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들의 공약을 검증하는 ‘시민 정책 오디션' 참석자들이 23일 오전 서울 동교동 미디어카페후에서 ‘육아문제'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인구절벽이 머지않았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하나라도 더 아이를 낳아야 한다며 여성들을 독촉하고, ‘가임여성 인구수 지도’마저 만들어 뿌린다. ‘국가가 출산과 양육의 책임을 나눠 지진 않으면서 내 자궁마저 국유화하려고 든다’는 원성이 하늘을 찌른다. 대선 주자들의 공약을 ‘보통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검증하기 위해 기획한 ‘시민정책 오디션’ 세번째 편에선 가정에서 육아를 담당하고 있는 30~40대 부모 7명을 만났다. 이들은 눈물 쏙 빠지는 경험담을 공유하면서 연신 안타까운 탄성을 쏟아냈다.
이번에 대선 주자들이 내놓은 공약은 육아휴직 급여 인상,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등 대체로 비슷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유연근무제를 약속한 이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확대’, ‘상향’, ‘인상’ 등 눈에 보이는 수치로 표현되는 정책들이다. 참가자들은 “나라가 육아를 책임져줄 테니 안심하고 아이를 낳으라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돈을 주겠다’고 하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급여 확대나 수당 지급 등을 뒷받침할 재원 마련 방법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보였고, 비정규직은 여전히 이런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참가자들 모두가 “이것만은 꼭 실현됐으면 좋겠다”며 선택한 공약은 ‘파파쿼터제’ 같은 아빠의 육아휴직 의무화 정책이었다. 애는 함께 낳아 함께 기르는 것인데, 그간 우리 사회가 엄마에게만 ‘독박육아’의 책임을 지웠다는 데 대한 비판이었다. 최근 어렵사리 재취업에 성공한 한 직장맘은 “일하면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년’이고, 집에서 아이를 돌보면 ‘맘충’(엄마를 뜻하는 ‘맘’+벌레를 의미하는 ‘충’의 합성어로 전업맘을 비하하는 표현)이라고 욕을 먹는 게 우리 사회”라고 답답함을 토로하자, 참가자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한 남성 육아휴직자가 “이번 대선은 남성(아빠)을 공동 육아 주체로 호명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하자 모두들 ‘격한 공감’을 나타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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