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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40도” 대신 ”이만큼 죽을 수도”…미, 폭염에 이름·등급 붙인다

등록 2021-12-07 14:45수정 2021-12-27 13:52

로스앤젤레스시 내년 1월 법안 제출
3개 등급 분류 “소통과 대비 쉽게”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이어진 지난 7월25일 오후 한 시민이 자전거를 타고 가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이어진 지난 7월25일 오후 한 시민이 자전거를 타고 가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미국에서 폭염에 태풍처럼 등급을 매기고 이름을 붙이는 방안이 추진된다.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시당국은 최근 “시민들에게 폭염 위험을 쉽게 알리고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폭염을 3등급으로 나누고 이름을 붙여 소통하는 법안을 내년 1월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에이비시> <웨더뉴스> 등 일부 방송사가 허리케인뿐만 아니라 겨울폭풍에도 이름을 붙여 사용하고 있지만, 폭염에 대한 등급과 명명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안을 준비중인 리카르도 라러 로스앤젤레스시 보험담당관은 “폭염 등급화가 입법화하면 지역사회가 폭염 관련 사망자를 줄이려는 노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로스앤젤레스가 위치한 캘리포니아 남부에서는 지난 50년 동안 폭염이 더 자주, 강하고, 오래 지속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의 경우 1980∼2000년에 연평균 6일이던 폭염 일수가 2050년에는 22일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리스·스페인 등 5개 도시도 준비중

폭염 등급화 방법론은 기후변화 적응 및 회복을 위해 활동하는 컨설팅기구인 ‘아드리안 아슈트 록펠러 회복 센터’가 마련했다. 이 기구는 현재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해 미국 캔자스시티, 밀워키, 마이애미-데이드, 그리스 아테네, 스페인 세비야 등 6개 도시에서 폭염 등급화를 추진하고 있다.

폭염 등급 연구팀의 래리 컬크스테인 수석과학고문은 “폭염 등급은 일종의 기상경보시스템이다. 곧 ‘40도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대신에 ‘몇 명이 죽을 수 있다’고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현재 3단계 등급을 만들고 있다. 등급 1은 예상 사망자 수가 상대적으로 낮고 일일 사망률이 0~10% 증가할 수 있음을, 등급 3은 올해 6월 발생한 미국 북서부와 캐나다 남서부 지역 폭염처럼 사망자 수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을 나타낸다.

각 등급에 따라 극심한 폭염의 영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조처들이 함께 제시된다. 예들 들어, 등급 3 폭염이 발표되면 시립 수영장을 개방하고 에어컨이 갖춰진 피난처를 제공하며 노인들을 더 자주 찾아가도록 방문 점검 서비스를 활성화하도록 할 수 있다. 또 폭염기간에 언제든지 냉방장치를 틀 수 있도록 전기요금을 미납했더라도 전력회사가 전력 공급을 중단하지 못하도록 한다. 실외 작업자의 일정 변경을 강제하기도 한다.

연구팀은 폭염 경보와 등급 발표에 대한 미국 기상청(NWS)의 승인을 신청해놓은 상태다. 연구팀은 기상정보제공 기관과 관계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대화형 누리집을 구축해 15분마다 갱신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구팀은 또 지방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 그리스 아테네와 스페인 세비야에서 내년 여름 폭염 등급과 명명 시범 운용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재난 관리와 복구 소통에 도움될 것”

연구팀은 캔자스시티와 밀워키에서 덥고 습한 기단과 뜨겁고 건조한 기단이 높은 사망률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과거 자료를 분석했다. 캔자스시티에서는 1975년 이후 더 높은 사망률을 초래한 41개의 폭염이, 밀워키에서는 31개의 폭염이 있었다. 예를 들어 캔자스시티에서 1980년 7월17일 폭염은 폭염 기간에 평균 사망률이 425% 증가했다.(일일 사망률 25% 증가) 연구팀은 접근하는 기단(공기 덩어리)이 과거 관측과 유사하면 과거 데이터에 따라 다가오는 폭염을 분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목표는 기상청과 협력해 관측 데이터를 보고 잠재적으로 폭염이 발생하기 최대 5일 전에 예측하는 것이다. 컬크스테인은 “방재 관계자들한테 닷새 전에 ‘등급 3의 폭염이 오고 있다’고 말하며 노인이나 취약한 사람들 집마다 방문해 문을 두드리라고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폭염 등급의 기준값(임계값)은 지역의 기상기후 조건과 인구생태학적 조건에 따라 다르기에 과거 자료에 대한 소급 분석이 별도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폭염 등급과 함께 이름을 붙이는 실험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폭염의 수준을 두 단계로 나눠, 특보를 운영하고 있다. 기존에는 일최고기온만을 폭염특보(주의보 33도, 특보 35도) 기준으로 하던 것을 지난해 여름부터 기온 및 습도를 반영한 체감온도로 바꿔 실제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반영해 운영하고 있다. 또 폭염 발생 때 분야별, 계층별로 위험 수준에 따라 대처 방안을 제시하는 폭염영향예보를 병행하고 있지만 폭염에 이름을 붙이지는 않고 있다.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부 교수(폭염연구센터장)는 “폭염 등급화는 고온 현상만이 아니라 사회적 영향까지 고려해 경각심을 갖게 하고, 위기관리 부서가 위험 관리와 사후 복구작업 때 소통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만 “‘소리없는 침묵의 암살자’라 지칭되는 폭염의 경우 피해가 기상 현상이 일어난 이후에도 지속되면서 가중되는 등 태풍처럼 시종이 뚜렷한 기상재해와는 달라 예보나 영향기간 설정이 쉽지 않기에 등급을 매기거나 이름을 붙이려면 선행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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