위주로 학습을 하면서 전반적인 학력 저하와 함께 학력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졌다. 팬데믹을 겪고 있는 나라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현상이다.

코로나19의 영향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추적해 볼 필요가 있는 새로운 연구 결과들이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가 아기의 발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연구다. 지난해 11월엔 이른바 ‘코로나 세대’와 관련한 국제 연구발표회도 열렸다. 코로나가 3년째에 접어든 만큼 이 시기에 태어난 아기들의 발달 상황이 다른 시기에 태어난 아이들과 비교해, 세대적 특성이라 할 정도의 차이점을 보이는지 명확한 규명 작업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태어나는 아기는 약 1억4천만명에 이른다.

미국 컬럼비아대 어빙의료원 연구진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태어난 아기들이 그 이전에 태어난 아기들보다 사회성과 운동 능력 발달이 약간 더디다는 연구 결과를 새해 초 ‘미국의사협회저널 소아과학’(JAMA Pediatrics)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2020년 3~12월 뉴욕에서 태어난 아기 255명을 대상으로 생후 6개월 시점까지 발달 검사를 실시하고, 이를 2017년에 태어난 아기 62명의 발달 검사 데이터와 비교했다.

발달 검사란 의사 소통 능력과 소근육·대근육 운동 및 문제 해결 능력, 사회성 5개 영역의 발달 상태를 살펴보는 것이다. 큰 소리가 나는 쪽으로 아기가 고개를 돌리는지, 거울을 보고 스스로 옹알이를 하는지 등 산모에게 30개 항목의 질문을 주고 그 답에 따라 발달 점수를 매긴다.

임신 초기에 팬데믹 정점을 찍은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기의 발달 점수가 가장 낮았다. 픽사베이
임신 초기에 팬데믹 정점을 찍은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기의 발달 점수가 가장 낮았다. 픽사베이
임신중 코로나 감염 여부는 영향 못 미쳐

검사 결과 코로나19 기간에 태어난 아기들은 운동 능력과 사회성 점수가 그 이전 시기에 태어난 아기들보다 다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의사소통과 문제 해결 능력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팬데믹이 첫 정점을 찍은 2020년 3~4월에 임신 1기(0~3개월)였던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기들이 점수가 가장 낮았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이는 임신 초기의 스트레스가 임신 후기의 스트레스보다 아기의 사회적 정서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이전의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또 산모 가운데 거의 절반(114명)이 임신 중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이었지만 이것이 아기의 발달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임신 중에 코로나19에 노출되지 않은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와 점수 차이가 나지 않았다. 다만 산모들의 감염 증세는 무증상이거나 경증이었다.

대니 드미트리우 컬럼비아대 교수(소아과)는 “임신중 바이러스에 감염된 산모한테서 태어난 아기는 신경 발달 장애 위험이 높기 때문에 신경 발달에 약간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놀랍게도 실제로는 그런 신호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오히려 운동 및 사회성 영역에서 약간 낮은 점수가 나왔다. 그는 “이는 팬데믹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임신으로 받는 스트레스가 겹치면서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드미트리우 교수는 “발달 정도의 차이가 크지는 않았다”며 “그러나 작은 차이라도 전체 인구 차원에서 보면 공중보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세심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표본 크기·대표성 등 연구 한계도

코로나19가 아기 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이전의 몇몇 연구에서도 확인한 바 있다.

미 브라운대 연구진은 2020년 7월 이후에 태어난 아기들의 인지 능력(언어, 퍼즐 풀기, 일어서기 및 걷기 같은 운동 능력)이 2019년 이전에 태어난 아기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는 연구 결과를 2021년 8월 사전출판논문집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발표했다. 남자 아기가 여자 아기보다 더 큰 영향을 받았으며, 영역별로는 운동 능력 차이가 가장 컸다. 션 디오니 교수(의생물물리학)는 그 원인을 부모와 아기간, 아기와 아기간의 상호작용 부족 때문으로 보았다.

