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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폰터뷰] 김홍걸 “김정은, 문재인 정부에 격노한 이유는…”

등록 2020-03-12 15:59수정 2020-03-13 08:36

“2018년 남북정상회담 뒤 개성공단·금강산 안 열려 북측 당황”
“북측 관계자 ‘문 대통령이 북 지도자·인민 모두 속였다’며 분통”
“김정은은 냉혹한 실용주의자, 민족주의자 김정일과 달라”
“태영호씨 강남갑 공천, 미래통합당이 강남 무시한 처사”
“총선 출마…DJ 뜻을 이어 남북경협·평화 이뤄낼 것”

상대가 오락가락한 모습을 보이면 당황스럽기 마련이다. 요즘 북한이 그렇다.

지난 2일 북한은 단거리 발사체를 쐈다. 이에 청와대가 중단을 촉구하자 3일 김여정 제1부부장은 “남쪽 청와대에서 ‘강한 유감’이니 ‘중단 요구’니 하는 소리가 들려온 것은 실로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청와대를 `겁먹은 개’로 비유하는 `막말’ 담화를 발표한다. 그러나 바로 그 다음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을 위로하는 친서를 보낸다.

하루라는 시간 차를 두고 남매의 엇갈린 반응 속에 문 대통령은 이에 감사를 표하는 답신을 5일 보냈지만, 북한은 ‘친서’를 보낸 지 나흘 만에 또 발사체를 쐈다.

냉탕과 온탕을 갈아타는 북한의 ‘두 얼굴 외교’, 본심은 무엇일까? 〈폰터뷰〉 제작진은 10일 ‘북한 전문가’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에게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 다음은 김 의장과의 일문일답

Q. 북한이 열흘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오락가락하는 반응이다. 어떻게 보나?

A. “최근 북한 내 분위기가 굉장히 침체돼 있다. 때문에 `내부 결속’용으로 (단거리 발사체 발사 실험을)했을 가능성이 있다. 일종의 내부 결속용이다. 인민에게 `한국,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우리 계획대로 하겠다. 기죽을 필요 없다’는 일종의 선언인 셈이다. `비핵화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경제 건설은 지지부진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스스로 지켜낼 힘이 있다’는 뜻을 대외적으로도 드러내고 싶은 생각이 있지 않겠나.”

한겨레TV. 폰터뷰 화면 갈무리
한겨레TV. 폰터뷰 화면 갈무리

Q.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지난 3일 밤, 우리 정부에 대해 담화문을 처음으로 냈다. 원색적 표현으로 비판의 날을 세웠는데, 이런 ‘센’ 발언을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A. “알다시피 그 사람들의 화법이 원래 그렇다. 점잖게 돌려 이야기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말해야 상대가 알아듣는다고 생각해서 그렇다.

특히 김여정 부부장이 우리 정부가 내놓은 담화문에 항의한 것은 `우리가 다 이유가 있어서 (발사체 실험을)하는 것이고 너희도 대충 그 이유를 알면서 왜 과민한 반응을 보이느냐’ 이런 식의 항의였던 것 같다.”

Q. 지난 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다.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우리 국민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는 내용이다. 일각에서는 남매가 친서를 통해 역할 분담을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A. “일단 그동안의 남북관계가 좀 얼어붙어 있었지 않나.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태도를 바꿔 `같이 잘해보자’ 이렇게 손을 내밀기도 좀 어색할 거다. 때문에 먼저 김 부부장이 그동안 문재인 정부에 대한 서운함, 불만을 털어놓은 것이다.

이어 김 위원장은 점잖게 한국의 상황을 염려해주는 그런 메시지를 보낸 이유는 북측도 지금 형편이 여러 가지로 안 좋기 때문이다. 한쪽은 좀 세게 말해서 자존심을 세우고 한쪽은 또 부드럽게 손을 내밀면서 `우리 좀 같이 살길을 찾아보자’는 신호를 보낸 거라 할 수 있다.”

Q. 김 위원장의 이번 친서를 통해 기대해볼 수 있는 건 뭘까?

A. “머지않은 시일 내에 남측과 교류를 재개하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이 그것이다.”

Q. 그런데 북한은 ‘친서’를 보낸 지 나흘 만에 또 발사체를 쐈다.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건가?

A. “계획대로 ‘내부를 결속하고 군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 필요한 훈련은 하겠다’는 그런 의지를 보인 거 아니겠나.”

Q. 당초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 유감이라 표명했던 청와대가 9일에는 “강한 우려” “중단 촉구” 표현을 제외하는 등 한층 수위를 낮춘 반응을 보였다. `김 부부장의 지난 담화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냐’며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북한의 `길들이기’에 휘말렸다는 우려도 있다.

