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 공동 주최로 25일 일산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린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리얼미터 조사서 지지율 13% 안철수와 격차 좁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동남풍’을 타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27일 나온 리얼미터-<시비에스> 여론조사(24~26일 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를 보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44.4%)가 큰 차로 1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안 후보(22.8%), 홍 후보(13%), 심상정 정의당 후보(7.5%),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5.4%) 순이었다. 안 후보는 하락세인 반면, 홍 후보는 안 후보가 강세를 보이던 보수층, 대구·경북, 60대 이상에서 안 후보를 앞서거나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남에서 바람을 일으켜 충청과 수도권으로 밀고 올라간다는 홍 후보의 ‘동남풍 전략’을 떠받치는 키워드는 크게 강경보수, 대구·경북, 박근혜 세 가지다. 홍 후보는 지난 4차례 티브이(TV) 토론회 등을 통해 어떤 주제가 나와도 “3% 강성귀족 노조가 기업을 망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가 640만달러를 받았다”, “사드 배치에 이어 전술핵도 재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지는 깔때기 답변으로 일관해 왔다. 모두 전통적 보수층, 그 중에서도 강경·극우 쪽에서 반기는 내용들이다. 당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선거에서 강했던 이유는 지지층에게 간단하고 쉬운 이야기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홍 후보의 전략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안 후보에게 내줬던 보수의 본산 대구·경북에 집중한 것도 효과를 봤다. 홍 후보는 전날 대구 서문시장을, 27일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와 김천을 잇달아 방문했다. 대구 방문은 지난달 31일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무려 6번째다. 대구·경북은 한나라당·새누리당 때부터 탄탄한 지역조직과 ‘주인의식’으로 무장한 당원들이 여전히 건재하다. 경북도당위원장인 백승주 의원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하면서 지역조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론조사에서 잡히지 않는 현장 분위기가 확실히 잡힌다”고 했다. 당 쪽에서는 “처음에는 낮은 지지율 때문에 마지못해 지역조직이 움직였지만, 지난주부터는 안 후보에게서 돌아선 당원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홍 후보 캠프에서는 4말5초(이르면 4월 말, 늦어도 5월 초)에 안 후보와 지지율 골든크로스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두 후보의 지지율은 한쪽이 오르면 한쪽이 빠지는 시소관계”라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박근혜는 무능한 대통령”이라고 했던 홍 후보가 박정희·박근혜 띄우기에 적극 나선 것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홍 후보는 25일 티브이 토론회에 이어 이날 구미에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제일 존경한다”고 했다. 이어 “서울 광화문에 살아계신 분이나 돌아가신 분이나 역대 대통령 동상을 세워 조롱받지 않고 존경받게 하겠다”고 했다. 생존 전직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박근혜 전 대통령 뿐이다.
홍 후보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며 그동안 선거운동에 시큰둥하던 소속 의원들이 빨간옷을 입고 유세현장이나 지역구 교통요지에 나타나기기 시작했다. 지지율 상승에 고무된 듯 그간 잠잠했던 홍 후보의 막말도 다시 터져나왔다. 홍 후보는 이날 경북지역 유세 현장에서 안 후보의 합성 선거포스터를 두고 “머리는 안철수, 몸통은 박지원”이라고 했고, 유 후보에게는 “티케이에서는 살인범은 용서해도 배신자는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는 말을 다시 끄집어냈다. 또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되면 대북정책 대통령은 김정은이 된다”는 색깔론도 폈다.
이 때문에 수도권까지 동남풍이 올라오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수도권 의원실 관계자는 “영남은 몰라도 막말 이미지의 홍 후보가 수도권에 먹히기는 쉽지 않다. 여의도에 있으면 눈총을 받으니 지역구에 가 있기는 하지만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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