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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미래

실리콘밸리의 얼굴인식 규제, 확산될까

등록 2019-05-16 15:26수정 2019-05-18 10:22

일본전기(NEC)의 얼굴인식 기술, NEC 제공
일본전기(NEC)의 얼굴인식 기술, NEC 제공
[구본권의 사람과디지털]
샌프란시스코, 얼굴인식 행정기관 사용금지
정보기술 메카 실리콘밸리 “기술 남용 더큰 책임감”
찬반 논란 치열한 가운데 ‘본격 논의 출발점’ 의미
#1. 지난 3일 중국 CCTV ‘나를 기다려’ 프로그램에는 쓰촨시에서 괴한에게 납치된 3살 아이가 10년 만에 부모를 찾은 사연이 소개됐다. 텐센트가 개발한 인공지능 기반의 얼굴인식 기술이 활용되었다. 텐센트는 실종 당시의 아동 사진을 기반으로 현재 모습을 예상한 뒤 현재 어린이들의 사진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해 대상을 압축하고 최종적으로 유전자검사를 통해 실종 아동임을 확인했다. 텐센트의 인공지능 얼굴인식 정확도는 99.99%에 이르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중국에서는 팝콘서트 관객 수만명 중에서 수배자를 족집게처럼 체포하는 등 공안(경찰)이 얼굴인식 기술을 널리 활용하고 있다. 지난 2월 춘절 때 허난성 정저우 기차역에서 얼굴인식 기능의 스마트 안경을 쓴 공안에 범죄 용의자 수십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2. 2018년 5월19일 영국 해리 왕자와 할리우드 여배우 메건 마클의 결혼식이 열린 영국 윈저성에서는 얼굴인식 기술로 참석자 신원을 확인했다. <뉴욕타임스>는 보도용 행사 사진에 찍힌 사람들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아마존의 얼굴인식 도구 ‘리코그니션’을 사용하고 있다. 1000명을 식별하는 데 드는 비용은 14원 수준이다. 미국의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는 공연 때 스토커를 식별하기 위해 얼굴인식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3.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의 연구원 루크 스타크는 지난달 <크로스로드> 기고에서 “얼굴인식 기능이 인종과 성별을 기반으로 사람을 도식화하고 분류한다는 점에서, 극복 불가능한 결함을 지닌 기술”이라며 ‘인공지능의 플루토늄’이라고 주장했다. 얼굴인식 기술은 핵폐기물처럼 위험성이 편리함을 넘어선다며, 의도성 여부를 떠나서 본질적으로 유해한 기술이라는 주장이다.

<뉴욕타임스>의 15일 보도 등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시는 미국 주요도시 가운데 최초로 경찰을 포함한 모든 행정기관의 얼굴인식 기술 사용을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시 정부에서 얼굴인식 기술 사용을 원천금지하고 경찰 등이 감시도구로 사용하는 경우 엄격한 감독을 받아야 한다. 단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과 항만의 연방정부 시설은 예외다. 민간 기업이나 시민들의 사용도 해당하지 않는다.

인공지능 머신러닝과 이미지 인식 기술 발달은 얼굴인식을 인공지능 윤리 논란의 최전선으로 만들었다. 국제적으로 테러리즘과 신종 범죄에 대한 우려 속에서 각국 출입국 당국과 사법당국은 얼굴인식 기술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얼굴인식 기술의 기반인 컴퓨터의 이미지 인식 기술은 향후 가장 쓸모가 많은 인공지능의 범용 기술이다. 얼굴인식은 보안과 결제 시스템의 본인 확인 도구로 쓰이고 있고, 이미지 인식 기술은 드론과 자율주행차, 검색에서 핵심적인 기능이다.

숱한 정보기술의 인큐베이터이자 주 무대로 여겨지는 실리콘밸리의 도시 샌프란시스코가 가장 개발경쟁이 치열한 얼굴인식 기술을 강력한 규제대상으로 정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법안을 추진한 아론 페스킨 샌프란시스코시 감독위원은 <뉴욕타임스>와의 회견에서 “주요 정보기술기업들의 본사가 있다는 점에서 샌프란시스코는 기술의 남용을 규제해야 할 큰 책임감을 지닌다”며 “경찰국가를 선택하지 않더라도 치안을 잘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자프런티어재단의 선임연구원 데이브 마스는 라스베이거스, 올랜도, 새너제이, 샌디에이고, 뉴욕시, 보스턴, 디트로이트, 더램 등 많은 지역의 경찰이 이미 얼굴인식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아마존이 판매중인 얼굴인식 프로그램 ‘리코그니션‘, 미국 국토안보부의 출입국 관린 시스템으로 제안되어 있으면, 플로리다중와 워싱턴 주 경찰을 이미 활용중이다. 요수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는 아마존에 공개편지를 보내, 리코그니션을 사법당국에 판매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요청한 바 있다.
아마존이 판매중인 얼굴인식 프로그램 ‘리코그니션‘, 미국 국토안보부의 출입국 관린 시스템으로 제안되어 있으면, 플로리다중와 워싱턴 주 경찰을 이미 활용중이다. 요수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는 아마존에 공개편지를 보내, 리코그니션을 사법당국에 판매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반론도 적지않다. 경찰 등 사법당국은 용의자 검거와 치안 수준이 하락할 것이고 우려하고 있으며, 일부 연구자들은 진화하고 있는 미성숙한 기술에 대해 너무 일찍 족쇄를 채운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범죄추방단체(Stop Crime SF)의 조엘 엔가르디오는 현재의 얼굴인식 기술이 완전하지 않아도 나중에 개선될 수 있으므로 전면금지보다는 현재 시점에서의 ‘사용 유예’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이번 샌프란시스코시 얼굴인식 규제 법규가 미국내 다른 도시로 확대될 수 있을지, 정부 부문을 넘어 민간영역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미국와 한국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페이스북의 얼굴 인식과 사진 자동 태깅 기술은 독일 등 유럽에서는 프라이버시 침해를 이유로 서비스되지 못한다.

얼굴인식, 인공지능 기술의 성배이자 플루토늄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는 가공할 기술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정보기술의 본고장에서도 시작했다는 것은 일단 괄목할 진전이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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