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가 7일 저녁 부산진구 선거사무소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의원들과 함께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엠비(MB)맨의 화려한 복귀.’
박형준(61)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는 7일 밤 10시4분께 사실상 당선을 확정 지었다. 이 시각 상대였던 김영춘(59)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패배 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밤 10시30분까지 19.9%의 개표가 진행된 상황에서 박 후보는 63.3%의 득표율을 기록해 34.0%를 기록한 김 후보를 크게 앞서고 있다. 앞서 저녁 8시15분께 나온 방송 3사 공동 출구조사에서도 그는 64%의 예측득표율로 33%를 기록한 김 후보를 멀찍이 따돌렸다. 출구조사 발표 직후 그는 “현장에서 느낀 민심이 출구조사에서 반영됐다. 잘하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예비후보 때부터 여야 후보를 통틀어 모든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렸다. 김 후보와 사실상의 일대일 구도가 된 뒤에도 10~20%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부동산값 폭등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을 계기로 정권심판론이 크게 불었다는 점이 그에게는 호재였다. 민주당 소속 오거돈 부산시장의 여성 직원 성추행 인정에 따른 사퇴로 치러진 보궐선거인 만큼 ‘여당 원죄론’도 그에겐 날개를 달아줬다. 선거운동원들도 거리 선거운동에서 자신감이 넘쳤다.
대학(고려대 사회학과) 시절 유명한 좌파 이론가로 활동했던 박 후보는 1990년대 초반 부산 동아대 사회학과 교수로 부임한 뒤 시민단체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정치·사회활동을 시작했다. 2004년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뒤 박근혜 후보와 경쟁하던 이명박 전 대통령 캠프에 몸담아 경선과 대선 승리를 일궜다. 그 기세로 이명박 대통령 집권 초기인 2008년 한나라당 공천을 다시 받아 재선에 도전했지만 친박근혜계를 표방한 유재중 후보에게 졌다. 스스로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회에서 적극 활동을 했는데 정권 출범 초기에 치러진 총선에서 낙마해 큰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권토중래를 노리던 그는 2012년 총선에서 같은 지역구에 다시 도전했으나 이번엔 새누리당 공천을 받지 못했다. “친이계인 나를 공천권을 쥔 친박근혜계가 배제했다”고 성토하며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으나 결국 큰 표 차이로 패해 눈물을 삼켜야 했다.
이후 부산 동아대 교수로 복귀한 그는 매주 서울을 오가는 수고를 마다치 않고 종합편성채널에 보수논객으로 고정 출연했다. 전국적 인지도를 쌓았고 ‘합리적 보수’ 이미지를 강화해왔다.
13년 만에 부산시장으로서 선출직 공직자로 복귀하는 게 확실시되지만, 상처도 적지 않다. 네거티브 선거전에서 터져 나온 각종 의혹이 부담으로 남게 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제기한 △엘시티 분양권 특혜 매입 의혹 △딸 홍익대 미대 편입학 비리 의혹 △이명박 정부 민간인 사찰 연루 의혹 등은 선거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그가 다져온 ‘합리적 보수’라는 이미지를 훼손했다. 고소·고발에 따른 수사도 향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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