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박지원-여상규 거친 말싸움 논란
박지원 “여 위원장, 친정인 사법부 보호”
“참다 참다 한 것. 같은 당 김도읍 의원과도 다퉈”
이준석 “서로 정치적 목적 있어…프로레슬링 같아”
11일 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과 말다툼을 하던 중 소리를 지르고 있는 여상규 법제사법위원장. 국회방송 화면 갈무리.
지난 11일 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자유한국당)과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거친 말다툼을 벌여 논란이 되고 있다.
설전과 고성의 발단은 박 의원이 이은애 후보자에게 사법부 재판거래 의혹 관련 영장이 줄줄이 기각되는 데 대한 의견을 물으면서 시작됐다. 여상규 위원장이 “이미 진행된 재판 결과의 당·부당을 국회에서 의논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막았다. 박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하자 여 위원장이 “안 받는다”며 거부했다. 한 의원이 “위원장님!”이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여 위원장은 분노가 치민 듯 “왜 그러세요! 뭘 안돼!”라며 소리를 질렀다.
여 위원장의 설전은 박지원 의원과도 이어졌다. 박 의원이 “국회의원 발언을 너무 제한하려 한다. 아무리 사법부라도 잘못된 것을 지적하고 개인 의견을 얘기하는 게 국회…”라고 말하는 순간 여 위원장은 말을 끊고 “불복 절차가 있다. 사법부 결정에 불복 절차를 따르면 될 것 아닌가요”라고 했다. 박 의원이 “잘못된 걸 지적하는 거예요”라고 하자 여 위원장은 “뭐가 잘못됐어요!”라고 소리쳤다. 박 의원이 다시 “위원장이 사회만 보면 되지, 판사야 당신이?”라고 말했고, 여 위원장은 “당신이? 뭐 하는 거야, 지금! 당신이라니!”라고 고성을 질렀다. 박 의원도 “당신이지, 그럼 우리 형님이야?”라고 맞받았다. 결국 청문회는 잠시 중단됐다.
두 사람의 설전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며 다음날인 12일 두 사람의 이름이 포털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로 올랐다. 박 의원은 이날 아침 <와이티엔>(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국회는 사법부에 문제가 있는 것을 지적하고 질문해 국민 궁금증을 풀어주는 곳이다. 여상규 위원장은 판사 출신으로 사법부 친정 보호가 중요하겠지만 사회를 그렇게 보면 안 된다. 저도 참다 참다 한 것이다. 심지어 같은 당 김도읍 의원과도 사회 문제로 다툰 적 있다”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어떻게 됐든 국회에서 고성이 오간 것은, 특히 헌법재판관 청문회장에서 있었던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위원장이 좀 잘 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두 사람의 설전에 서로 정치적 목적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박 의원이 여 의원에게 ‘당신이 판사야?’ 한 것은, 판사 출신으로서 사법부를 보호하려는 것 아니냐는 정치적 주장을 한 것이고, 여 의원 입장에선 청문회 대상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청문회 본질과 관계없는 것을 물어본다는 생각 때문에 격해진 것이다. 합의된, 약간 프로레슬링 같은 싸움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