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약물 터무니없는 얘기…대통령 끌어내리려 거짓말
블랙리스트 몰라…광우병·촛불집회 둘다 근거 약해
정윤회와 밀회설, 나라 품격 떨어지는 일” 모든 의혹 부인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한국경제신문 정규재 주필(왼쪽)이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 '정규재 TV'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박 대통령이 특정 언론매체와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규재TV 제공/연합뉴스.
25일 보수적 인터넷방송인 ‘정규재 티브이(TV)’에 모습을 드러낸 박근혜 대통령은 한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 내내 부인과 변명으로 일관했다. 언론 보도와 검찰 수사에서 확인된 최소한의 사실에 대해서도 “모른다”, “아니다”라고 고개를 저었고, 자신은 국정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2017년의 한국 현실’과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듯했다.
■ “이 모든 건 누군가의 기획” 박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보도, 대규모 촛불집회, 국회의 탄핵안 가결까지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 대해 ‘기획설’을 제기했다. 그러나 ‘박사모’ 등 수구단체들의 집회에 대해선 “날씨도 추운데 나오시니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거짓말과 굉장한 얘기들이 만들어졌다. 박 대통령의 힘으로도 통제가 안 됐다. 왜 그랬나?
“한번 만들어져서 바람이 불면 수없이 ‘그게 아니다’라고 해도 뭔가 ‘이건 이렇게 해야 해’라고 짠 프레임 바깥의 이야기는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 풍조가 있다. 처음에 그렇게 됐을 땐 무슨 얘기를 해도 ‘그건 다 아니다’라는 바람이 아주 우리나라는 강하다.”
-이번 사건 보면 누군가 뒤에서 자료를 주고 있거나 스토리를 쭉 만들어가고 있거나 하는 느낌이 있다는 일부 주장도 있다. 박 대통령도 혹시 그런 세력이 있다고 느끼나?
“그동안 진행 과정을 쭉 추적해보면 뭔가 오래전부터 기획된 게 아닌가 하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솔직한 심정으로.”
-기획자는 누구일 것이라고 마음에 있나?
“그건 지금 말씀드리기 좀 그렇다. 하여튼 뭔가 우발적으로 된 건 아니라는 느낌은 갖고 있다.”
-국회·언론·노조·검찰 등 4대 세력이 동맹군이 된 듯 포위하고 있다.
“너무나 많은 허황된 얘기들이 떠돌다 보니까 그걸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거기 있었을 거고, 또 그동안 추진해온 개혁에 대해 반대하는 세력도 있었을 거고, 체제에 반대하는 세력들도 합류한 게 아닌가, 저는 그렇게 보고 있다.”
-촛불시위에 대해 한쪽에선 민주주의의 회복이라고 하고, 또다른 한편에선 촛불시위는 광우병 시위의 연장선, 즉 허공에 뜬 의혹과 루머에 의해 추동된 것이라는 양론이 있다.
“광우병 그리고 이번 사태 두가지 모두 근거가 약했다는 점에서 서로 유사점이 있다고 느끼고 있다.”
-촛불집회에 직접 나가서 시위대를 향해 육성으로 말씀을 하실 계획은 있나
“없다.”
-‘태극기 집회’가 점점 커지고 있다. 약간 위로받으시나?
“촛불시위보다 두배도 넘을 정도로 정말 열성 갖고 많은 분들이 참여하신다고 듣고 있는데, 그분들이 왜 저렇게 눈도 날리고 날씨도 추운데 계속 많이 나오시게 됐나. 자유민주주의체제 수호해야 한다, 법치 지켜야 한다, 그런 것 때문에 여러가지 고생 무릅쓰고 나온다고 생각할 때 가슴이 미어지는 그런 심정이다.”
-혹시 태극기 시위에 나갈 생각은?
“그것도 아직은 정해진 바 없다.”
■ 국정농단 의혹 모두 부인 박근혜 대통령은 블랙리스트 등 최순실씨 국정농단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유진룡 전 문화부 장관이 (블랙리스트 관련) 폭로를 했는데.
“장관으로 재직할 때 말과 퇴임한 후의 말이 달라지는 것,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국민들은 우리의 지도자가 최순실 같은 급으로 놀았는지, 혹시 판단 능력이 놀랍도록 떨어지는 분 아닌가 분노하고 있다. 청와대에서 굿을 한 건가, 향정신성 의약품에 중독된 건가 질문들을 한다.
