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에서 활동중인 강민진 공동집행위원장(왼쪽부터), 김윤송(17)양, 김정민(15)양이 지난해 4월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에서 자신들의 농성장 앞에서 한 노인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이 노인은 청소년들을 향해 폭언을 하고, 신발을 신은 채 농성 장소를 밟았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여야 4당(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잠정 합의한 선거제도 개편 초안에는 공직 선거에 투표할 수 있는 나이(선거연령)를 현행 ‘만 19살 이상’에서 ‘만 18살 이상’으로 낮추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여야 4당이 전날 마련한 선거제도 개편안 내용을 설명하며 “선거연령 하향 조정을 통해 국민 참정권 확대를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대한민국만) 선거연령 만 18살 이하를 적용하지 않았던 문제점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은 만 18살부터 군대도 가고, 공무원도 되고, 결혼도 할 수 있지만, 유독 선거권 나이만 만 19살로 높여 잡고 있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는데, 여야 4당의 이번 합의로 참정권 확대에 물꼬를 텄다는 취지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3년 선거권 연령기준 하향을 권고한 이래, 2017년 5월 대통령 선거 당시 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의 대선 후보 모두 18살 선거권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그간 선거연령 하향 조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청소년 미성숙’ ‘학교의 정치화’ 등을 앞세운 자유한국당의 반대에 부딪혀 논의가 표류했다.
선거제 개편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은 “고등학교 교실에 이념이 들어가고, 정치가 들어가게 된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며 ‘18살 선거권’ 합의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경제파탄 외면 좌파독재법 날치기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한국당은 그동안 학제 개편 이후에 선거 연령을 인하하자고 해왔다”고 말했다. ‘학제 개편’ 주장은 지난해 김성태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언급한 것으로, 현재 만 7살인 취학연령을 한 살 낮추자는 것이다. 현재 미취학 아동을 조기 취학시키는 방식으로 ‘고등학교 졸업 뒤 선거권’을 주자는 것이어서 ‘18살 선거권 허용’에 의지가 없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나 원내대표가 이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현재 교육이 좌파 교육감들이 다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합의안이 통과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며 “말도 안 되는 선거연령 인하를 그대로 둘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은 ‘선거연령 인하에 앞서 학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자유한국당 주장에 대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사의 특정 후보자에 대한 투표 유도 가능성’ 등의 문제는 보완책을 찾아야 할 일이지, 국민 참정권 확대라는 대의를 접게 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심 위원장은 반박했다.
이정애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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