중국 연구진은 2019년 봄에 태어난 1살 아기가 그보다 몇년 전 봄에 태어난 아기의 1살 때보다 운동 능력 발달이 약간 더디다는 연구 결과를 2021년 10월 ‘소아과학 최전선’(Frontiers in Pediatrics)에 발표했다.

이탈리아 IRCCS몬디노재단(IRCCS Mondino Foundation)의 리비오 프로벤치 박사(심리학)는 임신 중의 팬데믹 스트레스와 아기 발달 사이의 연관성 연구 결과를 2021년 7월 국제학술지 ‘발달과 정신병리학’에 발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임신 중에 산모가 더 많은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경험한 생후 3개월 아기는 감정과 주의력 제어에 상대적으로 더 어려움을 겪었다. 예컨대 주변의 자극에 덜 반응하고 쉽게 달래지지 않았다.

로체스터대 톰 오코너 교수(심리학)는 “이런 연구들은 신속하게 실제 문제에 대한 해법을 다루는 반응형 과학의 좋은 사례”라며 “그러나 완전하거나 전폭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결론을 기대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뉴욕대 그로스만의대 모리아 토머슨 교수(아동청소년심리학)은 지난해 “흥미로운 결과를 발표하려는 욕심이 이러한 초기 연구를 낳았을 수 있다”는 논평을 학술지에 게재한 바 있다.

또 결론을 내리기에는 표본 크기가 작은 점, 표본의 대표성이나 적합성을 자신할 수 없는 점, 산모에 따라 아기의 발달 상황을 편향되게 인식할 수 있는 점 등도 이번 연구의 한계로 지적할 수 있다.

아이들은 적응력과 회복력이 뛰어나 원래대로 되돌릴 시간은 충분하다. 픽사베이
아이들은 적응력과 회복력이 뛰어나 원래대로 되돌릴 시간은 충분하다. 픽사베이
아이들 적응력 뛰어나…따라잡을 시간 충분

지금은 발달이 다소 늦더라도 많은 어린이들이 곧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토머슨 교수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아이들은 적응력이 뛰어나고 탄력적이기 때문에 상황이 좋아지면 많은 것들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팬데믹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세대가 생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도 있다. ‘네이처’가 소개한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연구를 보면, 홍수로 심한 스트레스를 겪은 산모한테서 태어난 아기들은 생후 6개월에는 문제해결 능력이나 사회성이 떨어졌으나 생후 30개월이 되자 스트레스와는 상관없이, 생후 부모가 아기에게 어떻게 하느냐가 발달 정도를 좌우했다.

드미트리우 교수는 “6개월된 아기의 두뇌는 가소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팬데믹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해도 원래대로 되돌릴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2021년 11월 열린 코로나세대연구동맹(코브젠)의 온라인 연구 발표회. 코브젠 동영상 갈무리
2021년 11월 열린 코로나세대연구동맹(코브젠)의 온라인 연구 발표회. 코브젠 동영상 갈무리
컬럼비아대 연구진은 이번에 연구 대상이 된 아기들의 발달 과정을 장기간에 걸쳐 계속 추적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코로나 팬데믹이 아기 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좀 더 명확하게 규명하기 위한 대규모 연구와 협력도 시작됐다.

2020년 3월에는 북미와 남미 유럽, 아시아, 중동 등지의 14개국 연구진이 ‘코로나세대연구동맹’(COVID Generation Research Alliance, 약칭 ‘코브젠’)을 출범시켰다. 이 단체는 2021년 11월 온라인 화상회의로 첫 국제 연구 발표회도 가졌다.

디오니 교수는 ‘네이처’에 “아이들의 회복력이 뛰어난 건 확실하지만 동시에 아기의 생애 첫 1000일은 삶의 중요한 초기 기반으로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을 선언한 때가 2020년 3월이다. 이때 태어난 팬데믹 첫 아기들은 지금 생후 700일을 향해 가고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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