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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이번 대선, 위력적 선거연대는 없다”

등록 2017-01-20 19:39수정 2017-04-10 17:28

[토요판] 특집
전문가들이 말하는 ‘2017 대선’ 5가지 변수
2017년 대선 변수에 대한 좌담회에 참석한 정한울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왼쪽부터)와 유창선 정치평론가, 박성민 정치컨설팅민 대표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2017년 대선 변수에 대한 좌담회에 참석한 정한울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왼쪽부터)와 유창선 정치평론가, 박성민 정치컨설팅민 대표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속도를 냄에 따라 대통령 선거를 향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대선주자들의 출마 선언이 속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자들의 선거전과 별개로 제3지대론과 빅텐트론 등 후보 연대 움직임도 활발합니다. 이번 대선의 변수와 전망에 대해 정치평론가인 유창선 박사와 정치전략가인 박성민 정치컨설팅민 대표, 여론분석 전문가인 정한울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를 초청해 좌담회를 마련했습니다. 좌담은 18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이뤄졌습니다.

1. 문재인 대세론?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가 독주하다시피 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3자 구도이든 양자 구도이든 가상 대결에서 상대를 모두 이기는 것으로 나온다. 대선주자에 대한 단순 지지율에서도 크게 앞선 1위다. 2015년 여름 같은 당의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뒤지고, 지난해 하반기 반기문 당시 유엔 사무총장에게 한참 뒤처졌던 것에 비교하면 놀라운 반전이다.

-문재인 대세가 형성된 것인가?

박성민(박) “민심과 당 장악력, 그리고 후보의 정체성 등 3가지 면에서 앞서야 대세라고 말할 수 있다. 문 전 대표는 반기문 총장까지 넣은 다자구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일단 민심 측면에서는 합격이다. 반대파가 탈당을 다 했기에 당 장악력도 높다. 2012년 선거 때의 박근혜 정도는 안 되지만 2002년 선거 때의 이회창 정도는 된다. 지지자들이 후보에게 느끼는 일체감이 높아서 정체성 면에서도 문제가 없다. 그런 면에서 야당 내부에서의 문재인 대세론은 확고하다고 할 수 있다.”

유창선(유) “현재 시점에서 당선권에 가장 가까이 가 있는 인물임은 분명하다. 문 전 대표는 확장성이 문제였는데 그 부분도 진전된 측면이 있다. 여러 조사를 보면 기존의 고정적인 지지층에다가 정권교체를 바라면서 유입되는 지지표가 있다. 현실적인 대안이자 최고 유력 후보로서의 프리미엄이 작동하면서 흐름을 타고 있는 선두주자다. 다만, 유동적인 측면은 여전히 있다. 각 당의 후보가 확정되고 나면 지지층의 이동이 있을 수 있다. 야당 탈락 후보들의 지지표와 여당 쪽 지지층이 어떻게 이동할지가 변수여서 대세론이라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양자대결 땐 무응답층 오히려 줄어

정치평론가인 유창선 박사가 지난 18일 <한겨레>가 마련한 ‘2017 대선’ 좌담회에서 얘기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정치평론가인 유창선 박사가 지난 18일 <한겨레>가 마련한 ‘2017 대선’ 좌담회에서 얘기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정한울(정) “현재 여론으로 대선의 결말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지금 시점에서 문 전 대표가 대세의 여론 구조에 있는 것은 맞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해 언론에 노출된 뒤에 나온 조사(<한국일보> 18일치)를 보면 문재인과 반기문의 지지율 격차가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탄핵이 국회에서 가결된 이후 문재인 후보나 민주당 지지율은 모든 조사에서 일관되게 높아졌다. 진보뿐 아니라 중도나 보수 유권자의 상당수도 이 정권에 대해 경고하고 심판해야 한다는 여론이 굉장히 늘어났다. 그게 앞서 있는 문재인에게 쏠리는 상황이어서 여론 구조상으로 대세론이다. 물론 불안 요인은 있다. 문 전 대표가 스스로 만들어낸 업적으로 지지율이 쌓인다기보다는 반기문 전 총장이 가져가야 할 만큼의 지지율을 못 가져가는 데서 격차가 생기고 있다. 보수가 균열하면서 보수층의 정치 관심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여론 분석을 하면서 60대 이상 노령층의 선거 관심이 이삼십대보다 낮은 것은 처음 봤다. 국정 농단 충격으로 보수의 상당수가 무당파로 빠져 있는데 그것이 결집할 계기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정권교체 구조에 있는 대선
문재인 대세론 탄 주요 원인
비전 등 포지티브 이미지 약해
‘미래’가 이슈 되면 변할 수도”

