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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코로나19, 한국 정치권 ‘기본소득 논의’ 활성화 계기 될까

등록 2020-03-13 19:40수정 2020-03-14 14:40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에서 ‘코로나19 파급 영향 최소화와 조기 극복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에서 ‘코로나19 파급 영향 최소화와 조기 극복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개인이 월 1천달러의 기본소득을 받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지 한번 생각해봅시다. 가족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고, 졸업률이 높아지고, 스트레스가 낮아지고, 가정폭력이 줄어들 겁니다. 공동체에서 알게 모르게 행해지는 값진 노동이 인정받게 될 것입니다.”

지난해 8월, 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에서 연설에 나선 민주당 대통령 경선 후보 앤드루 양의 발언에 청중석에서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습니다. ‘아무런 조건 없이 모든 개인에게 월 1천달러를 지급한다.’ 바로 ‘보편적 기본소득’ 개념입니다. 앤드루 양은 지난 2월 후보직에서 사퇴했지만, 자본주의의 심장으로 일컬어지는 미국 사회에서 기본소득 논의를 공론장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정치팀 황금비입니다. 지난해 앤드루 양의 연설 영상을 유튜브로 보면서 한국 정치에서는 언제쯤 ‘기본소득’이 의미 있는 의제로 등장할지 늘 궁금했습니다. 서구 일부 나라에서 기본소득이 시범 실시되고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소수 진보정당 중심의 의제로만 머물러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 사태가 확산하고, 이를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이 논의되면서 ‘기본소득’이라는 단어가 우리나라 정치권에서도 잇따라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첫 불씨는 원외정당인 기본소득당과 시대전환이 댕겼습니다. 이들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던 지난달 25일 대구와 경북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설정해, 30만원의 ‘긴급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제안했습니다. 3월 들어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전면에 나서 기본소득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한시적 재난기본소득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데 이어, 이틀 뒤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모든 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 100만원을 일시적으로 지원할 것을 정부와 국회에 제안한다”고 했습니다.

기본소득 요구는 원내로도 이어졌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 9일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누가 더 피해를 보았는지, 얼마나 보았는지를 특정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다. 이 지역 주민에게 1인당 100만원씩 지급할 수 있는 재난기본소득을 추경에 편성하자”고 주장했습니다. 김영춘 민주당 의원도 11일 “코로나19로 생계 위기를 겪는 국민을 대상으로 ‘재난구조수당’ 1인당 100만원 지급에 찬성한다”고 밝혔습니다.

‘전국적으로’ ‘대구·경북 지역만’ ‘30만원·50만원·100만원’. 지급 금액도 방식도 제각각이지만, 기본소득 논의가 활성화한 배경은 명료합니다. 바로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지금이 기본소득이 가장 필요하면서도 효용성을 실험해보기에 적절한 시기라는 점입니다. 원래 기본소득의 정의는 ‘모든 구성원에게 아무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소득’으로, ‘무조건성’과 ‘정기성’, ‘지속가능성’이 핵심 요소입니다. 다만 이를 바로 도입하긴 어려우니 한시적인 재난 상황을 맞아 피해가 집중된 산업이나 지역을 대상으로 직접 지원을 확대하자는 것이 ‘재난기본소득’의 취지입니다. 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김부겸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편적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위해서라도, 대구·경북 지역 취약계층에 대한 실험적 적용은 지극히 합당하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정부·여당은 이번 추경에서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하긴 어렵다는 태도입니다. 기본소득 실시를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사회적 논의가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다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포함한 추경 심사 전반에서 기본소득 논의가 번지면서 피해 계층에 대한 직접 지원을 확대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제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은 지난 12일 서울시가 제안한 ‘재난긴급생활비’(중위소득 이하 가구에 한시적 생활비 지급)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 부서와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코로나19로 떠오른 한시적 재난기본소득 지급 논의가 과연 사회 불평등 해소를 위한 기본소득 도입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가 누리집에 설명하고 있는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끝으로 글을 맺겠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기본소득의 기본 취지에 공감하는지 생각해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기본소득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필요하다. 현재의 불안정 노동 체제로는 ‘일자리=생존’이라는 등식을 더이상 보장할 수 없을뿐더러, 생태적 위기로 인해 물질적 성장 지향 사회가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황금비 정치팀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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