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총선에 나간다면 어떤 공약으로 18세 표심을 잡겠는가?” 학교 안팎 만 18세 유권자에게 물었더니 “결식아동 급식카드 인상” vs “교육비보다 교통비를 줄일 것” 교육보단 인권으로 접근, 혐오 발언은 최악
한겨레TV 갈무리
‘총선 D-88, 53만표를 잡아라.’ 지난해 연말 선거연령을 만19세에서 만18세로 낮추는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새로 유입되는 만18세 유권자 53만2000여명(통계청•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추산)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들이 선거에 유입되면 중장년 남성 위주 ‘아저씨 국회’를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학교까지 정쟁의 장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그런데 이 논의에서 소외된 유권자가 있습니다. 바로 ‘학교 밖’ 만 18세 유권자입니다. ‘학교 밖 만 18세 유권자’는 만 18세 유권자 중 고등학교나 대학교에 다니지 않는 유권자를 말합니다. 이들은 일찌감치 노동시장에 진입하거나, 학교나 직장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들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현재 정부 어느 부서에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들이 원하는 정책은 무엇이고 이들에게 어떤 방식의 선거교육이 필요한지도 아직 안갯속에 있습니다.
한겨레TV 갈무리. 만 18세 유권자 차기 대선후보 이상형 월드컵 결과는 영상으로 확인하세요!
그래서 한겨레TV가 학교 밖과 안 만 18세 유권자 두 명을 만났습니다. 고등학교를 진학하지 않고 정의당에 입당한 김찬우 정의당 청소년특별위원회 부위원장과, 자사고에 다니는 고3 신가현씨가 그 주인공 입니다. 학교 안이냐 밖이냐가 다를 뿐 두 사람 모두 지속적으로 청소년 참정권 운동에 참여해 왔습니다. 두 사람에게 총선에 나가는 후보에게 제안하고 싶은 ‘53만표 잡는 법’과 ‘교실 정치화’ 에 대한 입장을 물었습니다. 또 만 18세가 선호하는 차기 대선 주자는 누구인지 ‘정치인 이상형 월드컵’을 통해 알아봤습니다. (정치인 이상형 월드컵 결과는 영상으로 확인하세요)
Q.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됐을 때 어떻게 소식을 접했나요?
신가현(이하 신): 학교에서 야자(야간자율학습)하고 있었는데 제 친구가 “선거권 통과됐다”고 소식을 전해줬어요. 학교에서는 한국인 선생님이 아니라 오히려 외국인 선생님이 “이제 너희도 투표할 수 있다”고 전해줬어요. 제가 2002년 2월생이라서 투표를 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뻤지만, 한 편으로는 그동안 (청소년 참정권 운동을 하면서) 친구들이 얼마나 정치에 무관심한지 많이 봤기 때문에 우려도 됐어요.
김찬우(이하 김): 저는 혼자 국회방송을 라이브로 보고 있었어요. 이후에는 정의당 청소년 당원끼리 모여 케이크를 먹으면서 파티를 했어요. 정당법상 선거를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야 당원이 될 수 있는데 이번 개정으로 청소년 당원으로 공식 인정받게 됐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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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당신이 만약 선거에 나간다면 이번에 새로 유입된 53만표를 잡기 위해 어떤 공약을 내놓을 건가요?
김: 학력이나 학벌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법안을 만들고 싶고요. 조금 구체적으로 블라인드 채용이 더 늘어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또 지금까지 정치권에서는 청소년에게 와 닿지 않는 교육비 절감 공약을 펴 왔는데 교통비 절감 문제가 오히려 더 와 닿지 않을까 생각해요. 대학에 가지 않는 경우에는 대부분 노동시간에 뛰어들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상향시키는 공약도 좋을 것 같아요.
신: 결식아동과 관련된 공약을 제시하고 싶어요. 우리나라 결식아동이 31만∼33만명 수준이라고 알고 있어요. (2018년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전국 시·도교육청과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31만7234명이다) 이런 학생들에게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아침, 저녁으로 각각 5000원짜리 급식카드를 주는데, 사실 평균 식사 비용이 5000원을 넘는단 말이에요. 그래서 비용 인상이 시급하다고 생각해요. 또 친구가 퀴어축제를 열려고 했는데 정부기관에서 이를 못하게 했다고 얘기를 하는 걸 들었는데, 이게 정말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퀴어 청소년처럼 소수자를 위한 정책을 펴면 좋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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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반대로 ‘이렇게 접근하면 한 표도 얻기 힘들 것이다’라고 충고하고 싶은 게 있다면요?
김: 예의를 갖췄으면 좋겠어요. ‘너는 어리니까 반말할게’라면서 반말하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반말하시는 분들 많거든요. 또 지금 젊은 세대가 혐오표현에 민감한 세대라고 말을 하잖아요. 그러니까 혐오 없는 선거를 하면 표를 받으시지 않을까 조언해 드리고 싶네요.
신: ‘교육이 아니라 인권이다’라는 조언을 해드리고 싶어요. 청소년의 의견이 반영되지도 않은 교육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하기보다 차라리 청소년 인권에 관련된 공약을 제시하는 게 조금 더 나을 거라고 생각해요.
Q. 교육 수요자 입장에서 원하는 ‘선거교육’이 있다면요?
신: 선생님들에게 정치와 관련된 교육권을 주는 것보다는 선거에 참여한다는 것의 의미, 그러니까 참정권 교육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 동의하는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는데요. 저는 선생님도 사람이라는 걸 좀 더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선생님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발언을 했을 때 학생들이 얼마나 말할 기회가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보고요. 선거교육 관련해서는 절대 동영상 틀어놓고 30분 시간 때우는 그런 교육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신: 맞아요. 후보자가 연설하고 있는 동영상을 틀어놓는다거나 하는 식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Q.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자신의 정치성향을 학생에게 주입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이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신: 충분히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실제로 중학교 때 역사와 관련해서 토론해야 하는 수행평가를 치른 적이 있는데, 선생님께서 자신과 생각이 비슷한 학생에게 만점을 주고 그렇지 않으면 점수를 깎아 버리는 거예요. 역사에 대해서도 그런데 정치에 관해 얘기하면 (선생님이) 자신의 성향을 더 얘기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해서 우려가 됩니다.
Q. (학교 밖 18세 유권자는) 특정 공간에 모여있지 않기 때문에 (선거) 교육이나 정보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드는데?
김: 청소년도 집에서 오는 공보물을 똑같이 받아 볼 것이기 때문에 청소년만 정보를 얻지 못한다는 건 지나친 우려이지 않을까요?
Q. 선거가 4월15일, 중간고사 즈음해서 치러지는데, 어떤 풍경이 떠오르세요?
신: 선거를 할 수 있는 친구 중에서도 갈까 말까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을 것 같아요. (정치에) 관심 없는 친구들도 많아서 솔직히 우려됩니다. 선거권이 없는 학생들은 “어차피 너네는 선거하러 가야 하잖아”라면서 자기들은 막 공부하고 있고. (3월부터 선거교육을 해도) ‘난 이거 해당 안 돼’라면서 자거나 다른 수업 공부를 하는 친구들도 많을 것 같아요.
취재: 최윤아 기자 ah@hani.co.kr
연출: 김현정 피디 hope0219@hani.co.kr
촬영 : 권영진
CG : 박미래 / 문자그래픽 : 김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