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4월23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592억여원의 뇌물혐의에 대한 첫 번째 공판에 최순실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함께 출석,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의 유착 의혹이 불거진 추명호 전 국가정보원 국장이 2014년 말부터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관련 첩보를 수집하고도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뭉갠 것으로 확인됐다. 또 지난해 7월 우 전 수석 감찰을 진행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동향을 파악해 우 전 수석에게 직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추 전 국장을 고리로 한 ‘우병우-최순실’ 커넥션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위원장 정해구)는 16일 오후 “민간인 및 공무원 사찰 지시 등의 혐의(국가정보원법의 직권남용 금지 위반)로 추 전 국장을 검찰에 수사의뢰할 것을 국정원에 권고했다”며 비선보고 의혹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자료를 보면, 추 전 국장은 2014년 8월 국정원 국장에 부임한 뒤 170건에 이르는 최순실씨 관련 첩보를 보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으로 전남편 정윤회씨가 박근혜 정부 ‘실세’로 세상에 알려졌던 2014년 12월, 추 전 국장은 “진짜 실세는 최순실”이라는 첩보를 이미 보고받았다. 또 같은 시기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해서도 “최순실의 개인 트레이너 출신”이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있었다. 윤전추-최순실 관계는 <한겨레> 보도 등으로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9월에야 밝혀졌다. 앞서 추 전 국장은 지난해 1월 “청와대 경제수석실, 교문수석실로 하여금 문체부가 케이스포츠재단 설립 신속 지원토록 요청”, “전경련·재계, 미르재단에 이어 케이스포츠에 300억 출연 관련 불만 여론 상당” 등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국정농단 관련 첩보를 이미 확보하고 있었다. 국정원 개혁위는 “국정농단 단초가 되는 첩보가 다수 수집됐지만, 추 전 국장은 추가 첩보 수집을 지시하거나 국정원장 등에게 정식 보고한 사례가 없다. 오히려 지속적으로 관련 첩보를 수집한 직원 등을 지방으로 전출시키는 등 불이익을 줬다”고 밝혔다. 추 전 국장과 최순실씨 사이의 유착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추 전 국장은 우 전 수석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지난해 7월 처가 소유의 부동산을 넥슨에 매각하는 과정에 우 전 수석이 개입했다는 언론보도와 관련해 당시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감찰에 착수하자, 추 전 국장은 부하 직원을 시켜 △법조 출신 야당 의원과의 친분관계 △동선 등 이 전 감찰관 사찰 자료를 우 전 수석에게 보고했다. 또 “시간벌기를 통해 야당의 공세 타이밍을 분산시키는 전략 검토” 등 대응 전략도 보고했다고 한다. 국정원 개혁위는 “우 전 수석이 추 전 국장을 국정원 2차장으로 추천할 정도로 밀착 관계였다”고 설명했다.
우 전 수석은 지난해 12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추 전 국장과의 유착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한 바 있다. 이후 특검과 검찰 수사에서는 “최순실씨를 모른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추 전 국장과의 긴밀한 관계에 비춰볼 때 최씨의 존재를 알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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