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 양이 안치된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추모 메시지와 꽃들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생후 16개월 아기가 양부모 학대로 숨진 이른바 ‘정인이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여야가 이번 임시국회에서 아동학대방지법을 처리하기로 5일 의견을 모았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아동학대 대응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충격적인 아동학대 범죄가 근절되지 않고 있어 송구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보호시설 확충과 입양 관련 절차 보완 등 관련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여야는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정인이 사건’ 관련 법안을 신속하게 논의한 뒤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8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아동학대처벌법과 관련 민법을 임시국회 내 조속히 처리하자고 제안했고, 민주당이 흔쾌히 화답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도 “관련 법안이 40개 정도 제출돼 있는데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7일까지 논의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법사위에는 아동학대의 형량을 강화하는 여러건의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법무부도 아동에 대한 부모의 ‘징계권’ 조항을 삭제해 ‘자녀 체벌’을 명확히 금지하는 민법 개정안을 지난해 10월 발의한 바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추가경정(추경) 예산안을 편성할 때 아동학대를 예방·감독하는 인력과 보호시설을 늘리기 위한 예산의 반영도 검토하기로 했다. 전담요원과 전문보호기관 지원을 늘리고, 학대 피해 아동을 보호자에게서 떼어내 보호하는 쉼터를 증설하겠다는 취지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입법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예방을 위해서는 예산과 전문적인 인력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열린 긴급 관계장관회의에서 정세균 총리는 “아동학대 가해자를 강력하게 처벌하기 위해 양형기준 상향을 법원에 요청하고, 입양 절차 전반에 걸쳐 공적 책임을 한층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날 회의 결과에 따라 정부는 △예비양부모 검증을 강화하고 △입양 후 초기 사후관리 등 입양에 대한 당국의 공적 책임도 추가로 강화하기로 했다. 이 밖에 △올해 안 전국 모든 시군구에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664명 배치 △약사, 위탁가정 부모 등 직군을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로 추가 △경찰·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조사 과정에서 출입할 수 있는 장소 범위 확대를 위한 아동학대처벌법 개정 △두차례 이상 반복 신고된 사건에 대한 경찰 사후점검 정례화 △경찰청에 아동학대 총괄 부서 신설 등의 대책을 내놨다. 이날 논의된 내용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이번주 안에 사회부총리가 주재하는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확정 발표될 예정이다.
서영지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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