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수석과 오찬에 앞서 이정도 총무비서관과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총무비서관에 7급 공채 출신 공무원이 임명되자 누리꾼들의 반응이 뜨겁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일 최측근을 임명하던 관행을 깨고 이정도(52) 기획재정부 행정안전예산심의관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 임명했다. 대통령과 인연이 없이 주요 보직에 기용돼 파격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이 총무비서관은 경제정책 총괄부처인 기재부에서도 인사와 예산 전문가로 통한다.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들이 주류를 이루는 기재부에서 7급 공채로 시작해 국장직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경남 합천 출신인 이 비서관은 1992년 공직에 입문한 이후 기획예산처와 기재부에서 주로 예산 관련 업무를 맡아왔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으로 일한 경험이 있어 청와대 업무가 낯설지 않은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총무비서관은 청와대의 인사와 재정 등 ‘살림살이’를 총괄하는 자리다. 특수활동비 등 ‘영수증이 필요없는’ 예산도 다루는 만큼 ‘사고’도 많은 자리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일까. 역대 대통령들은 자신을 오랫동안 보좌해온 믿을 수 있는 측근을 총무비서관에 임명해왔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각종 비리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거나 법정에 서는 등 불행한 결말을 맞았다.
참여정부 때인 2003년 10월14일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에스케이그룹 비자금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노무현 정부의 최도술 총무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의 고교 1년 후배로 1984년부터 ‘변호사 노무현’의 사무장으로 일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취임한 2003년 총무비서관에 임명됐지만, 에스케이(SK)로부터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명박 정부의 김백준 총무비서관은 이 대통령의 고려대 동문으로 ‘MB 집사’로 불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한 2008년부터 임기 5년 내내 총무비서관으로 일하다 대통령 퇴임 때 함께 청와대를 떠났다. ‘왕비서관’으로 불린 그는 이 전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인 비비케이(BBK) 사건을 담당했고, ‘내곡동 사저 특검’ 때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6월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보고를 듣고 있다. 이 대통령 왼쪽 세번째가 김백준 총무비서관.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정부의 이재만 총무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이다. 정호성·안봉근 전 비서관과 함께 박 전 대통령이 1998년 국회에 진출할 때부터 보좌해 온 오랜 측근이다. 2013년부터 총무비서관으로 청와대 살림을 도맡아하다가 박 전 대통령 탄핵의 원인이 된 국정농단 사건으로 지난해 10월 사임했다.
지난 2007년 11월2일 국회 환경노동위의 노동부 국정감사에 참석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이재만 보좌관과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이들과 달리 이정도 총무비서관은 문 대통령과 직접적인 인연이 없다. 문 대통령은 11일 오찬에서 “그동안 총무비서관은 패밀리처럼 그런 관계 있는 분이 맡아야 하는 뭔가 좀 비밀스런 직책이었는데 저는 좀 투명하게 운용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참여정부 시절에 있었던 공정한 인사를 위한 ‘블라인드 채용’을 떠올리게 하는 파격적인 인사” “학벌이나 배경이 아닌 능력에 따른 인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내놓았다.
이충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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