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지사가 5일 오후 서울 강북구 번동 꿈의숲아트센터에서 열린 ’2040과 함께하는 아이 키우기 브런치토크'에서 한 가족과 이야기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안희정 충남지사의 기세가 매섭다. <한겨레>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의뢰로 리서치플러스가 3~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안 지사가 받은 대선주자 선호도 14.1%는 한달 전 조사(3.3%)보다 무려 10%포인트 이상 치솟은 수치다.
조사 결과를 뜯어보면, 충청 지역에서 안 지사의 선호도는 26.7%로 평균치를 크게 웃돌았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조기 낙마로 유력 후보를 잃은 지역 민심을 흡수한 셈이다. 연령별로는 50대에서 20.2%를 기록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27.3%)를 바짝 추격했고, 60대 이상(10.8%)에서는 오히려 문 전 대표(9.8%)를 앞섰다. 이념성향으로는 자신을 중도라고 밝힌 응답자 중 19.2%가 안 지사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다른 정당 지지층의 선택을 제법 많이 받은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국민의당 지지층의 13.4%가 안 지사를 선택했고, 바른정당 지지자들은 유승민 의원(29%) 다음으로 안 지사(20.8%)를 꼽았다. 중도·통합을 강조하는 안 지사가 국민의당·바른정당 지지자들의 마음을 얻고 있는 것이다.
‘지지하는 인물이 경선에서 탈락했을 때 누구를 지지하겠느냐’는 2순위 지지도 질문에서 안 지사가 24.8%로 1위를 차지한 것도 그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안철수 지지층에서 28.4%, 유승민 지지층에서 25.5%, 황교안 지지층에서 14%가 안 지사로 옮겨왔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민주당 후보의 ‘일대일 가상대결’ 결과도 눈길을 끈다. 안 지사는 안철수 전 대표와의 양자대결에서 52.1%를 얻는 것으로 나왔다. 이 가상대결에서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율은 50.3%였다. 이런 결과에는 문 전 대표와 안 지사가 중도·보수층에서 얻는 지지도 차이가 영향을 미쳤다. 문 전 대표는 새누리당 지지층에서 6.3%의 지지를 얻어 51.4%를 기록한 안 전 대표에게 압도당했고, 바른정당 지지층(문재인 27.1%-안철수 52.5%)에서도 크게 졌다. 그러나 안 지사는 새누리당 지지층(안희정 32.6%-안철수 30.1%), 바른정당 지지층(안희정 60.8%-안철수 25.5%)에서 모두 안 전 대표를 앞섰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당원만이 아닌 일반국민도 참여하는 완전국민경선제인 만큼 보수·중도층의 참여를 얼마나 끌어내느냐에 따라 안 지사가 ‘문재인 대세론’을 뚫고 결선투표에 진출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는 문 전 대표 선호도가 61.5%로 안 지사(17.3%)에 비해 절대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안 지사가 당내 경선에서 승리해 대선후보가 되려면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으로부터 표를 얻어야 하는데 최근의 ‘우클릭’ 행보로는 쉽지 않은 과제다. 그의 중도·보수 확장 전략에 일정한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당내에선 안 지사의 선전이 경선 판도를 흔들기보다는 ‘산토끼’(중도·보수층)를 끌고 와 본선 국면에서 민주당 후보 지지층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기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누리집(nesdc.go.kr) 참조.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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