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컷’으로 보는 공수처법 개정안 법사위 통과 순간
[국회 현장] 한겨레 기자들이 들려주는 생생한 현장 이야기
오늘은 제법 바람이 찬 날이네요. 모두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정기국회 종료를 하루 앞둔 8일, 국회는 바깥 바람의 온도와 다르게 흘러갔습니다. 정치는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니 충돌이 불가피하지만, 오늘은 여야가 부딪히는 열기가 뜨거운 날이었죠. 더불어민주당은 ‘개혁입법’이라고 이름 붙인 과제를 위해 가속도를 밟았고, 국민의힘은 ‘입법 저지’ 행동에 나섰습니다. 그 가운데 여야가 첨예하게 맞붙는 법안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을 다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 앞엔 이른 아침부터 여야 의원, 취재진으로 북적였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회의장 앞 현장이 어땠는지 보실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어제(7일) 더불어민주당이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공수처법 개정안 의결을 시도하자, 상임위 이견을 조정하는 안건조정위 소집을 바로 신청했죠. 그 안건위 회의가 오늘 오전에 열렸는데, 그 현장에 주호영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들이 모이는 모습입니다. ‘의회독재’ ‘공수처법 저지’라고 적힌 팻말도 보이네요. 하지만 범여권 4명(민주당 3명, 열린민주당 1명)과 국민의힘 2명으로 구성된 안건조정위는 범여권의 수적 우위 속에 공수처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곧바로 법사위 전체회의로 넘겼습니다.
아래 사진은 법사위 전체회의장 모습입니다. 민주당 법사위원 중심으로 공수처법 개정안을 의결하려고 하자, 검정색 마스크를 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민주당 소속 윤호중 법사위원장의 손을 잡으며 막아세우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의사봉이 날아가는 모습이 사진에 잡혔네요. 국회법에는 안건이 의결될 때, ‘의사봉을 세 번 쳐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의사봉을 두드리는 행위가 ‘의결이 이뤄졌다’는 상징성을 갖기 때문에, 그런 정치적 의미를 막기 위해 국민의힘 지도부까지 나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회의장으로 넓혀보니,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일어선 모습이 보입니다. 아래 사진 오른쪽부터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 김남국·김용민·김종민 의원 등이 서 있군요. 현장을 지켜본 우리 취재 기자가 쓴 기사를 보니, 윤호중 위원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거센 반발에 “토론할 상황이 아니라서 토론을 종결하겠다”며 ‘기립 표결’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민주당 의원들이 일어서서 공수처법 개정안 찬성을 표시하고 있는 거고요. 이때 국민의힘 의원들은 “날치기도 이런 날치기가 없다”며 소리를 질렀다고 합니다. 사진을 보면, 국민의힘 의원들이 민주당을 향해 손을 뻗어 항의하고 있습니다. 장제원 의원은 상당히 격앙된 표정이네요.
아까 윤 위원장 손에 들어가지 못했던 의사봉이 건네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의사봉이 전달되고 있기는 한데, 자세히 보니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윤 위원장의 오른손을 붙잡고 있습니다. 이 사진에선 볼 수 없지만 윤 위원장은 주호영 원내대표가 오른손을 놔두지 않자, 왼손으로 의사봉을 쥐고 책상을 세 번 두드려 가결을 선포했다고 합니다.
이제 공수처법 개정안은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의 의결 조건(의결 정족수)을 애초 ‘7명 가운데 6명 이상’에서 ‘3분의 2 이상’으로 낮추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의결 조건을 ‘5명 찬성 이상’으로 바꾼다는 뜻입니다. 그간 추천위원 7명 가운데 국민의힘 몫 위원 2명이 공수처장 후보를 2명으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거부권(비토권)을 계속 행사하며 의결을 막자, 야당 몫 위원의 찬성 없이도 의결이 가능한 조건으로 바꾼 것입니다. ‘야당 거부권’을 사실상 없애는 이 부분에 대한 야당의 반발이 상당히 큰 상황입니다. 개정안은 또 공수처 검사의 자격을 ‘변호사 자격 10년 이상’에서 ‘변호사 자격 7년 이상’으로 완화하는 내용도 담았습니다. 이제 공수처법 개정안을 둘러싼 법사위 상황은 끝났습니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이 법사위 회의장을 빠져나오고 있습니다. ‘의회독재’란 말이 적힌 팻말을 손에 쥐고 나오고 있네요.
그리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회의장을 나서고 있습니다. 검찰 개혁 관련 중요한 법안인 만큼, 법무부 장관도 전체회의에 참석했던 것이죠. 여권에선 공수처 정상 출범 등 검찰개혁의 제도적 성과가 마련된 뒤에 추 장관의 교체 등 퇴로가 열릴 것이란 이야기도 나옵니다. 공수처 출범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이지만, 추 장관의 거취와도 연결된 사안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자, 이제 공수처법 개정안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본회의에 올라갈 예정입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등으로 맞대응한다고 합니다. 찬바람이 휘감을 내일도 여야의 뜨거운 충돌이 예상되네요.
[국회 현장 바로가기]
▶바로가기 : 사참위법도 의결하나…국힘 ‘안건조정’에도 민주당 ‘속속 의결’
https://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973243.html
▶바로가기 : 공수처법 기립 표결 직전, 의사봉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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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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