A. “글쎄, 우리도 일방적으로 그들을 비난만 할 게 아니다. 그쪽에 `무력으로만 평화가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득하려면 우리도 어떤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 예로 해외에서 첨단무기를 들여온다든가 이런 부분은 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 비핵화만 한다고 해서 평화가 오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남북이 합의해서 재래식 무기도 서서히 줄여가는 상호 군축이 되어야만 진정한 평화가 올 수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한 무기를 개발하고 도입하는 것이라면 어쩔 수 없이 해야겠지만 그런 부분도 북한이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충분히 설득할 필요가 있다. 너희는 무장 해제하고 우리는 무장 강화해도 괜찮다는 `내로남불’식으로 이야기한다면 그 말이 통할 리 없다.”

한겨레TV. 폰터뷰 화면 갈무리
한겨레TV. 폰터뷰 화면 갈무리

Q. 2018년 9월19일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평양시민 15만 명 앞에서 연설하는, 아주 파격적인 남북 화합의 모습을 연출했다. 그 뒤로 남북경협이 빠른 속도로 이뤄질 거라는 장밋빛 기대감이 있었다. 그런데 성과가 어째 지지부진하다.

A. “저도 그때 정상회담에 같이 갔었지만, 사실 그때 분위기가 좋았을 때 우리가 최소 개성공단은 쉽지 않더라도 금강산 관광이라도 재개하지 못했던 게 굉장히 아쉽다. 그때 강력히 밀어붙였다면 상황이 지금과는 달라졌을 거다.”

Q. 그렇게 평양에서 타국의 수장이 연설을 하는 일이 많은 편인가?

A. “그게 처음이었다고 들었다. 과거 냉전시대에 중국이나 소련의 지도자가 북한에 방문했을 때도 군중들 앞에서 연설하게 해준 적은 없었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정말 파격적인 대접을 해준 것이다. 즉 그만큼 우리에게 뭔가 기대하고 있었다는 건데 결국은 그게 다 `갚지 못한 빚’으로 남은 셈이 됐다.”

Q. 북한 입장에서는 (우리 정부에) 뭔가 기대하고 해줬다면, 후폭풍도 있었을 것 같다.

A. “그렇다. 북쪽 사람들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우리 정부가 `자기네 지도자뿐만 아니고 북한의 인민들까지도 속였다’ 그런 식의 강경한 표현을 쓰더라.”

Q. 그렇다면 2018년 남북화합 당시 왜 금강산의 `문’이라도 열지 못했을까?

A. “아무래도 우리 정부가 좀 강하게 치고 나가지 못했던 게 패착이 아니었나 싶다. 미국을 설득하는데 어려움이 좀 있었겠지만, 우기 정부가 그 정도는 유엔 제재를 위반하지 않는 수준의 프로그램을 기획해 진행했으면 되지 않았을까. 아쉬운 일이다.”

Q. 문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남북경협의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는 얘긴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

A. “문 대통령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고 결국 우리 정부 내 외교 안보 당국자들, 문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진이 문제다. 그분들이 좀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줬어야 했다.

모든 일을 문 대통령에게 부담 지우지 말아야 한다. 그때도 관료들이 스스로 적극적으로 치고 나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앞으로라도 문 대통령의 부담을 줄이고, 어려운 일을 직접 책임져 해결하는 모습이 필요할 때다.”

Q. 당시 나름의 고민이 있지 않았을까. 남북정상회담 이후 미국 등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남북경협을 밀어붙였다면 그만큼 반작용도 있었을 텐데, 어떻게 생각하나?

A. “그렇게 눈치만 보다 보면 아무 일도 못한다. 1998년 금강산 관광을 처음 시작했을 때도 미국과 합의가 다 끝난 상황에서 한 게 아니다. 우리가 치고 나갔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다. 결국 어떻게 됐나. 결과가 좋게 나오니까 그에 대해 아무도 시비 걸지 못했다. 지금도 사실 미국이 북한 문제를 풀지 못하고 그냥 방치만 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럴 때 우리가 치고 나가야 한다.”

Q. 김 위원장도 당시 남북경협 등을 바라고 있었다고 보는가?

A. “분명히 그런 기대를 했기 때문에 문 대통령과 우리 대표단에게 파격적인 환대를 해준 것이다.”

Q. 그렇게 북측이 기대하는 바가 컸다면, 남북정상회담 이후 개성공단 재개 등 실질적으로 남북경협이 이뤄지지 않자 북한 내부서 실망감이 역력했을 것 같다.

A. “물론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그런 상황을 굉장히 불쾌하게 생각하고 `남측과 한동안 상대치 마라’ 이런 식으로 지시를 내려버리니까 대남사업을 하는 사람들도 꼼짝 못하게 됐다. 지난 1년간 남북관계가 얼어붙어 있는 게 다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본다.”

한겨레TV. 폰터뷰 화면 갈무리
한겨레TV. 폰터뷰 화면 갈무리

Q. 김 위원장은 어떤 성격의 인물인가?

A. “김정일 위원장이나 김일성 주석의 경우 옛날 세대였기 때문에 `민족’이라든가 `의리’ 같은 걸 소중히 여기는 성향이 있었다. 반면 김정은 위원장은 어렸을 때부터 좀 곱게 자랐고, 또 20대 후반에 갑자기 지도자가 된 사람 아닙니까. 어떻게 보면 재벌3세와 비슷한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좀 현실주의적이고 냉정한 실용주의자라고 보면 된다.

