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사립유치원 회계 투명화를 위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사립학교법 개정안)에 자유한국당이 끝까지 반대하면 신속처리 안건(패스트 트랙)으로 이를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고 바른미래당과 손잡고 입법을 성사시키겠다는 얘기다.

홍 원내대표는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유한국당이 (유치원 3법 통과를 막으려고) 침대축구를 하는데 그래도 방법이 있다”며 “자유한국당이 유치원 3법을 반대하면 더욱 강력한 법을 패스트 트랙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국회법은 교섭단체 간 이견이 커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법안 통과가 어려울 경우, 상임위 위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해 330일 뒤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임위에서 합의 통과가 어려워 입법 교착 상황에 빠졌을 때 이를 우회해서 본회의에 올리는 유일한 방법이다. 유치원 3법이 계류돼 있는 국회 교육위원회는 현재 위원 15명 중 민주당(7명), 바른미래당(2명) 위원만으로 ‘5분의 3 찬성’ 요건이 충족된다. 유치원 3법이 신속처리 안건으로 본회의에 상정되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법안이 통과된다.

홍 원내대표는 일단 한국당도 참여하는 유치원 3법의 합의 처리 시한을 이달 말까지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 시한을 넘길 경우 한국당이 유치원 3법 통과에 언제 협조할지 알 수 없는 만큼 330일이 걸리더라도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해 법안 통과를 시도하겠다는 뜻이다. 특히 한국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강력한 법안”을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하겠다고 했다. 사립유치원의 부정 회계에 대한 강력한 처벌 규정을 담은 박용진 민주당 의원의 유치원 3법 원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한유총(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 깜짝 놀랄 정도로 센 내용으로 할 것이다. 한유총이 로비해서 막는다고 하는데 나중에 후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의 이날 발언은 한국당과 합의를 이끌기 위한 압박 성격이 짙지만, 신속처리 안건 처리를 시도하더라도 박용진 3법 원안보다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바른미래당 간사인 임재훈 의원은 “민주당 원안 수준으로 추진하면 한국당 반발이 거셀 것”이라며 “(내가 낸) 중재안 정도라면 신속처리 안건 지정에 협조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의 중재안은 한국당 주장대로 정부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전환하지 않되, 교육 목적 외 사용에 대해 형사처벌 조항을 신설하자는 민주당 안을 절충한 방안이다.

한국당은 완강한 태도를 고수했다. 교육위 한국당 간사인 김한표 의원은 “적당히 물러설 수 있는 일이 있지만, 이건(유치원 3법) 그런 경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태규 이경미 기자 dokb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