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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지지율 하락·부실한 리더십…‘시련의 계절’ 맞은 박원순

등록 2018-11-22 14:46수정 2018-11-22 18:00

정치BAR_이정애의 정정당당
부동산에 발목…지지율 하락 속에
야당, ‘차기 여권 대선주자’에 공세
채용비리 국감 ‘박원순 국감’ 별러
국감 노출 ‘결정타’ 없이도 내상될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18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18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마치 권력형 비리라도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민생을 인질로 삼은 야당의 정치행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21일, 여야가 ‘공공부문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하기로 합의한 직후 박원순 서울시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일부입니다. 공공부문 채용비리를 조사하겠다고는 하지만 사실은 야당이 박 시장 자신에 대한 정치적 흠집내기 무대로 국정조사를 활용하려고 한다는 비판입니다. 여야는 합의문에서, 공기업과 공공기관, 지방 공기업 등 공공부문 채용비리를 두루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서울교통공사의 친인척 채용비리 의혹’으로 박 시장을 엮으려 하는 게 아니냐는 반감이 섞여있는 것이죠. 실제로 지난달 23일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 3당이 낸 국정조사요구서의 제목은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의 고용세습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요구서였죠. 정의당의 요구로 강원랜드 채용비리 건이 포함되는가 싶었지만, 자유한국당 등은 2015년 1월1일 이후 채용비리에 국한된다고 발을 빼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합의 다음날인 22일 기자들과 만나 “만약 5년, 10년, 20년 과거까지 다 올라가다 보면 정쟁만 남기고 특위에서는 아무런 성과 나올 수 없게 된다”며 2015년 1월1일 이후 건에만 한정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못을 박았습니다. 결국 이번 국감은 ‘박원순 국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왜 유독 박 시장만 발끈하느냐”며 “박 시장은 국정조사에 적극 협조하는 일만 남았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부동산 폭등 주범’ 몰리며 타격…미끄러지는 지지율

박 시장은 올해 하반기 들어 여러 악재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여의도·용산 통합개발계획’(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가 ‘부동산 폭등 주범’으로 몰려 취소 선언을 한 게 대표적이죠. 강북 경전철 노선 신설도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제동이 걸렸습니다. 대규모 주택공급을 위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하라는 당·정부와 엇박자를 내는 상황이 되기도 했고요. 당의 한 관계자는 “집없는 사람도, 집 있는 사람도 돌아서게 만들었다”라며 안타까워했습니다.

그 탓인지, 6·13 지방선거 이후 줄곧 1위를 달리던 박 시장의 지지율도 미끄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시비에스(CBS) 의뢰로 실시한 조사에서, 박 시장은 지난 9월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1위를 내준 데 이어, 지난달엔 이재명 경기지사에도 밀려 3위로 내려앉았습니다.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각각 수행비서에 대한 성폭력 의혹과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의혹 등으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야당은 박 시장을 집중 타격하는 모양새입니다. 박 시장이 지난 17일 한국노총 집회에 참석한 것을 두고도 자유한국당은 “대통령병 환자가 아닌 이상, 한때는 서민체험 한다고 옥탑방에 올라가더니 이제는 노조집회에 나가서 문재인 정부와 다르다고 외치는 모양새가 너무 노골적”이라고 공격했습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지난달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요구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지난달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요구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60~90일 기나긴 국조…결정타 없어도 내상

야당은 이번 국정조사를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인 박 시장에게 치명타를 날릴 수 있는 ‘호재’로 삼겠다며 벼르는 모양새입니다. 민주당에선 ‘무분별한 국정조사’는 절대 불가라는 입장이지만, 야당에선 박 시장에 대한 공세 차원에서라도 국정조사 시기와 범위, 증인·참고인 등을 확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조사 과정에서 박 시장을 국정조사 증언대에 세우려고 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고요. 여당에선 “(이미) 제기된 의혹의 상당수는 사실관계가 잘못 되거나 확대돼서 알려진게 많다”(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며 이번 국정조사가 박 시장에게 큰 부담이 되진 않을 거란 말도 나옵니다. 하지만 ‘결정적 한 방’이 나오지 않더라도 긴 국정조사 기간 내내 ‘채용비리’, ‘고용세습’ 등 부정적인 키워드들과 함께 매일 입길에 오르는 것은 박 시장에게 은근한 내상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 국정조사’의 경우 60일에 걸쳐 진행됐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국정조사는 90일 간 진행됐고요.

한편, 이번 국정조사가 국회 파행 사흘 만에 ‘순조롭게’ 합의된 것을 두고도 박 시장의 당내 입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당 안에선 사실상 박 시장을 겨냥한 이번 국정조사에 공개적으로 반대한 목소리를 낸 것은 남인순 최고위원과 박홍근·기동민 의원 정도입니다. 박 시장 쪽에선 “국회의원 경험이 없어 의원들과 끈끈한 스킨십을 만들지 못 했기 때문”이라며 안타까워하지만, 반대로 ‘3선 시장이 될 때까지 뭘 했느냐’며 정치적 리더십에 문제를 제기하는 말도 나옵니다. 박 시장 입장에선 여러모로 ‘시련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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