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저수준의 출산율은 엄마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한 ‘독박육아’의 필연적 결과다. 시민정책오디션 심판관으로 모인 7명의 엄마 아빠들은, 독박육아의 피눈물나는 체험에 덧붙여, 대선공약에 대한 냉정한 평가, 발랄한 제언들까지 2시간 동안 쉼 없이 발언을 쏟아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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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대선후보들에게 일관되게 요구한 한 가지는 진심으로 책임지는 국가의 모습이었다. 그때 정책에 현실성이 담긴다는 것이다. 야당 후보들의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공약을 엄마들은 당연히 지지했다. 하지만 민간어린이집도 안심하고 보낼 수 있도록 보육교사의 처우 개선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은 매서웠다. 민간 대 국가의 이분법에만 매달리면 정작 엄마들이 시달리는 현실을 못 본다.
육아휴직제 공약도 마찬가지였다. 휴직수당 확대야 반갑지만 문재인·심상정 후보 등이 제시한 아빠 할당제가 더 큰 지지를 받았다. “출산 육아 공약이 지금까지 여성 대상이었다면 이번 대선에서는 처음으로 아빠 이야기가 나온다”는 한 참석자의 의미 부여에 다른 참석자도 “단순히 ‘남자도 해봐라’는 식을 떠나 함께 책임지고 가자는 것이다”고 화답했다.
국가의 육아 책임은 정책 몇 개로 가능하지 않다. 노동시간, 직장문화, 성 평등 문제 등 그야말로 ‘사회개조’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를 늦게까지 맡기게 되면 선생님이 그때까지 일해야 하고 선생님이 괴로워지면….” 한 엄마는 이렇게 탄식했다. 모든 문제들은 얽혀 있다. 사회 전반에서 삶의 질을 높이려는 비전 속에서 국가의 육아 책임이 고민되어야 한다.
이들의 관심은 자연스레 재원으로 모였다. 소득감소의 위험 없는 육아휴직, 비정규직 종사자의 육아휴직 혜택 등을 위한 방안으로 ‘부모보험’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부모보험을 실시하고 있는 스웨덴에서는 출산휴가, 육아휴직, 아이 병간호 등으로 휴가를 낼 때 소득의 80%를 보전받고 재원은 노사가 반반 부담한다. 노동자는 휴직해도 소득보전이 되고, 회사는 비용부담이 없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고 한다. 일부 참여자는 생협 등을 통해 공동체 육아에 참여하고 있었다. 집 근처 육아 사랑방에서 육아품앗이는 물론 육아 정보와 먹거리 교환 등을 이어갔고 이런 공동체를 통해 아이와 엄마 모두가 돌봄을 받게 된단다. 협동조합이 돌봄의 사회화 실현을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오늘의 복지국가 스웨덴의 기원은 1930년대 인구감소 위기에 맞선 ‘예방적 사회정책'의 실시였다. 인간의 생존과 재생산은 사회 유지의 가장 기본적 요소이며, 가족과 아동에 대해서는 선제적인 사회정책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 스웨덴 보편복지 철학의 출발점이었다. 출산파업으로 인구절벽이 가시화된 한국에서 육아는 일개 정책 분야가 아니다. 향후 우리 사회의 생존을 좌우하는 시금석이다.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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