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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보수야당 ‘계륵 MB’…반문 보수통합 불쏘시개로 쓰나

등록 2017-11-13 19:43수정 2017-12-11 20:36

“MB, 보수층에서도 인기 없어
굳이 한배 탈 이유 있겠나”
한국당·바른정당 적극 나서지 않아
대정부 공동전선 다지기 활용 유력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작’ 연관성 여부에 대해 질문받고 있다.  연합뉴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작’ 연관성 여부에 대해 질문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보수야당에 말 그대로 ‘계륵’이다. 보수층에서도 인기 없는 엠비(MB)를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칼날로부터 지키자니 얻을 게 별로 없고, 그냥 버리자니 ‘정치보복’에 대항하는 ‘반문재인 보수통합’ 프레임이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가 이 전 대통령 턱밑까지 들어왔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태도가 그리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다.

이 전 대통령은 2007년 12월 대선 승리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의 10년 야당 생활을 청산해준 장본인이다. 하지만 비비케이(BBK)와 다스, 내곡동 사저 등 개인비리 의혹에 더해 ‘만사형통’으로 불리던 형 이상득 전 의원과 ‘방통대군’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 친인척·측근 비리 등이 쏟아지며 무너졌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수정권 재창출에 어렵게 성공하며 이 전 대통령 본인은 화를 면했지만, 동시에 보수정당과 보수층이 엠비에게 진 빚도 없는 셈이 됐다.

이런 기류는 지난 12일 이 전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은 정치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직후에도 확인됐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공식 논평이나 성명을 내지 않고 대변인의 구두논평으로 ‘적당히’ 대응했다. 13일에도 ‘이명박’이라는 이름은 당 회의에서 언급되지 않았다. ‘엠비 지키기’보다는, ‘문재인 정부에 대항하기 위한 보수우파 통합’에 방점을 찍은 발언들이 나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행태를 보니 마치 조선시대 망나니 칼춤을 연상시키는 작태를 보이고 있다. 보수우파 세력들이 하나가 돼 정치보복에만 혈안이 된 칼춤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홍 대표는 오후 의원총회에서도 “보수우파 진영이 분열됐다.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서 망나니 칼춤에 대응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 당직자는 “엠비는 솔직히 보수층에 인기가 없다. 그래서 첫날 구두논평만 내고 말았던 것”이라며 “굳이 처음부터 엠비와 한배를 탈 이유가 없다. 앞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을 봐가면서 당의 입장을 정리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날 선출된 바른정당의 유승민 신임 대표도 기자회견에서 이 전 대통령을 향한 검찰 수사를 비판하지 않았고, 당 차원에서 당장 대응할 뜻도 없음을 내비쳤다. 그는 “검찰 수사가 (이 전 대통령에게까지) 확대될지 여부도 아직 불분명하다.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입장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바른정당의 한 의원은 “엠비가 보수층에서조차 인기가 별로 없다는 것이 취약점 아니겠느냐”고 했다.

현 정치권에 친이계로 분류되는 의원은 극소수다. 친박계와는 ‘동병상련’을 느낄 법하지만, 2007년 대선후보 경선과 2008·2012·2016년 총선 공천 등에서 내전 수준으로 정면충돌했던 앙금은 여전하다. 게다가 친이계는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고 바른정당으로 넘어갔다가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결국 보수야당에서 ‘이명박’이라는 이름은 ‘반문재인 보수우파 전선’을 위한 불쏘시개 중 하나로 쓰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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