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청와대에서 여야 5당 대표와 오찬 회동을 하기 위해 함께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 취임 1년, 80%대의 높은 국정 지지도와 달리 여권이 추진하는 개혁입법 성적표는 극히 저조하다. 문 대통령의 국정 과제인 권력기관 개혁(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국가정보원법 개정), 정치·선거제도 개혁(선거권 나이 인하, 비례성 강화한 선거구제로 개편)은 국회에서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이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진행한 ‘6월 지방선거-개헌 동시투표’도 불발됐다. 여권에선 국회 교착 상황을 딛고 개혁 입법 과제를 풀기 위해선 야당과의 협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개혁입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더불어민주당이 소수파 여당(2018년 5월 기준, 재적의원 293석 중 121석)이란 한계 때문이다. 여당 단독으로 국회 과반 의석을 넘지 못해, 국회 상임위원회나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등 특위 단계부터 자유한국당 반대에 법안이 붙잡히는 경우가 속출했다. 문 대통령이 검찰개혁 핵심으로 꼽는 공수처 설치, 대공수사권 이관과 국내정보 수집 금지를 명시한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등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그간 여당 지도부는 상시적인 협치 구조가 없는 탓에 현안이 생길 때마다 야당 협조를 구하려고 뛰어다녔다. 국무총리·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등 국회 임명동의가 필요하거나 추가경정예산안 등 시급한 의제가 생기면 과거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당 의원들을 접촉해 ‘한 표’를 읍소했다. 하지만 오히려 야당에서는 “일이 있을 때만 고개 숙이고 실제로는 (자기들 마음대로 될 거라고 여기는) ‘주머니 속 공기돌’ 취급한다”는 불만이 쌓여갔다.
여권에선 야권과의 협치·연정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로, ‘민주당 단독정부’에 대한 청와대의 강한 의지를 거론하는 이들도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문 대통령은 칸트의 도덕률처럼 옳은 일이면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요하고 옳은 일인데 왜 야당이 협조를 안 하느냐’는 생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당은 지난해 9월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뒤 야당 쪽과 구체적으로 협치를 논의했지만, 청와대의 부정적 기류 탓에 성과 없이 끝났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국민의당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추천권을 주고 그걸 고리로 두 당이 개혁법안을 통과시키자는 논의가 오갔지만 청와대가 거부해서 없던 일이 됐다”고 밝혔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민주당 인사는 “청와대 쪽은 협치가 오히려 개혁의 후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며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힘으로 개혁을 밀고 나가겠다는 게 대통령의 뜻”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문재인 정부 개혁을 뒷받침할 입법 성과를 내려면 협치 구조가 절실하다는 의견이 많다. 한 중진의원은 “국회가 아무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런 구조를 문 대통령 2년차에도 유지할 수 없다. 협치든 연정이든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결과가 자연스럽게 협치·연정의 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민주당 당직을 맡은 한 의원은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정계 개편이 이뤄질 수도 있다”며 “문 대통령도 자신감이 충만한 상태이니, 소연정은 물론 대연정도 못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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