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패널들이 질문을 듣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재벌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사외이사 독립성을 강조했지만, 정작 본인은 사외이사 시절 ‘거수기’ 노릇을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1일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안철수 후보의 포스코 사외이사 시절 의혹을 제기했다. 주된 의혹은 ‘낙하산 인사’로 평가받는 정준양 전 회장의 선임과 부실기업인 성진지오텍 인수에 안 후보가 별다른 문제 제기 없이 회사 뜻에 따랐다는 것이다. 안 후보는 지난 3월16일 “우리나라 기업 사외이사 대부분이 사실상 거수기 노릇을 하고 있다. 이는 재벌총수와 학연·지연 등으로 얽혀 있는 사람을 사외이사로 선임함으로써 견제와 감시라는 사외이사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결과다”라고 말했다. 이런 지적이 안 후보에게 ‘부메랑’이 되고 있다.
그는 2005~2011년 포스코 사외이사를 지냈고, 2010~2011년에는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우선 정준양 전 회장의 선임을 살펴보면, 이명박 정부 시절 실세들이 개입한 흔적이 많다. 2010년까지 임기를 남겨둔 이구택 당시 회장이 돌연 사퇴를 하고, 정준양 전 회장이 선임되는 과정에서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등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을 내어 “민간기업인 포스코에 대한 정권 실세의 영향력 행사 의혹이 불거진 데 개탄하며 사외이사들이 나서서 관련 의혹에 대한 진실을 밝힐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사외이사로 구성된 최고경영자(CEO)후보추천위원회는 2009년 1월말 정준양·윤석만 사장을 면접한 뒤 표결했다. 세차례 투표에서 정준양 회장이 낙점됐는데, 안철수 사외이사는 줄곧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순 사외이사(현 서울시장) 등 일부 사외이사가 반대한 것과 다른 태도였다. 박원순 시장은 정준양 회장 선임에 대한 항의 차원으로 이후 사외이사직을 내던지기도 했다.
또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 인수에도 안 후보는 찬성했다. 부실이 심한데도 1593억원을 주고 인수한 것은 물론 추가로 유상증자나 사채발행으로 지원해 총 6000억원을 투입하는 등 포스코는 비싼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고가 인수로 당시 이명박 정권 실세들과 친분이 두터웠던 전정도 전 성진지오텍 회장 특혜 의혹 등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포스코는 검찰 수사를 받는 등 어려움에 처했다. 비록 법원이 최근 정준양 회장에게 “사후 큰 손실이 발생했다는 결과만 보고 형법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무죄로 판결했지만, 포스코가 잘못된 인수로 큰 손실을 본 것은 자명하다. 만약 사외이사가 제구실을 했다면 이런 어려움을 예방할 수도 있었다. 정준양 전 회장 선임과 성진지오텍 인수에 찬성한 안 후보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당시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다른 사외이사들처럼 안철수 후보도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사회 의사록에서도 확인된다. 의사록을 살펴본 시민단체 관계자는 “안철수 사외이사는 정 전 회장 선임 시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았고, 성진지오텍 인수 때에는 이사회 의장으로 사회를 보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경록 국민의당 대변인은 “검증이 끝난 문제를 재탕하는 것은 전형적인 네거티브다. 과거 관련 기록을 검증해보면 안 후보가 조처를 취한 것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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