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16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동작구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야권 후보를 겨냥해 “오세훈 후보, 진실을 말하지 않는 자, 엠비(MB·이명박)와 똑 닮았다”, “안철수 후보, 행정 경험이 없어서 핵심을 짚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박 후보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빌딩에 차려친 선거 캠프에서 기자들을 만나 전날 있었던 오세훈-안철수 후보의 텔레비전 토론회를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박 후보는 내곡동 땅 투기 의혹에 대한 오 후보의 토론 답변에 대해 “과거 엠비한테 비비케이(BBK) 문제와 관련해 ‘마프펀드’를 아느냐고 질문했더니 (이명박 전 대통령이) ‘뭐라고요? 마포 해장국이요?’ 이렇게 넘어간 부분이 연상된다”며 “(오 후보의 내곡동 의혹은) 엠비의 도곡동 땅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그렇게 연상되는 상황이다”, “오 후보는 진실을 말하지 않고 엠비와 똑 닮은 행태를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박 후보는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도 “오 후보가 또 다시 구렁이 담 넘어가듯 설명했는데 이걸 짚지를 못하고 그냥 넘어간다. 핵심을 짚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후보는 “(오 후보가) 국장 전결이었다면서 빠져나가는데, (이에 대해 안 후보는) 행정 경험이 없기 때문에 행정을 짚지 못했다. 분명 (오 후보가) ‘셀프 보상’을 받은 이해충돌인데, 이와 관련한 질문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결국 핵심을 짚지 못한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준 토론이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후보는 야권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의 피해자가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야권이 이 문제를 선거 전 정치 공세에 활용하려는 현 상황을 어떻게 풀어갈 지를 묻는 말에 “(피해자가) 오늘 회견하시는 걸 잘 보고 답변을 드리는 게 맞는 듯 하다. 참 죄송한 일이기 때문에 제가 그만큼 더 잘해야 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 후보는 “이런 죄송한 일이 서울시에서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첫 여성 시장으로서 두배로 겸손하게 겸허하게 서울시민을 잘 모시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울시장 취임 뒤 곧바로 ‘착한 임대인 지원 조례’를 제정해 ‘화끈 임대료 지원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은 상대로 임대인이 임차인한테 임대료 30%를 감면해주면 감면액의 절반인 15%를 서울시가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를 이용하는 임대인은 정부의 착한 임대인 세액 공제(50∼70%)도 적용받을 수 있다. 박 후보는 “서울 평균 임대료가 165만원이다. 거기에 (서울시가) 15%를 지원하면 소요 예산이 약 829억원 된다. 서울시가 충분히 재정으로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 후보는 국회에서 추진 중인 코로나 손실보상제와 관련해 “코로나는 천재지변처럼 경제에 충격을 주기 때문에 소급 적용을 검토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겠는가”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또한, 박 후보는 미국에서 시행하는 급여보호프로그램(PPP) 제도를 서울에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코로나19 확산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개인들한테 무료 또는 낮은 이자, 무담보 등으로 대출을 해주는 제도다. 지난해 4월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입는 500명 이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소규모 업체들이 직원들의 임금 지급, 은행 대출금 상환, 임차료 납부 등에 사용할수 있도록 미 중소기업청(SBA)을 통해 자금을 대출해주는 방싟이다. 특정 기간 안에 대출금의 일정비율(75%) 이상을 직원 임금 지급에 사용하고 직원 수와 급여 수준을 유지하는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대출 상환의무를 면제 해주기도 한다. 앞서 소상공인과 청년들한테 최대 5000만원을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화끈 대출’ 정책을 공약한 바 있는 박 후보는 “소상공인, 청년 창업자들이 이 대출금을 노동자 급여에 사용하는 경우 일정 기간 상환을 면제하는 방안도 고려해 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오세훈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 후보가 자신을 ‘엠비 닮은 꼴’이라고 한 데 대해 “박영선 후보는 (독일 나치 정권의 선전을 담당한) 괴벨스 같다. 괴벨스가 ‘흑색 선전은 한마디만 하면 된다. 상대방은 그걸 해명하려면 여러 장의 문서와 여러 말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그렇게 해서 기를 빼놓고 시간을 뺏는 것이다”며 “(박 후보의) 말을 듣고 괴벨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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