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2017 광장의 노래]
3부 다시, 문제는 민주주의다 ①-민주주의도 통역이 되나요?
20대 신보수의 등장
3부 다시, 문제는 민주주의다 ①-민주주의도 통역이 되나요?
20대 신보수의 등장
‘20대에 좌파가 아니라면 심장이 없는 사람이고, 40대에도 좌파라면 두뇌가 없는 사람’이라는 프랑스 속담은 적어도 한국 현실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갈수록 앙상해지는 20대의 민주주의 인식이 통계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30일 <한겨레>가 입수한 ‘2016년 한국종합사회조사(KGSS)’ 통계를 보면, 20대는 사회 현안에 보수적인 시각을 보이고, 현실 정치인을 가장 많이 신뢰하며, 정치 참여도 역시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성 제도에 도전적인 ‘청년’들이 새로운 질서와 가치를 개발할 것이라는 전통적인 세대론적 민주주의 통념이 깨지고 있는 셈이다.
‘한-미 동맹’ ‘국가보안법’ ‘개성공단’ ‘비정규직’ ‘복지’ ‘증세’ 등 논쟁적인 사회 현안에 대한 태도 조사에서 20대(18~29살)는 5점 척도(숫자가 높을수록 보수적)에 2.86점으로 30대(2.82), 40대(2.85)보다 보수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김석호 서울대 교수(사회학) 분석을 통해 살펴본 한국종합사회조사 결과치를 보면, 20대 안에서도 특히 ‘18~24살’ 젊은층의 보수화 경향이 도드라졌다. 이들은 ‘고소득자가 현재보다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는 질문에 가장 적은 찬성 의견을 냈고, ‘한-미 동맹은 강화돼야 한다’는 질문에는 과반수가 동의했다. 전국 30여개 대학 사회학과가 주관하는 한국종합사회조사는 정치·사회 주요 현안에 대한 여론의 흐름을 보기 위해 해마다 반복 수행하는 심층 면접 조사다. 2003년 처음 시작했으며 지난해 조사 대상자는 1600명이었다.
고소득자 세금에 가장 부정적
한미동맹 강화에 과반수 동의
정치인에 대한 태도 조사에선
60대 이상보다 관대한 점수 줘
학벌·취업 등 극심한 경쟁과
경제적 불평등이 생각 옥죄
민주주의 효능 체감시키기 위해
소득분배 등 민주주의 더 강화를 앞서 김 교수와 김영원 숙명여대 교수(통계학)가 낸 ‘정치 태도와 행위의 세대 간 차이’ 발표문에서도 20대의 보수화 경향이 드러난 바 있다. 2013년 기준 세대별 보수 성향 조사에서 1970~74년생이 스스로 가장 진보적이라고 평가한 이래, 이후 출생 세대들의 보수 성향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또 20대는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와 지난해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의 출구조사 결과 분석에서도 30대에 비해 보수 정당에 많은 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이상보다는 진보적인 투표 성향을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나이가 어릴수록 진보적일 것’이라는 연령 효과에 대한 통념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20대는 현실 정치인에 대한 태도 조사에서도 60대 이상 노년층보다 높은 신뢰도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20대는 ‘정치인들은 나라 걱정을 하기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는 질문(1=매우 그렇다, 7=매우 그렇지 않다)에 대한 응답점수가 2.21로 모든 세대 가운데 정치인을 가장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60대 이상(2.14), 40대(2.08), 50대(2.07), 30대(2.05) 차례였다. ‘정치인이 좋은 말을 하는 것은 단지 표를 얻기 위한 것이다’, ‘정치인들이 하는 말을 믿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다’ 등의 설문에서도 20대는 각각 2.26, 2.69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은 신뢰도를 보였다. 현실 정치에 우호적인 ‘기성세대’ 60대보다 현실 정치인에 관대한 청년들이 등장한 셈이다. 이런 20대 보수화 현상의 원인으로는 경쟁 만능주의에 길들여진 20대의 팍팍한 현실이 지목된다. 