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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미래

사상 첫 우주 공장 실험…‘메이드 인 스페이스’ 시대 오나

등록 2023-06-15 10:00수정 2023-06-18 07:08

미 기업, 우주 제조 위성 쏘아올려
첫 시험 대상은 항바이러스 의약품
저궤도서 약물 만든 뒤 한달후 귀환
지구 저궤도를 돌면서 우주 제조 실험을 하고 있는 바르다의 위성 ‘더블유-시리즈원’(W-Series 1) 상상도. 바르다 제공
지구 저궤도를 돌면서 우주 제조 실험을 하고 있는 바르다의 위성 ‘더블유-시리즈원’(W-Series 1) 상상도. 바르다 제공
사상 최초의 우주 공장 실험이 시작됐다. ‘메이드 인 스페이스’를 시험하는 첫 품목은 의약품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신생기업 바르다 스페이스 인더스트리(Varda Space Industries, 이하 바르다)는 지난 12일(현지시각) 우주공장을 실험할 첫번째 위성 ‘더블유-시리즈 원’(W-Series 1)을 미국 캘리포니아 반덴버그우주군기지 발사장에서 스페이스엑스의 로켓에 실어 고도 500km의 저궤도에 올려보냈다.

이날 발사는 스페이스엑스가 운영하는 소형 위성 합승 발사 프로그램 `트랜스포터'의 8번째 임무였다. 바르다 위성을 포함해 72개의 위성이 함께 우주로 날아갔다.

무게 300kg의 이 위성에는 소형발사체 전문기업 로켓랩이 제작한 우주선 포톤과 제조용 캡슐, 지구 궤도 재진입용 캡슐이 실려 있다. 포톤의 역할은 의약품 제조 실험이 이뤄질 120kg짜리 캡슐에 전력과 통신, 추진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지구 중력(왼쪽)과 미세중력(오른쪽)에서의 불꽃 모양 비교. 바르다 제공
지구 중력(왼쪽)과 미세중력(오른쪽)에서의 불꽃 모양 비교. 바르다 제공
중력의 방해 없어 정밀 제조 가능

바르다의 목표는 미세중력 환경을 이용해 지상에서는 만들기 어려운 약물을 제조하는 것이다. 이번 비행에선 애초 후천성면역결핍증(HIV/AID) 치료제로 사용되다가 최근 코로나19 치료제인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의 첨가제로 쓰이는 항바이러스제 리토나비르의 결정을 우주에서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시험한다.

미세중력 환경의 우주에서 의약품을 연구하고 제조하는 이유는 지구 중력의 영향을 받는 지구에서보다 더 더양한 단백질 결정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에선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아 대류, 침강 등의 현상 없이 정밀하게 물질의 입자를 제어하고 결정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

예컨대 제약 대기업 머크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수행한 실험을 통해 항암제 키트루다에 사용되는 면역관문억제제 펨브롤리주맙을 우주에서 만들 경우 지금의 정맥주사 방식보다 훨씬 쉽게 투여할 수 있는 약물로 만들 수 있다는 걸 발견했다.

지구 대기권 재진입을 위해 우주선에서 분리되고 있는 우주 제조 캡슐 상상도. 바르다 제공
지구 대기권 재진입을 위해 우주선에서 분리되고 있는 우주 제조 캡슐 상상도. 바르다 제공
“성공 확률은 동전 던지기보다 나을 것”

한 달간에 걸친 실험이 완료되면 캡슐은 7월 중순 우주에서 제조한 의약품을 싣고 지구로 돌아온다.

캡슐은 음속의 25배인 시속 3만1천km의 속도로 지구 대기권에 재진입한 뒤 낙하산을 펴고 유타 사막의 미 공군 사격장 부지에 착륙할 예정이다. 역추진기를 이용해 속도를 늦추기는 하지만 고도 40km까지는 음속 5배 이상의 빠른 속도로 낙하하다 시속 270km로 떨어지는 고도 10km 상공에서 낙하산을 편다. 모든 과정은 사람의 개입 없이 자동화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바르다의 최고경영자 윌 브루이는 이번 실험이 성공할 확률에 대해 <시엔엔>에 “아마도 90%는 안될 것이지만 동전 던지기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 제조를 마친 캡슐은 음속의 25배 이상 속도로 지구 대기권에 진입한다. 바르다 제공
우주 제조를 마친 캡슐은 음속의 25배 이상 속도로 지구 대기권에 진입한다. 바르다 제공
6~7년간은 약물 제조에 집중

바르다는 스페이스엑스의 화물우주선 엔지니어 출신인 브루이와 벤터캐피탈업체인 파운더스 펀드 출신의 딜리엔 아스파로호프가 우주 제조 기업을 목표로 2020년 12월 공동설립한 회사다. 불과 3년도 안 돼 1억달러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하고 6300㎡의 공장과 위성까지 보유한 회사로 성장했다.

이는 다른 선발 우주기업과 연구자들이 닦아놓은 우주 기술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주선을 우주로 보내는 것은 스페이스엑스가 운영 중인 소형 위성 합승 발사 프로그램 ‘트랜스포터’를 활용하면 됐다. 바르다 우주선(총 300kg)을 보내는 데는 200만달러면 충분했다. 시티그룹 보고서는 인공위성 발사 비용은 1980년대와 비교하면 30배 이상 낮아진 것으로 추정한다.

지구 궤도 재진입 캡슐과 우주 제조용 캡슐도 이미 앞선 연구자들이 기술 시험을 마치거나 검증한 것을 활용해 제작할 수 있었다. 브루이 대표는 “바르다의 모든 퍼즐 조각은 이미 이전에 갖춰져 있었다”며 바르다의 처지를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는 것’에 비유했다.

이 회사는 애초 우주제조 품목으로 광섬유 케이블, 반도체 등 다양한 제품군을 설정했으나 앞으로 상당 기간은 단위 중량당 가치가 가장 높은 의약품 제조에 집중할 계획이다. 브루이 대표는 “앞으로 6~7년간 다른 제품을 제조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바르다는 계획대로라면 올해 말 두번째 시험을 시작한다.

바르다는 투자금 가운데 지금까지 4천만달러를 지출했다. 현재의 자금으로는 앞으로 최대 4번까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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