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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출마 바람직하지 않아”

등록 2017-01-31 20:48수정 2017-01-31 22:02

사무총장 출신 정부직 제한하는 유엔 총회 결의안 논란
전문가 7명 모두 “반 전 총장 출마하면 도덕적 비판받아”
국회 입법조사처도 “법적 구속력 없지만 준수 노력해야”

유엔은 창립 직후인 1946년 1월 총회에서 중요한 결의안 하나를 만장일치로 채택한다. “여러 나라의 비밀을 취득할 수 있는 사무총장이 퇴임 직후 (개별 회원국의) 정부직(Governmental position)을 맡아서는 안 된다.”(제11호 제4항 b호)

그런데 제8대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반기문씨가 퇴임 직후 귀국해 대통령 선거전에 뛰어들면서 이 조항의 해석을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더욱이 역대 사무총장 7명 가운데 반 전 총장처럼 퇴임하자마자 곧바로 국내 공직 선거에 출마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럼에도 반 전 총장은 이 결의안이 ‘권고’에 불과해 준수 의무가 없고, 임명직이 아니라 선출직에는 해당되지도 않는다며 자신의 대통령직 도전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래서 <한겨레>는 국제정치·국제법 전문가 7명에게 유엔 결의안에 비추어 반 전 총장의 출마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물어보았다. 그 결과 이들은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가 유엔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행위로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송지영(싱가포르경영대 정치학 교수) 오스트레일리아 로위국제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세계 많은 지도자를 알고 있다. 이것을 이용해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유엔 총회 결의안이 우려하고 경고했던 대목”이라며 “갓 퇴임한 사무총장이 국제기준에 어긋나는 활동을 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위상 제고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병원 한국외대 교수(L&D 학부)는 “반 전 총장이 유엔의 도덕성·합법성 등 상징적인 힘을 가진 결의안을 스스로 어겨 도덕적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고, 조동준 서울대 교수(외교학)도 “(유엔 총회에서) 하지 말라는 것을 지키지 않아 도덕적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최아진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유엔 총회 결의안이 의무 사항이 아니라고 해서 이를 따르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통령과 같은 선출직은 유엔 결의안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반 전 총장의 주장도 비판대에 올랐다. 의견 표시를 유보한 김현정 연세대 교수(정외과)를 제외한 6명은 결의안이 선출직에도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용중 동국대 교수(법학)는 “결의안의 취지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얻은 정보를 한 나라의 이익을 위해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나라의 이익을 대변하기 때문에 결의안의 적용을 받는다”고 했다. 송지영 연구위원도 “사무총장 시절 알게 된 정보를 한 나라의 수반으로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결의안의 취지다. 만약 출마하더라도 퇴임 4~5년이 지난 뒤 공직에 나선 쿠르트 발트하임이나 하비에르 페레스 데케야르처럼 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실제로 발트하임은 1981년 12월 유엔 사무총장에서 물러난 뒤 5년이 훨씬 지난 86년 8월 오스트리아 대통령에 취임했고, 데케야르도 91년 12월 퇴임 후 95년 4월이 돼서야 대통령 선거에 나섰다.

다만 결의안의 법적 구속력을 두고는 견해가 갈렸다. 이용중 교수는 “결의안을 따르지 않는다고 물리적 제재가 있지는 않지만 국제법과 같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했고,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법학)도 “만장일치로 통과된 결의안이라 법적 구속력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나머지 다섯명은 ‘권고’ 수준이라고 해석했다. “유엔 결의안 대부분이 그러하듯 회원국 정부가 임명을 자제하고 사무총장도 이를 수락하지 않도록 권고한 것으로 봐야 한다.”(송지영 연구위원) “‘바람직(desirable)’ 등의 용어를 쓰고 있어 법적 구속력은 없다고 봐야 한다.”(김현정 교수) 우병원·최아진·조동준 교수도 같은 입장을 취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동일한 질의에 반 전 총장과는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입법조사처는 “결의안이 법적 구속력을 의도했다고 볼 수 있는 단서를 찾기는 어렵다”면서도 “공직 제한 규정을 무시해도 되는 것은 아니고, 취지에 맞게 충실히 준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유엔 또는 다른 유엔 회원국에 불이익이 되지 않는다면 유엔 사무총장은 퇴임 후 특정 회원국의 공직에 종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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