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캘리포니아공대 연구진이 고도 550km 상공에 띄운 우주태양광발전 시연기 중 하나인 무선 전력 전송 장치 ‘메이플’의 내부. 송신기(오른쪽)와 수신기(왼쪽) 사이의 거리는 30cm이며, 전구에 불이 들어왔다. 칼텍 제공
우주에서 태양광을 이용해 만든 전기를 무선으로 지구에 전송하는 우주태양광발전 실험이 첫 성공을 거두었다.
미 캘리포니아공대(칼텍)는 지난 1월 고도 550km의 저궤도 상공에 쏘아 올린 우주태양광발전 시제품
‘우주태양광전력시연기’(SSPD)가 마이크로파로 변환해 보낸 전기 신호를 이 대학 고든및베티무어공학연구소 옥상에 설치한 수신기가 감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실험은 50kg의 시연기에서 진행하는 세 가지 실험 중 첫번째로, 지난 5월22일 시연기에 탑재된 마이크로파 무선 전력 전송 장치 ‘메이플’(MAPLE)을 통해 이뤄졌다.
프로젝트 공동책임자인 알리 하지미리 교수(전기공학·의공학)는 “실험을 통해 메이플이 전기를 우주에 있는 수신기에 성공적으로 전송할 수 있다는 걸 확인했으며, 이 에너지를 지구로 보낼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한 결과 이 전기신호를 칼텍에서 감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메이플은 연구진이 개발한 전자 칩으로 구동되며 소재는 가벼운 실리콘이다. 메이플 내에는 태양에너지를 보내고 받는 송신기와 수신기가 1피트(30cm)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다. 연구진은 이 송수신기를 이용해 메이플 안에 있는 2개의 엘이디 전구를 켜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이 연구소 건물 옥상에서 메이플에서 보낸 전기를 확인하고 있다. 칼텍 제공
우주에선 8배 더 많은 전기 생산 가능
메이플에는 또 에너지를 지구와 같은 외부의 표적에 보낼 수 있는 창이 있는데, 칼텍 옥상 수신기가 받은 신호를 분석한 결과 예상된 시간과 주파수에 수신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우주태양광발전 시연기에는 이것 말고도 2개의 실험 장치가 있다. 첫째는 태양광발전 위성의 구조를 시험하는 가로-세로 1.8m 크기의 모듈 ‘돌체’(DOLCE), 둘째는 가혹한 우주 환경을 얼마나 견뎌낼지를 시험하는 32가지 유형의 광전지 ‘알바’(ALBA)이다. 알바 시험은 현재 진행 중이며, 돌체 시험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우주태양광발전의 가장 큰 매력은 연중 내내 하루 24시간 햇빛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우주에선 햇빛을 반사시키는 공기 입자나 구름이 없어 훨씬 더 큰 에너지를 받을 수 있다. 연구진은 우주태양광발전은 지상의 태양광발전보다 8배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주태양광발전의 전력 송신기용 안테나 시제품. 유연하게 구부릴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칼텍 제공
지상 어디든 보낼 수 있어…에너지 민주화 가능
우주태양광발전이 실현되면 태양광발전 군집위성을 우주에 쏘아올린 뒤, 태양광을 수집해 전기로 바꾼 다음 다시 마이크로파로 변환해서 전기가 필요한 곳에 무선으로 보내주게 된다.
하지미리 교수는 보도자료에서 “인터넷이 정보 접근을 민주화했던 것처럼 무선 에너지 전송은 에너지 접근을 민주화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우주태양광전기를 이용하는 데는 별도의 지상 송전시설이 필요하지 않다”며 “이는 외딴 지역, 또는 전쟁이나 자연재해로 황폐화된 지역에도 에너지를 보낼 수 있다는 걸 뜻한다”고 덧붙였다.
칼텍은 2013년 부동산개발업체 어바인 컴퍼니 회장이자 칼텍 이사인 도널드 브렌의 기부금을 기반으로 우주태양광발전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2011년 과학대중잡지 ‘포퓰러 사이언스’에 실린 우주태양광발전 기사를 보고 이 분야의 잠재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칼텍은 브렌의 기부금이 최종적으로 1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2025년 첫 전송 실험 계획
우주태양광발전은 유럽과 일본, 중국 등에서도 활발히 연구 중이다. 이 가운데선 2030년대 중반까지 우주태양광발전을 상용화한다는일본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일본은 최근 민관협력을 통해 2025년까지 우주태양광발전의 첫 전송시험을 시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에서는 교토대가 중심이 돼 2009년부터 우주태양광발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교토대 연구진은 2015년 50m 거리에 있는 전기주전자에 1.8kw의 전기를 무선으로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