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일반

“그가 스웨덴에서 출마한다면 나는 찍지 않겠다”

등록 2017-01-31 21:11수정 2017-02-01 01:42

전 유엔 감찰실장 알레니우스 전자우편 인터뷰
“내부적으로 유엔 투명성·책임성 제고 실패”
“외부적으로 미국 등 눈치 보느라 유엔 역할 못해”
알레니우스 전 유엔 감찰실장이 2011년 스웨덴 기자 니클라스 에크달과 함께 펴낸 <미스터 찬스: 반기문 재임 기간 중 쇠퇴한 유엔>의 표지.
알레니우스 전 유엔 감찰실장이 2011년 스웨덴 기자 니클라스 에크달과 함께 펴낸 <미스터 찬스: 반기문 재임 기간 중 쇠퇴한 유엔>의 표지.

“그가 스웨덴 대통령으로 출마한다면 나는 절대 찍지 않을 것이다.”

스웨덴 출신인 잉아브리트 알레니우스 전 유엔 감찰실장은 31일 <한겨레>와 한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반기문 전 사무총장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유엔에서 2003년부터 7년간 감찰실장(OIOS)으로 일하다 2010년 7월 반 전 사무총장 앞으로 50쪽에 이르는 비판 보고서를 남기고 사퇴한 바 있다. 이듬해에는 스웨덴 기자 니클라스 에크달과 함께 <미스터 찬스: 반기문 재임 기간 중 쇠퇴한 유엔>(Mr. Chance: The decay of the UN under Ban Ki-Moon)이란 책을 펴내기도 했다.

알레니우스 전 실장은 인터뷰에서 “반 전 총장은 내부적으로는 유엔 헌장 제97조가 밝힌 ‘사무국 수석행정관’(Chief Administrative Officer), 즉 내부 총책임자로서 유엔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데 실패한 것은 물론 유엔 헌장 제99조의 사무총장으로서 외부 역할에도 충실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제99조는 ‘사무총장은 국제평화와 안전 유지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는 어떤 사안이라도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회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은 미국을 비롯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P-5)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제구실을 하지 못했다고 비판한 것이다.

반 전 총장이 유엔의 내부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지 못해 최근 발생한 ‘콤파스 사건’ 등 나쁜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이사인 안데르스 콤파스는 2013년 12월부터 2014년 7월까지 프랑스에서 파견한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유엔평화유지군이 어린이를 상대로 성적 학대를 했다고 내부고발을 했지만, 보호받기는커녕 물러나야만 했다. 알레니우스 전 실장은 “반 전 총장은 임기를 시작하면서 투명성·책임성을 높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실천하지 않았다. 콤파스 사건은 그가 재임 시절 유엔의 투명성을 높이지 못해 발생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비판이 2009년 당시 모나 율 유엔 주재 노르웨이 차석대사가 본국에 보낸 문건에서 밝힌 반 전 총장 비판과 궤를 같이한다고 밝혔다. 율 차석대사는 스리랑카 내전 방관, 미얀마 방문시 아웅산 수치 면담 실패 등을 예로 들며 반 전 총장을 ‘줏대없고’(spineless), ‘보이지 않는’(invisible) 인물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알레니우스 전 실장은 “(내 보고서가) 반 전 총장에게 직접 전달돼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부드러운 톤으로 썼다는 것만 다를 뿐 비판의 내용은 (율 대사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이어 “율 대사가 그를 ‘다혈질’(choleric)이라고 표현했는데, 나도 내 보고서에서 그런 사실을 언급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당신의 비판이 유럽 중심적 사고의 산물이 아니냐’는 질문에 알레니우스 전 실장은 “중요한 아시아 국가 상주 대표들이 반 전 총장을 ‘재앙’(disaster)으로 간주했다. 또 주요 회원국들은 반 전 총장이 토론 과정에서 어떤 기여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없어 (그를) 적절한 대화 상대로 여기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화제가 된 반 전 총장의 영어 실력에 대해서도 “상당히 형편없다”(rather poor)고 평가했다. 반면 반 전 총장은 지난 25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통역 없이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대통령이 없어 안타깝다”는 말로 자신의 영어 실력에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알레니우스 전 실장은 반 전 총장의 대통령 출마에 대한 의견을 묻자 “내가 답변하는 것이 부적절해 보인다. 다만 그가 스웨덴에서 출마한다면 나는 그에게 절대로 투표하지 않겠다는 말밖에 할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책 제목을 <미스터 찬스>로 정한 배경에 대해 영화 <찬스>(원제 Being there)를 패러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는 평생을 바깥출입 없이 티브이(TV)만 보며 살아온 정원사 찬스가 고령인 주인이 숨지자 세상 밖으로 나와 엉뚱한 일로 현인 대우를 받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알레니우스 전 실장은 “반 전 총장의 취임이 전혀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생소한 환경에 노출된 정원사 찬스와 흡사하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그가 요직에 어울리지 않지만 주요 자리에 자격 있는 사람을 앉히고 조직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실현했다면 책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한편, <워싱턴 포스트>는 2010년 알레니우스 전 실장의 보고서에 대해 “유엔의 내부 부패와 싸우는 감찰실장이 반 사무총장을 겨냥해 감찰실의 노력을 폄훼하고 유엔을 쇠락으로 이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유엔 내부 관계자는 이런 비판에 대해 “반 총장의 기후변화, 여성 인권 신장 등의 노력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한동훈 버티기…“대표 사퇴 안 했으니 권성동 대행체제 불성립” 1.

한동훈 버티기…“대표 사퇴 안 했으니 권성동 대행체제 불성립”

윤석열의 3년…공정과 상식 걷어차고 ‘헌정 파괴’로 폭주 2.

윤석열의 3년…공정과 상식 걷어차고 ‘헌정 파괴’로 폭주

우원식 ‘퇴근 인사’ “꺼지지 않는 가장 단단한 불빛 함께해 든든” 3.

우원식 ‘퇴근 인사’ “꺼지지 않는 가장 단단한 불빛 함께해 든든”

[속보] 윤석열 탄핵안 가결, 대통령 직무정지…찬성 204표 4.

[속보] 윤석열 탄핵안 가결, 대통령 직무정지…찬성 204표

사과 없는 윤석열 “잠시 멈춰서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 5.

사과 없는 윤석열 “잠시 멈춰서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