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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MB, 댓글 지시 묻자 “상식에 어긋나는 질문 말라” 격앙

등록 2017-11-12 14:35수정 2017-11-12 22:03

이명박 전 대통령 바레인 출국길 기자회견에서
“새정부 적폐청산, 감정풀이·정치보복 의심” 비판
출국장 앞 “MB 구속” “다스는 누구거” 팻말 시위
이명박 전 대통령이 12일 낮 인천공항 출국장으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천공항/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명박 전 대통령이 12일 낮 인천공항 출국장으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천공항/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12일 오전 바레인으로 출국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인천공항에서 기다린 것은 기자들만이 아니었다.

이날 오전 11시께 인천공항 귀빈실 1층 주차장에 ‘MB 구속 적폐 청산’ 등이 쓰인 손팻말을 든 두 명의 남녀가 나타났다. 인천공항 보안팀이 저지하자 이들은 주차장 한켠에서 거리를 유지하고 서서 팻말을 높게 쳐든 채 “이명박을 구속하라”고 외쳤다. 기자들이 다가가자 150여명 규모의 회원이 있는 ‘쥐를 잡자 특공대’ 대표라고 자신을 소개한 중년 남성은 “2016년 1기 촛불 집회를 통해 박근혜의 탄핵 구속이 이뤄졌던 것처럼, 2017년 2기 촛불을 통해 반드시 이명박 구속 및 이명박 부역자들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길 간절히 염원한다”고 말했다.

10여분 뒤 ‘그런데 다스는?’ ‘다스는 누구거?’ 등이 쓰인 다양한 자체제작 손팻말을 지니고 온 단체 소속 회원 대여섯명이 속속 합류했다. 이 가운데 ‘검찰은 이명박 출국 금지하라’고 쓰인 파란색의 손팻말 아래엔 작게 ‘더불어민주당’ 이라고 쓰여 있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단체 대표는 “우리 단체가 이명박 대통령 사저 앞 학동역 6번 출구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데, 더불어민주당의 민병두 의원이 이명박 출국 금지를 검찰에 요청하며 직접 제작한 피켓을 어제 농성장에 들렀다가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잠깐 ‘민주당을 지워야 하느냐’고 논의를 벌였지만, 그냥 내버려 두기로 하고 시위를 이어갔다. 경호 관계자들은 시위대와 기자회견 현장의 거리 간격을 유지한 채 상황을 살펴봤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2일 낮 인천공항 출국장으로 향하고 있다. 뒤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시위대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인천공항/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명박 전 대통령이 12일 낮 인천공항 출국장으로 향하고 있다. 뒤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시위대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인천공항/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어 11시58분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차량이 도착하자, 이 단체 회원들은 “이명박을 구속하라”는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이 전 대통령이 차에서 내려 기자들이 기다리는 포토라인으로 열 걸음 정도 걸어 이동하는 동안 이들의 구호 소리는 또렷하게 들렸지만, 이 전 대통령은 표정 변화 없이 가볍게 미소지으며 카메라 앞에 섰다. 이 전 대통령은 회색 양복에 좀 더 밝은 은색 톤의 잔무늬가 있는 넥타이를 매고,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차림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새 정부의 적폐청산은) 국론을 분열시킬 뿐 아니라 중차대한 시기에 안보 외교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세계 경제 호황 속에서 한국 경제가 기회를 잡아야 할 시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새로운 정부가 들어와서 오히려 모든 분야 갈등과 분열 깊어졌다는 데 저는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외교안보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군의 조직이나 정보 기관의 조직이 무차별적으로 불공정하게 다뤄지는 것은 우리 안보를 더욱 위태롭게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제 국민의 불안을 털어버리고 우리 정부가 힘을 모아서 앞으로 전진해서 튼튼한 외교안보 속에서 경제가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그런 기회를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질의응답은 받지 않은 채로 말을 맺고 출국하기 위해 공항 안으로 들어가던 이 전 대통령은 기자들이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댓글 지시 여부 등을 묻자 기자들을 뒤돌아보며 “상식에 벗어난 질문을 하지 말라”고 나무라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바레인으로 출국한 12일 낮 인천공항에서 시민들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인천공항/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바레인으로 출국한 12일 낮 인천공항에서 시민들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인천공항/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 전 대통령이 발언하는 동안 ‘이명박을 구속하라’는 시위대의 구호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 전 대통령이 문 안으로 사라진 뒤에는 시위대로 추측되는 누군가가 가까이 다가와 “다스는 누구겁니까!”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을 수행한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 뒤 기자들을 만나 “댓글 작업은 북한의 심리전이 날로 강화되는 주요 전장에서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에 증원을 허가한 것이고 문제 삼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또 “세상에 어떤 정부가 댓글을 달라고 지시를 하겠느냐. 대한민국 대통령이 그렇게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 시시콜콜 그런 거 지시하고 받고 한 적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시위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외국 정부에서 정식 초청을 받아 한국의 성장 비결을 가르쳐 달라고 해서 나가는 건데, 출국을 금지시키라고 하고, 저기 와서 시위하는 분도 있고 정말 안타깝다”며 “대한민국 국격과 품격을 지키자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께서도 때가 되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실 기회가 올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국민신문고 누리집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출국을 금지해 달라는 청원은 12일 11시 기준으로 서명 7만명을 돌파했다.

인천공항/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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