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 박범계 위원장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가 총선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명박 대통령 퇴임 뒤 ‘안전판’ 구축 차원에서 이 대통령 참모들의 총선 지원 방안을 청와대가 노골적으로 모색한 문건이 발견됐다.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위원장 박범계 의원)는 28일, 이명박 정권 시절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의 보좌관이 유출했다가 국가기록원으로 환수됐던 청와대·국가정보원·경찰 생산 문건을 열람한 뒤 공개했다. 2011년 12월 작성 주체가 ‘공직기강비서관실(감찰팀)’으로 돼있는 ‘대통령실 전출자 총선 출마 준비 관련 동향’ 문건을 보면, “대통령실 전출자 중 행정관 이상 11명이 내년 총선 출마 준비 중인데 대통령실 차원의 직·간접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고 적었다. 출마 준비자들의 실명도 적혔다. 박형준 시민사회특보, 이성권 전 시민사회비서관, 김희정 전 대변인, 정문헌 전 통일비서관, 김연광 정무1비서관, 함영준 전 문화체육비서관, 이상휘 전 홍보기획비서관, 김형준 전 춘추관장, 심학봉 전 지식경제비서관실 행정관, 김혜준 전 정부1비서관실 행정관 등이다.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막말로 물의를 빚은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도 당시 ‘정진석 전 정무수석’으로 총선 출마자로 분류됐다.
이명박 정권 청와대가 생산한 이 문건에서는 ‘부산 부산진을’ 출마를 준비 중인 이성권 전 비서관의 불만이 담겼다. “전선에 대통령의 정책기조 홍보할 장수를 보냈으면 싸움에 이길 수 있도록 후방(친정)에서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하고 장수가 후방과 연결할 시스템이 있어야 하소연이라도 할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상휘 전 비서관도 “민원을 꼭 해결해주지 않아도 최소한 청와대에 의견 전달할 창구는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낸 것으로 나와있다. 2012년 19대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청와대 출신들이 “대통령실 차원의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건의가 이어졌다.
문건에서는 “대통령실 출신 당선자들은 새로 구성되는 국회에서 현 정부 정책기조를 홍보해주고 임기 말과 퇴임 이후 VIP의 정치적 영향력 유지에 긍정적 역할이 기대된다”며 “‘VIP 국정철학 이행과 퇴임이후 안전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당선율을 최대한 끌어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적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 뒤 ‘안전한 노후’를 위해서도 측근참모들을 대거 국회로 보내는 데 적극적으로 손을 써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이들의 지역 민원을 취합할 ‘대통령실 내 지원창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문건에서는 민원 접수·전달 창구로 1안 정무수석실의 정무1비서관실이나 행정자치비서관실, 2안 민정수석실 민정비서관실, 3안 총무기획관실 인사 또는 행정팀을 제안했다. 청와대 안에 전담부서를 지정해 청와대 출신 총선 출마자들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무원의 선거운동을 금지한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증거이지만 선거법 위반의 공소시효(6개월)는 이미 지났다.
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 위원장인 박범계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관권선거 획책이 드러났고 청와대가 중심이 돼 선거를 지원해, 이명박 대통령 퇴임 후 보호 방안으로 이용하려 했다”며 “이에 대한 철저한 규명과 법적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문건의 총선 출마자로 이름이 오른 몇몇 청와대 출신들은 2012년 총선 당시 청와대의 지원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총선에 출마했다가 떨어진 ㄱ씨는 “청와대 떠난 뒤로 청와대 사람들 만난 적도 없다”며 “그런 문서를 만들었다는 것도 황당하고 그 뒤에 무슨 지원팀이나 창구가 꾸려진 일도 없다. 그랬으면 선거 떨어졌겠냐”고 항변했다. ㄴ씨는 “11명 중 공천도 못 받고 떨어진 경우도 많다. 지원받은 거 없다”고 말했다.
김태규 황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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