“반기문 추락할지도” 한목소리
보수 구심 될 역량 부족하고
귀국 뒤 행보도 구태의연 평
대체 주자 가능성도 낮게 봐

“안철수 자력으로 2위 되면
문-안 양자대결도 가능”
“젊은층 반감 강해 회의적” 반론

박 “지난 갤럽 조사(1월10~12일)에서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문재인-반기문-안철수 3자 대결 때의 무응답 비율이 12%였는데 문재인-반기문 양자대결 때는 오히려 10%로 줄었다. 안철수가 빠지면 그를 지지했던 표 중 상당 부분이 문재인으로 가더라도 일부는 반기문으로 가고 나머지는 무응답으로 빠진다. 따라서 무응답이 늘어나는 게 정상인데 오히려 줄었다. 이건 이번에는 무조건 정권교체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본다. 불안 요인도 거기에 있다. 만일에 반기문이 별거 아니라는 게 되고 어느 시점에 정권교체가 확실해지면 문재인이 정말 좋은 후보냐고 유권자들이 판단할 때가 올 수도 있다.”

정 “2007년에 이명박 후보가 당선될 때 참여정부에 대한 심판론 외에 그가 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기대감 있었다. 포지티브한 이미지 말이다. 지금 문 후보의 불안 요인 중 하나는 문재인이나 민주당이 집권하면 어떤 점이 좋은가에 대한 모습이나 상이 없다는 점이다. 과거 심판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비전이나 전망으로 유권자의 관심이 이동할 때 보여줄 수 있는 게 현재로서는 안 보인다. 최근 캠페인 과정에서 사드 배치, 군 복무 단축 등 혼선을 빚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결국 위기가 온다면 외부 요인보다 문 전 대표 스스로의 불안 요인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크다.”

2. 반기문 위기론?

지난해 하반기 반기문 당시 유엔 사무총장은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여야를 통틀어 1위를 달렸다. 한국갤럽의 8월 둘째주 조사에서는 반기문 28%, 문재인 16%, 안철수 8% 순이었다. 고공 행진하던 반기문 지지율이 꺾인 것은 지난해 11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이 시작되면서부터였다. 반기문 지지율은 12월 둘째주 갤럽 조사에서 20%로, 문재인과 동률을 기록한 뒤 올 1월 조사(10~12일)에서는 큰 격차로 문재인 전 대표에게 역전(문재인 31%, 반기문 20%)당했다. 한국일보의 조사(15~16일)에서도 두 사람의 지지율이 갤럽과 똑같았다. 반 전 총장이 귀국하면 일시적 하락이 멈추고 지지율이 상승할 것이라던 지지자들의 기대와 다른 결과다. 반기문의 추락이 계속되면서 “설 지나서 (대선 출마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한때 ‘반기문 현상’이라 불리던 기세가 사라지고 오히려 ‘반기문 위기’가 찾아온 양상이다.

“반기문 떠밀려나온 모습 역력해”

-귀국 뒤에도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이 안 오르고 있다. 앞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있나?