“향정신성 약품을 먹었다든지 굿을 했다든지, 그 외 여러가지 있는데 전혀 사실 아니고 터무니없는 얘기다. 약물에는 근처에 가본 적도 없고, 굿을 한 적도 없고, 어마어마하게 많이 만들어졌는데 그런 허황된 얘기들 들으면서, 대통령 끌어내리고 탄핵시키기 위해 그토록 어마어마한 거짓말을 만들어내야 했다고 한다면, 탄핵의 근거가 얼마나 취약한 건가 그런 생각을 했다.”
-정윤회와 밀회하셨나?
“한마디로 나라 품격 떨어지는 얘기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이렇게 정말 말도 안 되는, 사실에 근거하면 깨질 일들이 이렇게 자꾸 나온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오해와 허구와 거짓말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는가를 역으로 증명하는 거라고 보인다.”
-최순실과 고영태의 관계를 느꼈나?
“전혀요. 고영태라는 이름조차도, 존재조차도 알지를 못했다.”
-정유라가 박 대통령의 딸이라는 말도 있다.
“자꾸 품격 떨어지는 얘기만…(웃음) 정말 끔찍한 거짓말도 어지간히 해야지 그렇게 저질스러운 거짓말이 난무하는 이게 건전한 분위기인가 하는 회의가 많이 든다. 정유라는 어릴 때 봤다. 정유라·최순실 개명한 것도 이번에 알았다.”
-검찰에서는 최순실과 대통령이 사실상 경제적 동일체라고 한다. 은행 계좌를 같이 쓰거나 한 일 있나?
“그 자체도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다. 희한하게 ‘경제공동체’라는 말을 만들어냈는데, 그건 엮어도 너무 어거지로 엮은 거다. 경제공동체라는 말은 암만 생각해도 이상하니까 특검에서도 철회를 할 정도로 말 안 되는 얘기들이다.”
-최순실이 뭔가 박 대통령 뒤에서 조종한 것 아니냐고 하는데, 인정하나?
“아니요. 지금 농단이라고 하는 게 인사에 개입했다, 기밀을 누설했다, 정책에 관여했다, 크게 세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지 않나. 정책과 기밀을 알았다는 건 아예 말이 안 되는 거고, 인사를 할 적에는 가능한 한 많은 천거를 받아서 최고로 일을 잘할 인사를 찾게 되잖나. 다른 사람도 얼마든지 추천은 할 수 있다. 추천받아도 검증을 해서 다 비교를 해본다. 누가 원한다고, 천거한다고 해서 될 수 있는 시스템이 전혀 아니다.”
-문화 분야 외에 최순실이 인사 천거나 영향력을 행사했나?
“없다. 문화 쪽이 좀 있었다.”
-정윤회 문건 사건에서 최순실 문제까지, 왜 방치됐나?
“이번에 비로소 알게 된 일도 보면서 ‘그런 일도 있었구나. 살피지 못했다면 내 불찰이고 잘못이다’ 그런 생각은 했다. 그 전에는 전혀 몰랐다.”
-조윤선 문화부 장관 건에 대해 어떻게 보나?
“뇌물죄도 아닌데 구속까지 한다는 것은 개인적 생각으로는 너무 과했다 생각한다.”
-블랙리스트 자체는 옛날부터 있던 것인가?
“모르는 일이다.”
■ “이제 개혁 물건너가” 박 대통령은 자신이 직무정지 상태에 놓임으로써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과의 갈등을 풀 수도, 자신이 추진했던 ‘개혁’도 더이상 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직무정지 상태가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신경질적인 반응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나?
“제가 손발이 묶이지 않았다면 여러가지 힘썼을 일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게 정지돼 있으니 어떻게 할 수 없다.”
-대통령 탄핵안이 인용된다면 박 대통령이 추진해온 개혁은 잊힐 것이다. 정치권은 어떻게 변화할 거라고 보나?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안 되는 개혁이 무너졌는데 또 할 엄두가 나겠나. 개혁은 뭐 영원히 물건너가지 않았을까.”
-대통령으로서 ‘이런 선택들은 기억돼야 한다’는 게 어떤 것들인가
“국가정체성 수호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통합진보당(해산)도 있고. 경제에서는 재정관리를 열심히 해서 국가신용등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는 데 심혈을 기울여왔다.”
박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국민들께 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는 요청에 “너무나 많은 허구 속에서 오해를 받고 있는 게 속상하지고 힘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 잘못이 아닌가 그렇게 받아들인다. 국민들께서 이런 와중에도 지지를 보내주시고 응원을 해주시는 데 대해서 제가 힘들지만 힘이 난다”고 말했다.
이정애 박태우 기자 hongby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