학벌·취업 등 극심한 경쟁이 생활 속에 내면화된 20대 젊은이들은 삶에 지쳐 기존 제도의 권위에 도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석호 교수는 “지금의 20대는 그 어느 시대 20대들보다 치열하게 시간을 쪼개서 살고 있다. 새로운 질서를 고민하거나 존경의 대상을 찾을 여유조차 누리지 못한 20대는 바로 주변에 있는 부모님 세대의 영향을 받아 보수화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말했다. 생애주기상 보수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은 50·60대 부모 세대의 인식을 ‘격세 유전’한 새 보수층의 등장일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20대 보수화의 심리적 근저에는 ‘불안감’이 똬리를 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종합사회조사를 분석해 보면, ‘현재 나의 생활 수준이 부모님이 내 나이 때보다 좋아졌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20대와 30대는 점차 나빠졌다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었다. 2003년 조사 당시 20·30대는 5점 척도(숫자가 높을수록 긍정적)에 4.04점으로 부모 세대에 비해 생활 수준이 나아졌다고 답했지만, 2014년 조사에서는 각각 3.95, 3.97점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계층 이동의 가능성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인 셈이다. 이들을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자신의 생활 수준이 같은 나이 부모님 세대 때보다 나아졌다는 응답이 갈수록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20대의 정치 참여에 대한 태도 역시 급속히 보수화하고 있다. 한국종합사회조사는 ‘진정서 서명’ ‘불매운동’ ‘집회·시위’ ‘온라인 의사 표시’ 등 각종 정치 참여 수단에 대한 호응도 조사를 하고 있는데, 20대의 정치 참여 의사는 해가 갈수록 보수화하고 있다. 가장 고전적인 정치 참여 수단인 ‘진정서 참여’ 문항을 살펴보면 2004년 당시 20대는 4점 척도(숫자가 낮을수록 참여도 높음)에 2.14로 응답했는데, 2016년 조사에선 2.74로 높아졌다. 30대(2.59)는 물론 40대(2.50)보다 높고, 50대(2.75)와 비슷한 수준이다. ‘시위 참여’에 대한 조사에서도 20대의 응답은 2004년 3.11에서 2016년 3.32로 보수화했다. 반면 20대는 온라인 의사 표현에 대해서는 높은 호응도를 보였다. 우리 사회가 건강성을 회복하려면 20대를 옥죄고 있는 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병유 한신대 교수(경제학)는 “경제적 불평등에 시달리는 사회 구성원이 민주주의 체제의 효능감을 느끼지 못하고 보수화한다는 것은 일종의 경험적 진리”라며 “사회 통합의 가장 큰 저해 요소가 되고 있는 경제적 불평등을 개선하는 방안은, 역설적으로 소득분배 개선과 재벌 개혁 등 민주주의의 강화를 통해서만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시 해답은 ‘민주주의’에 있다는 진단이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한미동맹 강화에 과반수 동의
정치인에 대한 태도 조사에선
60대 이상보다 관대한 점수 줘
학벌·취업 등 극심한 경쟁과
경제적 불평등이 생각 옥죄
민주주의 효능 체감시키기 위해
소득분배 등 민주주의 더 강화를 앞서 김 교수와 김영원 숙명여대 교수(통계학)가 낸 ‘정치 태도와 행위의 세대 간 차이’ 발표문에서도 20대의 보수화 경향이 드러난 바 있다. 2013년 기준 세대별 보수 성향 조사에서 1970~74년생이 스스로 가장 진보적이라고 평가한 이래, 이후 출생 세대들의 보수 성향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또 20대는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와 지난해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의 출구조사 결과 분석에서도 30대에 비해 보수 정당에 많은 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이상보다는 진보적인 투표 성향을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나이가 어릴수록 진보적일 것’이라는 연령 효과에 대한 통념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20대는 현실 정치인에 대한 태도 조사에서도 60대 이상 노년층보다 높은 