유 “귀국 후 접하는 반기문의 모습은 기대 이하다. 대선후보급에 걸맞은 모습이 아니라 진부하고 식상한 과거식 행태만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도 비관적으로 본다. 반 전 총장은 위기로 갈 것이다. 그의 주요 기반인 보수정치의 파이가 축소된 상황인데 후보 본인의 콘텐츠도 대단히 부실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변 세력에 의해서 이것이 달라질 가능성도 낮아서 다시 탄력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민 대표가 지난 18일 <한겨레>가 마련한 ‘2017 대선’ 좌담회에서 얘기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박성민 정치컨설팅민 대표가 지난 18일 <한겨레>가 마련한 ‘2017 대선’ 좌담회에서 얘기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박 “이번에 반기문은 문재인을 막기 위해서는 그밖에 없다는 즉, 보수의 궁여지책 후보이다. 역대로 이러한 궁여지책 후보가 승리한 사례가 없다. 2002년 이회창을 막기 위해서 한나라당 탈당했던 이인제를 민주당이 데려왔지만 실패했고, 2012년에도 박근혜 막기 위해서 정치 안 하겠다는 문재인을 데려왔다가 졌다.

반기문은 지금 민심을 들어보겠다는 것인데 1월 초 여론조사에서 대부분 졌다. 그 때문에 반 전 총장의 의지가 절반쯤 꺾였을 것이다. 귀국 뒤에 더 벌어지고 있다. 반 전 총장이 출마를 고집할지 중도 포기할지 두고봐야겠지만, 귀국 뒤의 행보를 보면 포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조금 더 든다.”

정 “반 전 총장이 지난해 6월에 확 올라갔을 때 지지층을 봤더니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철통같은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받쳐주었기에 그의 부상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 새누리당 지지층이 쪼개졌다. 이것이 반기문 하락을 불러온 결정적인 요인이다. 따라서 앞으로 반등하느냐 여부는 반기문의 포지션에 달렸다. 그런데 반기문의 행보는 2007년 대선에서 민주당 사람들이 당을 뛰쳐나와서 당시 친노 세력과 멀어지려고 했던 것과 비슷하다. 즉, 지금의 탄핵 불똥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자신을 띄워준 보수층에 희망을 주고 그들의 상실감을 회복시키는 행보를 해야 하는데 그는 보수가 아닌 것처럼 움직인다. 유승민도 그런 행보 때문에 지지율이 안 나온다. 보수의 위기에서 물을 안 묻히려는 모습에서 지지자들이 자신의 후보로 안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유 “보수세력이 구조적으로 취약한 상태에서 대선을 치르는데, 반기문은 지지율이 안 오르고 주변에서 골치 아픈 얘기만 하면 중도에 포기할 수도 있다고 본다. 며칠 전에 돈이 없다느니 그래서 정당에 들어가야겠다느니 이런 나약한 얘기를 하는 것을 보면 그가 소명의식을 가지고 나온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하도 나가라고 하니까 나온 것 같다. 떠밀려서 나온 사람이라면 앞으로 어려운 과정이 있으면 포기할 수도 있다. 저런 태도라면 포기하지 않더라도 지지율은 정체 내지는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이다.”

“유승민은 잠재력 못 살리고 무기력”

-반기문이 추락하면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이나 남경필 경기지사가 보수 후보의 구심점이 될 수 있을까?

정 “대체 후보가 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여론조사를 분석해 보면 바른정당 지지자들도 유승민이 아니라 반기문을 훨씬 더 지지한다. 즉, 유승민을 보수의 위기를 타개할 리더로 보지 않는 것 같다. 남경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유 “반기문이 무너지면 누군가 나오긴 할 텐데 보수의 대안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황교안 총리는 출마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유승민이나 남경필은 나오더라도 파괴력을 가지는 후보는 못 될 것이다. 유 의원은 잠재력은 있는데 대중 정치인으로서는 무기력한 것 같다. 이번 대선에 도전할 의지가 있었다면 분당이 불가피했더라도 분당 시점에서는 강한 메시지를 던지면서 대선주자로 나섰어야 한다.”

박 “그동안 대선에서는 보수 후보가 상수였는데 이번에는 진보의 문재인 후보가 상수다. 과거 청산의 프레임에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박근혜 두 보수정권의 대척점에 있었던 것은 어쨌든 민주당으로 보는 것이다. 후보의 지도력이나 리더십이 아니고 역사적 정당성과 정의로움에 대한 여론이 민주당에 가 있다. 2, 3월에 가서 우리도 이제 미래도 걱정하자는 쪽으로 여론이 넘어가면 변화가 올 수 있는데 그렇지 않으면 다른 보수주자들이 힘쓰기 어렵다.”

