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잇따라 북핵 해법과 남북관계 개선 기조를 밝힘에 따라, 이를 푸는 첫 관문인 한·미 정상회담의 논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가 지난 14일 밝힌 한·미 정상회담의 의제 가운데는 ‘북핵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한 공동의 방안’과 ‘한반도 평화 실현’이 나란히 들어가 있다. 또 지난달 한·미 당국자들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공통점을 확인했다며 ‘북핵 4원칙’(△북핵의 완전한 폐기가 궁극적 목표 △제재와 대화를 포함한 모든 수단 동원 △북한과 올바른 여건이 이뤄지면 대화 가능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단호하고 실용적인 한-미 간 공동방안 모색)을 공개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런 큰 틀에서 한 걸음 나아가 해법을 구체화한 셈이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북핵 2단계 해법(북핵·미사일 활동 동결→북핵 폐기)의 첫 단계인 ‘동결’은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북-미가 극적으로 타결한 ‘제네바 기본합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 미국은 북한이 경수로 및 대체에너지를 제공하는 대신 북한은 흑연감속원자로 및 관련 시설을 동결하고 궁극적으로 해체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런 ‘동결’ 합의는 2007년 2·13 합의와 2012년 2·29 합의에도 명기됐다.
문제는 북핵 동결이라는 첫 단계 회담에 들어가는 ‘입구’를 무엇으로 두느냐다. 일부에서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등을 대화 재개를 위한 ‘입구’로 제기하고 있지만,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동결이 먼저’라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또 “전제 조건 없는 대화를 말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까지 문 대통령이 언급한 ‘대화의 조건’은 “북한의 핵·미사일 추가 도발 중단” 정도로 보인다. 하지만 ‘추가 도발’이라는 것이 핵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 도발’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북한의 일상적인 군사 훈련의 일환일 수도 있는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도 ‘도발’에 포함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화 재개를 위한 ‘입구’에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를 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 전문가는 “8월에 있을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과 관련해, 7월께 (한·미 당국이 축소 등) 가시적인 조치를 취해주는 게 대화에 앞서 ‘7월 위기’를 방지하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북한이 한미정상회담이 있는 6월 말까지는 분위기를 탐색하겠지만 7월로 접어들면 고강도의 ‘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미국의 대표적 북한 전문가 토니 남궁 전 버클리대 동아시아연구소 부소장은 최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북-미, 남-북 등 양자 대 양자가 만나, 2(북미)+2(남북) 회담을 재개하는 것도 (북핵 문제 해결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앞서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남과 북, 미국은 3자 연쇄 회동을 통해 핵 활동에 대한 유예(모라토리엄)와 한반도 정전협정을 인정한 2·29 합의를 도출한 바 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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