신뢰도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20대는 ‘정치인들은 나라 걱정을 하기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는 질문(1=매우 그렇다, 7=매우 그렇지 않다)에 대한 응답점수가 2.21로 모든 세대 가운데 정치인을 가장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60대 이상(2.14), 40대(2.08), 50대(2.07), 30대(2.05) 차례였다. ‘정치인이 좋은 말을 하는 것은 단지 표를 얻기 위한 것이다’, ‘정치인들이 하는 말을 믿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다’ 등의 설문에서도 20대는 각각 2.26, 2.69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은 신뢰도를 보였다. 현실 정치에 우호적인 ‘기성세대’ 60대보다 현실 정치인에 관대한 청년들이 등장한 셈이다. 이런 20대 보수화 현상의 원인으로는 경쟁 만능주의에 길들여진 20대의 팍팍한 현실이 지목된다. 학벌·취업 등 극심한 경쟁이 생활 속에 내면화된 20대 젊은이들은 삶에 지쳐 기존 제도의 권위에 도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석호 교수는 “지금의 20대는 그 어느 시대 20대들보다 치열하게 시간을 쪼개서 살고 있다. 새로운 질서를 고민하거나 존경의 대상을 찾을 여유조차 누리지 못한 20대는 바로 주변에 있는 부모님 세대의 영향을 받아 보수화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말했다. 생애주기상 보수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은 50·60대 부모 세대의 인식을 ‘격세 유전’한 새 보수층의 등장일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20대 보수화의 심리적 근저에는 ‘불안감’이 똬리를 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종합사회조사를 분석해 보면, ‘현재 나의 생활 수준이 부모님이 내 나이 때보다 좋아졌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20대와 30대는 점차 나빠졌다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었다. 2003년 조사 당시 20·30대는 5점 척도(숫자가 높을수록 긍정적)에 4.04점으로 부모 세대에 비해 생활 수준이 나아졌다고 답했지만, 2014년 조사에서는 각각 3.95, 3.97점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계층 이동의 가능성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인 셈이다. 이들을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자신의 생활 수준이 같은 나이 부모님 세대 때보다 나아졌다는 응답이 갈수록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20대의 정치 참여에 대한 태도 역시 급속히 보수화하고 있다. 한국종합사회조사는 ‘진정서 서명’ ‘불매운동’ ‘집회·시위’ ‘온라인 의사 표시’ 등 각종 정치 참여 수단에 대한 호응도 조사를 하고 있는데, 20대의 정치 참여 의사는 해가 갈수록 보수화하고 있다. 가장 고전적인 정치 참여 수단인 ‘진정서 참여’ 문항을 살펴보면 2004년 당시 20대는 4점 척도(숫자가 낮을수록 참여도 높음)에 2.14로 응답했는데, 2016년 조사에선 2.74로 높아졌다. 30대(2.59)는 물론 40대(2.50)보다 높고, 50대(2.75)와 비슷한 수준이다. ‘시위 참여’에 대한 조사에서도 20대의 응답은 2004년 3.11에서 2016년 3.32로 보수화했다. 반면 20대는 온라인 의사 표현에 대해서는 높은 호응도를 보였다. 우리 사회가 건강성을 회복하려면 20대를 옥죄고 있는 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병유 한신대 교수(경제학)는 “경제적 불평등에 시달리는 사회 구성원이 민주주의 체제의 효능감을 느끼지 못하고 보수화한다는 것은 일종의 경험적 진리”라며 “사회 통합의 가장 큰 저해 요소가 되고 있는 경제적 불평등을 개선하는 방안은, 역설적으로 소득분배 개선과 재벌 개혁 등 민주주의의 강화를 통해서만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시 해답은 ‘민주주의’에 있다는 진단이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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