`과거에 상대가 자신에게 어떤 일을 해줬는가’보다는 `지금 당장 당신이 내게 뭘 해줄 수 있느냐’를 놓고 평가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해주는 식이다. 한마디로 굉장히 현실적인 성향이 강한 편이다.”

Q.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김 위원장은 받은 만큼 보답하는 사람으로 보면 될까?

A. “그렇다. 어찌 보면 우리에게 `양날의 칼’이다, 김 위원장이라는 사람은.”

Q. 어떻게 풀어야 할까?

A. “북은 타국과의 관계와는 전혀 다른 특수성이 있다. 우선 북한이 정상 국가의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우리가 유도해야 한다는 게 그것이다. 북한 탓만 하지 말고 우리가 움직여야 한다.”

Q.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는 총선 이후 남북교류가 재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유엔 제재 등 미국이 브레이크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능할 것인지 궁금하다.

A. “인도적인 지원 및 관광사업, 환경, 보건의 경우 유엔 제재를 위반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진행할 수 있다. 이런 최소한 노력도 해보지 않고 `미국서 동의를 안 해줘서 못 한다’는 식이라면 남북관계가 풀리기도 어려울뿐더러, 무엇보다도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우리가 주도권을 잡기 어려워질 수 있다.”

Q. 남북교류를 조만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A. “현재 북한은 중국과의 교역이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굉장히 경제적 상황이 어렵다. 금년 농사 준비도 못한다는 말을 들었을 정도다. 중국과의 교류가 여의치 않다면 결국 우리 남쪽과라도 교류하는 것이 좋은 일이 될 것이다. 실제로 북측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 정부가 얼마나 과감하게 치고 나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Q. 앞서 보건 얘기가 나와서 묻는다. 북한의 코로나19 상황은 어떤가?

A. “현재로선 누구도 그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없다고 보면 된다. 다만 북쪽의 보건 의료 수준이 높지 않다. 한번 코로나19가 번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북측도 초기부터 국경을 어느 정도 봉쇄하고 있는 상황인 건 확실한 것 같다. 기존에는 북측 병력이 휴전선 쪽에만 집중돼있었는데 최근에는 중국 국경 쪽으로 많이 배치됐다고 한다. 밀수 및 탈북자들이 전혀 움직일 수 없도록 국경을 철저히 봉쇄하고 있다고 들었다.”

Q. 만일에 사태가 발생하면 이를 계기로 남북교류의 물꼬가 트일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A. “지금 그쪽에서 나오는 신호를 보면, 보건 관련한 남북협력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Q. 이제 곧 총선이다. 총선의 결과가 남북교류에 미칠 영향을 예상한다면.

A. “당연히 있다고 본다. 이번에 한반도 평화를 반대하는 세력이 다수석을 차지하게 된다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선거가 굉장히 중요하다. 북측이나 주변국도 이번 총선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당이 다수석을 갖고 있는 상황임에도 국회 내 반대 세력에 발목을 잡히는 바람에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제대로 만들지 못했는데, 그들이 다수석을 차지하면 아마도 더 상황이 어렵게 흘러갈 것이다.”

Q. 이번 총선에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가 미래통합당 후보로 서울 강남갑에 출마하는데.

A. “그동안 강남은 온건한 보수, 합리적인 보수, 또 말과 행동에 품위가 있는 그런 후보에게 표를 던졌던 동네다. 그런데 미래통합당이 이 지역과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이념 투쟁을 하겠다는 사람을 공천하는 건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 태영호 전 공사가 한국에 온 지 4년밖에 안 되지 않았나. 지역주민과 인사를 한 번 하려고 해도 경호원을 거쳐야 하는 사람이 지역을 위해 뭘 할 수 있다는 건지 의아스럽다. 혹자에겐 미래통합당이 강남 유권자들을 무시한 처사로 보일 수도 있다. `어차피 저 사람들은 우리가 낸 후보가 누가 나오든 다 찍어주니까 우리 마음대로 아무나 보내도 된다’는 이런 오만한 생각을 한 게 아닌가 싶다.”

Q. 총선에 출마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저희 아버님이 평생을 노력하셨던 여러 가지 일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중요했고 아직도 미완이라고 할 수 있는 게 한반도 평화 문제다. 이번 국회에서 적극적인 남북교류 활동을 통해 한반도 평화, 나아가서는 동북아 전체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서 일할 수 있는 그런 국회의원도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출마하게 됐다. `한반도 평화를 통한 국민 행복 시대’가 슬로건이다. 단순히 감상적으로 평화와 통일을 말하고 싶지는 않다. 남북 평화 위에 남북 경협 등 실질적인 성과를 이뤄 결과적으로 우리 경제를 살리고, 남북이 함께 민족의 도약을 이뤄내고 싶다.”

취재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연출 조성욱 피디 ch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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