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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타듯 파인텍 노사 마음 노크…민생문제에선 여당 내 최전선 야당 될 것”

등록 2019-01-29 14:20수정 2019-01-29 17:48

정치BAR_이정애의 정정당당_박홍근 민주당 을지로위원장 인터뷰

야당 때 출범 을지로위원회 벌써 6년
우원식·이학영 이어 3기 박홍근 체제
당대표실 앞 ‘을살리기’ 현황판 달고
앞으론 당 전체 의원 참여 독려하며
“민생 제일주의 정당 거듭나기 박차”

박홍근 ‘굴뚝농성’ 파인텍 협상 직접 나서
‘문자 삼고초려’로 신뢰 얻으며 합의 중재
민주노총 위원장도 “대단하다” 평가 후문
“공장 정상가동 등 합의 이행 끝까지 지켜볼 것”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을지로위원회 신문고 현판식에서 파인텍 노사를 중재하고 협상에 참석한 박홍근 의원과 꽃을 달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을지로위원회 신문고 현판식에서 파인텍 노사를 중재하고 협상에 참석한 박홍근 의원과 꽃을 달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지난 28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앞에 커다란 현황판이 내걸렸다. ‘乙(을) 살리기 신문고 진행 현황판’이다. 비정규직과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 불공정·불평등에 시달리는 ‘을’들이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신문고에 ‘살려달라’며 접수한 민생 현안 41건이 주욱 적혀 있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의원을 비롯한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날 ‘엘지(LG)유플러스 유·무선망 유지관리 수탁사(ENP) 노동자 불법파견’ 문제 등 신문고에 접수됐던 현안 18건이 해결된 걸 축하하는 꽃을 달았다.

민주당이 당대표실 앞에 이 현황판을 내건 것은 “집권 여당이 민생 제일주의 정당으로 더 열심히 다짐하겠다는 표시”(박홍근 을지로위원회 위원장)다. 이해찬 대표도 이를 두고 “여러 민생 현장을 찾아서 해결하려는 노력의 결과”라며 “최고위원들이 동의해주시면 당에서 (을지로위원회의 활동 결과에 대해) 공식적으로 포상하도록 하겠다”고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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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째 접어든 을지로위원회, “민생 해결 최전선”

2013년 5월, 남양유업 ‘갑질 논란’ 사태를 계기로 출범한 을지로위원회의 활동도 어느덧 6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현안이 발생했을 때 떠들썩하게 구성됐던 수많은 ‘특위’가 소리 없이 사라진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우원식·이학영 의원을 거쳐, 현재는 박홍근 의원이 3기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45명의 의원이 상임위원·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의원들은 신문고에 접수된 사안마다 ‘담당’ 의원을 정해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보여주기식 일회성 대응이 아니라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끝장을 보겠다는 취지다. ‘야소여대’ 정국의 야당에서 집권 여당으로 처지가 바뀌었지만, ‘을’의 입장에서 민생 현장을 챙기겠다는 그 취지는 여전하다. 을지로위원회는 앞으로 새로운 현안이 신문고에 접수될 때마다 현황판에 이를 추가하고, 더 많은 당의 소속 의원들의 참여를 독려해 민생개혁을 거당적으로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을지로위원회의 이런 활동을 두고 “집권 여당이 됐는데 이젠 방식이 달라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을의 입장에서 무조건 해결만을 외치면 되는 야당과는 처지가 다르지 않으냐는 것이다. 이런 주장엔, 을지로위원회의 활동이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해 현실적 대안을 내놔야 하는 정부와 청와대에 부담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의미도 포함된다. 이날 <한겨레>와 만난 박홍근 의원은 “우리를 집권하게 해준 국민들은 권력을 선하게 활용해서 억울한 사람이 없게 해달라고 한 게 아니겠느냐”며 “을지로위원회를 통해 민생 문제에서만큼은 여당 안에서도 최전선을 지키는 야당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집권 여당으로서 현실성·책임성을 가져야겠지만 (서민과 약자 보호가 우선이라는) 원칙과 기준마저 무너뜨릴 수는 없지 않으냐”며 “필요하면 정부나 청와대 쪽에 협조를 구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을들을 위해) 그 유리한 환경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무능한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그는 “이전보다는 훨씬 더 해결 과정에 중점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광호 금속노조 파인텍지회장(왼쪽 둘째)과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오른쪽 둘째)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에서 열린 파인텍 노사 4차 교섭에 참석했다. 박홍근 위원장은 “2차 교섭 이후 줄곧 협상을 직접 중재했지만, 전면에 나서는 방식은 피했다”고 말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차광호 금속노조 파인텍지회장(왼쪽 둘째)과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오른쪽 둘째)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에서 열린 파인텍 노사 4차 교섭에 참석했다. 박홍근 위원장은 “2차 교섭 이후 줄곧 협상을 직접 중재했지만, 전면에 나서는 방식은 피했다”고 말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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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6일 굴뚝농성’ 파인텍 협상 막후중재

426일간의 굴뚝농성을 무사히 끝낼 수 있게 한 ‘파인텍 노사 협상’ 타결 중재도 해결 ‘과정’에 중점을 기울인 사안이었다. 박홍근 위원장은 이 사안에 직접 ‘담당’ 의원으로 중재에 나섰다. 을지로위원장이 된 직후,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인권재단 사람의 박래군 상임이사로부터 장기분규사업장이 된 파인텍 문제의 사회적 공론화를 위한 토크콘서트를 함께 열자는 제안을 받은 게 계기였다.

