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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말,말,말의 전쟁…4.7 선거 최고 ‘화제의 말’은

등록 2021-04-07 04:59수정 2021-04-07 11:09

[4·7선거 말말말] “기억 앞에서 겸손해야” “존재 자체가 거짓말”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5일 서울 동작구 장승배기역 앞에서 기호 2번을 손가락으로 만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5일 서울 동작구 장승배기역 앞에서 기호 2번을 손가락으로 만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는 말의 싸움이다. 4·7 보궐선거에서도 말폭탄이 쏟아졌다. 잘 드는 면도칼처럼 정곡을 찌르는 촌철살인도 있었지만 편견을 강화하거나 오해를 키워 꼬투리가 잡힌 말들이 더 많았다.

선거전 초반만 해도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구설수에 자주올랐다. 한창 출마 여부를 놓고 저울질하던 올초, 오 후보는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혀 ‘조건부 불출마’로 입길에 올랐다. 오 후보의 이상한 ‘출마 선언’으로부터 20여일 뒤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였던 이언주 전 의원이 또다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사퇴하겠다”고 말해 ‘조건부 불출마 2탄’을 날렸다. 오 후보는 지난 2월엔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북한 지역 원전 건설 추진’ 문건에서 문서 버전을 뜻하는 ‘브이’(v)를 놓고 “대통령을 뜻하는 ‘VIP’의 약어”라고 말했다가 조롱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오 후보는 유튜브 공약 홍보 게임 ‘V-서울’을 발표하며 ‘셀프 디스’의 여유를 보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아줌마’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그는 지난달 22일 부동산이 없는 자신과, 남편이 일본에 아파트를 소유한 박 후보를 대비시키며 “(시장 선거에서) 도쿄에 아파트 가진 아줌마는 충분히 상대 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서 “퀴어축제를 거부할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던 안 대표는 4선의 여성 중진 의원을 ‘아줌마’라고 말해 시대에 뒤처진 성차별적 표현을 썼다는 비판을 받았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막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오 후보를 공격하면서 ‘쓰레기’라는 표현을 쓴 윤호중 민주당 의원(“내곡동 땅 뻔히 알면서 거짓말하는 후보는 쓰레기입니까, 아닙니까. 자기가 내곡동땅 개발승인계획 해놓고 안 했다고 하는 후보는 쓰레기입니까, 아닙니까? 쓰레기입니다”), 부산의 쇠락한 경제를 가리켜 ‘말기 암환자’에 빗댄 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요즘 3기 암환자는 수술 잘하고 치료 잘하면 회복하고 충분히 잘 살 수 있다. 그런데 말만 앞세우는 훈수꾼, 훈수 전문가가 수술을 맡으면 그 환자는 죽을 수 있다. 제가 3기 암환자 신세인 부산을 살려내는 유능한 사람”), 문 대통령을 ‘중증치매환자’라고 말한 오 후보(“문재인 대통령이) 집값이 아무 문제 없다, 전국적으로 집값이 안정돼 있다고 1년 전 넋두리 같은 소리를 했다. 제가 연설할 때 무슨 중증 치매 환자도 아니고라고 지적했더니 과한 표현이라고 한다. 야당이 그 정도 말도 못 하나”) 발언 등이 논란을 빚었다. 비판이 거세지자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도부 모두 ‘막말 주의보’를 내리기에 이르렀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가 4일 오후 부산 중구 광복로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가 4일 오후 부산 중구 광복로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막판까지 민주당이 집중적으로 공격한 오 후보의 ‘내곡동 의혹’은 “기억 앞에 겸손해야 한다”는 아리송한 발언을 낳았다. 지난달 29일 티브이(TV) 토론회에서 박 후보가 내곡동 측량 현장에 가지 않았냐고 몰아붙이자, 오 후보는 “안 갔다. 그러나 기억 앞에서는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갔냐 안 갔냐 ‘팩트’에 즉답하지 않고 자신의 기억이 부정확할 수 있음을 내비쳐 또다른 거짓말 논란을 낳았다.

선거전이 막판에 치달을수록 박 후보와 오 후보의 표현 수위도 점차 높아졌다. 지난 5일 마지막 티브이 토론회에서 박 후보는 오 후보의 거짓말을 강조하며 “MB와 한 세트”라고 했고, 오 후보는 민주당이 당헌당규를 개정해 후보를 낸 사실을 가리켜 “박 후보는 존재 자체가 거짓말”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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