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명 선출에 손을 놓으면서 헌법재판소 기능 정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5명이 지난 19일 퇴임한 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한 2명의 재판관(이석태·이은애)만 충원돼 사건심리를 위한 심판 정족수(7인)조차 채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는 김기영·이종석·이영진 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실시했지만 자유한국당 반대로 지난 20일 본회의에서 재판관 선출안을 상정하지 못했다. 3명은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이 각각 추천한 후보자들이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상대 당이 추천한 후보자의 위장전입을 지적하며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이 추천한 김기영 후보자는 2001년 12월과 2005년 12월, 자녀 초등학교 배정을 위해 위장전입을 한 사실을 인정했다. 문재인 정부는 2005년 7월 이후 위장전입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 공직에서 배제하겠다는 기준을 세웠지만 여당 추천 인사가 이 기준에 걸린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이종석 후보자도 1988년, 1993년에 주택청약예금 가입 목적으로 위장전입한 사실이 밝혀졌다.
여야가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직접 추천한 뒤 청문회 과정에서 위장전입 문제 등이 불거진 상황을 맞은 것이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국민공모까지 실시하며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낙점했지만 공직자 검증의 기본인 위장전입 여부조차 거르지 못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28일 “정당이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을 추천하지만 사전에 검증할 능력도 없다”며 “공직자 검증은 청와대가 (제대로) 할 수 있지만 법적 규정이 없어 입법부에서 청와대에 검증을 의뢰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추석연휴가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 정도 공백은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다음주 본회의에서 재판관이 선출되지 못하고 (다음달 10일부터) 국정감사 주간으로 넘어가면 (헌재 기능 정지 상태가) 10월 한달 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에선 자유한국당이 후보자 재추천을 염두에 두고 재판관 선출안 상정을 반대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윤재옥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흠이 더 많은 사람도 꿈쩍 않고 있다. 우리는 후보자를 재지명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다음주에 여당과 만나 (다시) 협상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태규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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