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의 이재정(왼쪽), 김종민 의원이 28일 국회에서 이명박 정권의 ’야권 단체장 제압 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가 나서서 야권 지방자치단체장들을 ‘국정운영 저해 세력’으로 분류하고 예산 삭감 등의 방식으로 이들을 노골적으로 탄압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위원장 박범계 의원)는 28일, 이명박 정권 시절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의 보좌관이 유출했다가 국가기록원으로 환수됐던 청와대·국가정보원·경찰 생산 문건을 열람한 뒤 공개했다. 2011년 국정원이 생산한 것으로 추정되는 ‘야권 지자체장의 국정운영 저해 실태 및 고려사항’ 보고서에서는 광역단체장 8명과 기초단체장 23명이 “국익과 지역발전보다는 당리당략·이념을 우선시하며 국정기조에 역행하고 있어 적극제어 필요”하다고 적었다. 이어 야권 단체장들을 △좌편향 이념 편향성을 표출해 국가정체성을 훼손하고 △국책사업과 대북정책을 반대해 국론분열을 조장하고 △세금급식 등 포퓰리즘 정책과 무분별한 대북사업 추진으로 주민을 현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초등학교 준비물을 무상제공한 안희정 충남지사, 강원도립대 등록금을 폐지한 최문순 강원지사는 “복지논란을 부채질”했다고 찍었고, 송영길 인천시장과 강운태 광주시장은 6·15 선언 이행을 촉구했다며 ‘정부 대북정책 불신 유발’ 세력으로 꼽혔다. 재향군인회의 청소년 병영체험행사 예산을 삭감한 최성 고양시장, 희망제작소에 통장 리더십교육을 위탁한 김영배 서울 성북구청장, 부모스쿨에 전교조 출신 강사를 배치한 배진교 인천 남동구청장을 좌편향 단체장으로 꼽았다.
신고리 원전 송전선로 사업을 반대한 오규석 기장군수, 4대상 사업을 반대한 최영호 광주 남구청장, 안양·군포시와의 행정구역 통합에 반대하고 있는 김성제 의왕시장을 “국론분열 조장” 사례로 들었다. 문건에는 이들 외에도 김두관 경남지사, 우근민 제주지사, 염홍철 대전시장, 이시종 충북지사, 염태영 수원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김철민 안산시장, 이교범 하남시장, 유덕열 서울 동대문구청장, 김성환 노원구청장, 김우영 은평구청장, 차성수 금천구청장, 홍미영인천 부평구청장, 이종윤 청원군수, 황명선 논산시장,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 강완묵 임실군수, 박병종 고흥군수, 윤종오 울산 북구청장, 김동진 통영시장, 원창묵 원주시장들의 행적이 빼곡히 기록됐다.
문건에서는 이들 단체장들을 “가용수단을 총동원해서 국익·정책 엇박자 행보를 적극 견제·차담으로써 국정 결실기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적었다. 총동원할 수 있는 ‘가용수단’은 우선 예산 삭감이었다. 행정안전부에는 “정기감사를 통해 비협조 지자체의 예산관리 부실실태 등을 적출, 교부세 감액·반환 및 지방채 발행중단 등 불이익 조치 확행”하라고 했다. 또 ‘국정협조 지자체’에는 “특별교부세 등의 인센티브를 확대”해 다른 지자체의 “태도 변화를 적극 유인”하라고 했다.
“국정저해 지자체 소관 사업에 대한 타당성 여부를 면밀 점검, 예산삭감 등 실질적인 제어장치 가동”하라는 건 기획재정부의 임무였다. 예산과 특별교부세 등으로 정부에 비판적인 야권 지자체장들을 길들이라는 얘기다. 감사원은 “지방재정 운영 실태 감사 등을 통해 종북단체의 사회단체 보조금 부당사용 여부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감사원까지 동원해 이들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다. 야당 단체장에 대한 제압은 행정권력을 동원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한나라당 시도당은 “지방의회에서 지자체장의 국정 비협조를 집중 추궁”해야 한다고 했고 ‘건전언론’ 및 보수단체의 항의집회로 “지자체장의 독단적 행보를 저지”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적폐청산위는 이 문건을 야당 단체장 제압을 목표로 한 ‘종합적인 작전계획서’로 규정했다. 적폐청산위의 김종민 의원은 “문건에는 야권 지자체장의 국정운영 저해 사례를 죽 적시했는데 거의 사찰 수준의 내용”이라며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각 부처가 여기에 나온 작전계획서대로 실행했는지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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