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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미래

“음란영상 누군지 확인” 얼굴인식 ‘살인도구’ 될라

등록 2019-06-04 16:30수정 2019-06-04 23:56

외국의 한 포르노사이트는 인공지능 얼굴인식 기술을 사용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외국의 한 포르노사이트는 인공지능 얼굴인식 기술을 사용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구본권의 사람과디지털]
포르노 사이트와 소셜미디어 계정 연계해 분석
중국 웨이보에 ‘여자 친구 여부 식별할 의도’ 공개
문제 불거지자 삭제 불구, 악용 가능성 상존
얼굴인식 기술의 사용을 놓고 논란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우려스러운 악용 사례가 보고됐다.

지난 5월31일(현지시각) 미국의 과학기술 전문지 <엠아이티(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따르면, 얼굴인식 기술이 포르노 등 음란영상 사이트에 등장하는 여성 10만여명의 신원을 식별하는 데 사용되는 일이 발생했다.

독일에 살고 있는 익명의 중국계 프로그래머는 동료들과 함께 포르노 사이트 영상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얼굴을 소셜미디어의 사진과 연계시켜 얼굴을 식별하는 프로젝트에 성공했다고 이를 중국 소셜미디어 사이트인 웨이보에 공개했다. 포르노 사이트에서 등장여성들의 이미지를 수집한 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웨이보, 틱톡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에서 이용자 사진을 내려받아 얼굴인식 기술을 이용해 개인을 식별하는 구조다. 이 개발자는 여자 친구가 혹시 음란 영상을 찍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용도로 개발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개발자는 공개적으로 접근 가능한 데이터만을 이용했으며 프로젝트를 통한 음란영상의 얼굴 식별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독일 거주 중국계 프로그래머가 얼굴인식 기술을 포르노 사이트에 적용한 사실이 알려져 소셜미디어에서 논란이 일었다. 이 사실을 알린 중국계 미국인 Yiqin Fu의 트위터 계정.
독일 거주 중국계 프로그래머가 얼굴인식 기술을 포르노 사이트에 적용한 사실이 알려져 소셜미디어에서 논란이 일었다. 이 사실을 알린 중국계 미국인 Yiqin Fu의 트위터 계정.
하지만 소셜미디어에서 비난이 거세지며 문제가 불거지자, 개발자는 해당 프로젝트와 데이터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스스로 과거 남자친구의 불법영상 공개로 고통을 당한 뒤 불법 영상 피해여성들을 돕기 위해 변호사가 된 영국의 캐리 골드버그는 “(음란영상 얼굴인식 기술은) 살인 도구다. 한 때 멋모르고 또는 취미로 찍은 동영상으로 인해 인생을 망치게 되는 피해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현재 유럽연합의 개인정보보호법률(GDPR)에 의하면 이런 일을 저지른 사람이 유럽 역내에 거주하지 않더라도 유럽연합 주민의 사전 동의 없이 민감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행위는 처벌대상이 된다. 미국에서는 이에 관한 연방법이 없고 주마다 법률이 달라 처벌 여부가 갈린다.

이번에 웨이보에 공개된 ‘음란 영상물 얼굴식별 기술’은 문제가 불거진 직후 개발자가 스스로 삭제해 널리 퍼지지 않았지만, 얼굴인식 기술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문제가 된 독일 개발자는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삭제했다고 밝혔지만, 유사한 시도를 막기 어렵다.

수사기관과 출입국 당국에 의해 얼굴인식 기술 활용이 늘어나면서 불거진 차별과 악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이미 개인들의 깊숙한 영역의 프라이버시까지 위협하는 상황이다.

“얼굴인식 기능은 인종과 성별을 기반으로 사람을 도식화하고 분류한다는 점에서 극복 불가능한 결함을 지닌 기술”이며 ‘인공지능의 플루토늄’이라고 주장이 정보기술 내부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해당 기술 사용에 대한 논란은 확대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시는 미국 주요도시 가운데 최초로 지난달 경찰을 포함한 모든 행정기관의 얼굴인식 기술 사용을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찬성 의견도 있었지만 반대 의견도 선명하다. 지난달 21일 미국의 통신사 <블룸버그>는 사설을 통해 “(샌프란시스코시가) 단순한 우려로 인해 발달하고 있는 얼굴인식 기술의 정부 부문 사용을 금지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기술을 적절하게 통제하면서 사용할 수 있도록 ‘금지’대신 ‘규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넷 디지털 세상은 공개된 데이터와 기술을 이용해 손쉽게 ‘더러운 폭탄’을 만들어, 다중에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하다. 새로운 접근과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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