토크 콘서트를 계기로 파악한 파인텍의 상황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노사 간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이었다. 2015년 차광호 금속노조 파인텍 지회장이 408일 동안 굴뚝농성을 벌인 끝에 노사 교섭이 타결됐으나 사쪽에서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며, 서로 마음에 앙금을 쌓아온 탓이다. 박 의원은 “노조 쪽에선 약속을 저버린 회사를 무조건 믿지 못하겠다고 했고, 사쪽에선 노조에 대해 일자리 문제엔 관심도 없는 사회주의 혁명을 꿰하는 세력이라고 비방할 정도로 극한의 대립이 이어지고 있어, 주변에선 누가 나서도 해결하기 쉬운 문제라고 얘기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박 위원장이 그래도 협상 중재에 나서게 된 건 “75m 굴뚝 위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두 명의 노동자를 마냥 그대로 뒀다가는 정치인으로서 면이 서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협상 타결까지 이끌어내진 못한다고 해도, 두 사람을 땅에 내려오게라도 하자는 결심이었지요.”

박 위원장은 2차 노사 교섭 때부터 최종 6차 협상까지 협상장에 직접 배석해 노사 협상이 막힐 때마다 중재를 이어왔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가 전면에 나섰던 것은 아니었다. 우선, 지난 12월 박주민·이수진 최고위원과 함께 비공개로 고용노동부와 간담회를 열고 정치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부터 파악에 나섰다. “을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하니까, 행여 반기업적이지 않을까 사쪽이 마음을 닫을 수도 있겠다 싶어 3대 종단 등 종교인들이 사쪽과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도록 뒤로 물러서 있었다”는 게 박 위원장의 설명이다. “조금씩 조금씩, 노사 모두와 썸타듯 마음 열면서 다가가려고 애썼죠.” 이런 노력에 힘입어 2018년 12월27일, 종교계의 중재에 의해 극적으로 첫 대화가 시작됐다. 하지만 1차 회의는 서로의 쌓인 불신만 확인한 채 두어시간 만에 끝나고 말았다.

이틀 뒤 시작된 2차 교섭도 평행선 달리기가 이어졌다. 5시간여의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정회됐을 때, 박 의원은 파인텍의 모회사 격인 스타플렉스의 김세권 대표 등을 만났다. 예정되지 않은 만남은 1시간10분 넘게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박 의원은 사쪽의 고충을 최대한 들어주고, 이 문제를 타결하지 않을 경우 미치는 사회적인 파장력과 우려를 전달했다고 한다. 첫술에 배부를 리 만무했다. 노사는 다음 협상 날짜도 잡지 못한 채, 2차 협상을 마무리했다.

그날 저녁, 박 위원장은 김 대표에게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답은 없었다. 또 한 통의 문자를 보낸 뒤에야 “감사합니다”라는 짧은 답장이 돌아왔다. “답장을 보내온 건, 그분들이 저에 대해 ‘파인텍 문제를 진정성 가지고 해결해보려고 왔구나’ 하는 신뢰를 갖기 시작한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박 의원은 또 한 통의 문자를 보낸 뒤, 비로소 김 대표에게 처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점심식사도 거른 채 50여분간 진행된 통화 속에서, 김 대표는 노조와 불신하는 가운데 쌓아왔던 억울함 등을 호소했다. “그래도 만나서 풀어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설득에 3차 협상이 시작됐다.

박 위원장은 “회의장 섭외부터 시작부터 끝까지 회의를 직접 진행하며 3차 협상 중재에 나섰다”고 했다. 12월31일 오후 4시 시작돼, 해를 넘긴 1월1일 새벽 1시30분에 끝난 3차 협상에서 사쪽은 1차 합의안을 내놓기도 했다. 파인텍 공동대책위원회 등이 이 합의안을 검토한 뒤, 1월3일 4차 협상이 재개됐지만, 10시간 넘게 속개와 정회를 반복하던 협상은 도로 원점으로 돌아가는 듯했다. 굴뚝농성 중에 새해를 맞이한 파인텍 노동자들은 6일 오후부터 무기한 단식까지 돌입하기에 이르렀다. 냉각기를 거쳐 9일 열린 5차 협상도 파행이었다. 박 위원장은 “이번 협상에서 타결짓지 못하면 (파인텍 문제 해결은) 어렵겠다”는 생각으로 6차 협상에 들어갔다. 21시간 넘게 이어진 마라톤협상 끝에 노사는 파인텍 대표이사를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가 맡는 등 ‘자회사 고용’을 보장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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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중재 통한 ‘사회적 대타협’ 가능성도

이런 결과를 두고, 장시간 고공농성 끝에 노조가 얻어낸 게 고작 자회사 고용 보장뿐이냐는 평가도 있었지만 정치권의 중재를 통한 사회적 대타협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11일, 청와대 김수현 정책실장과 정태호 일자리수석, 우원식 민주당 의원 등과 비공개 회동을 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박홍근 의원 대단하다”며 풀기 힘든 협상을 중재해준 데 대해 이례적인 감사를 표했다는 후문이다. 박 위원장은 “원래 협상이란 게 늘 서로의 입장 차이가 있기 때문에 불만족스러운 합의를 할 수밖에 없다”며 “일방의 입장만 100% 반영되는 협상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상생을 위해선 서로가 조금씩 양보해 접점을 찾는 게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협상 타결로 두 노동자가 굴뚝에서 내려왔지만, 파인텍 노사 중재를 위한 을지로위원회의 활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게 박 의원의 얘기다. “협상이 타결됐다고 오랫동안 쌓여온 노사 불신도 한번에 사라진 건 아니에요. 4월 단체협약 체결을 비롯해 오는 7월1일부터 공장을 정상 가동해 조합원 5명을 업무에 복귀시키시키기로 한 만큼, 합의안이 성실히 이행되는지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죠.”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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