3. 안철수는 변수? 상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해 4월 총선에서 38석을 얻는 돌풍을 일으키면서 대선주자 지지율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부터 반기문 당시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주자 조사 대상에 오르면서부터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은 급격하게 추락했다. 6월 둘째주 갤럽 조사에서 안 전 대표는 10%로 떨어졌고, 대신 반 총장이 26%로 껑충 뛰었다. 안 전 대표는 그 후로는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했으며, 탄핵 정국에서는 민주당의 이재명 성남시장에게도 뒤처졌다. 지난 1월 갤럽 조사에서는 문재인 31%, 반기문 20%, 이재명 12%, 안철수 7%를 기록했다. 2012년 대선 때 야권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로 위력을 떨쳤던 것에 비추면 초라한 성적표다.

-안 전 대표는 지금 지지율이 매우 낮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은 결국 문재인 대 안철수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유 “문재인 대 안철수 대결로 만들겠다는 안 전 대표의 목표가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반기문의 추락이라는 변수를 염두에 두면 그렇게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려면 문재인-반기문-안철수의 3자 구도에서 2위 다툼이 중요하다. 안철수가 반기문을 따라잡으면 국면이 달라질 것이다. 자력으로 거기까지 못 가면 얘기가 안 된다.”

안철수 뚝심 있지만 반감 유권자도 늘어

정 “안 전 대표가 총선에서 성공한 것은 놀랍지만, 대선 경쟁에서 3위에서 2위로 자력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오히려 무엇을 가지고 그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그가 넘어야 할 딜레마 때문이다. 먼저, 그가 하는 말을 보면 누구한테 표를 구걸하지 않는 것이나, 제3의 후보로서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등 내용은 좋은데 이것이 체화된 것이 아니라 배워서 하는 얘기라는 느낌을 받는다. 둘째는 여론 지지층의 문제다. 문재인에 대한 호남의 비토 여론이 지역 엘리트층과 일반 유권자가 다르다. 유권자들의 반문 정서는 훨씬 약해서 필요하면 문재인 쪽으로 쏠린다. 반대로 안철수에 대한 반감은 상당하다. 2012년에 안철수는 이삼십대에서 압도적이었는데 지금은 이삼십대가 더 안 나온다. 예전에는 안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서 호감이 작동했는데 그동안 그게 날아가고 반감으로 변한 상황이다. 사오십대 보수 쪽 사람들도 강도에 따라 다르기는 한데 무조건적인 지지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안철수가 대통령으로서 괜찮을까 하는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지난 대선 과정과 분당 과정에서 생긴 것 같다. 이건 이른바 문재인 빠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런 판단이 상당히 공고해진 것 아닌가 싶다.”

박 “우리 정치사에서 아웃사이더 바람을 불러일으킨 사람은 이회창, 노무현, 안철수 3명이다. 그러나 안철수는 정치권에 들어와서 아웃사이더로 계속 남기에는 노무현과 같은 분노와 선동이 부족하고, 인사이더로 가기에는 이회창 같은 뻔뻔함이 적다. 이렇게 어정쩡해서인지 이삼십대의 지지가 낮다. 그 주변에 있는 인물들이 문제적인 사람이 많은데 그것도 약점이다. 그러나 누구도 못했던 보수 세력을 무너뜨린 것이나 지지율이 10%도 안 되는데 결국 자신과 문재인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용감한 측면이 있다. 그런 면에서는 뚝심도 있는 것 같다.”

유 “안철수가 구조적으로 반등할 수 있는 계기는 마련된 것 같다. 최대 타격이었던 총선 리베이트 사건이 무죄를 받았고, 연대를 둘러싼 당내 혼선을 자강론으로 정리했다. 반기문 요인도 귀국 뒤 그가 생각보다 별로였다는 것이 드러남에 따라 호전될 수 있는 환경을 맞았다. 반기문이 추락할 경우 보수정당들은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되고, 판이 흔들리면서 안철수가 그 수혜자가 될 수 있다.”

4. ‘비문연대’ 가능한가?

과거 대통령 선거에서는 디제이피(김대중+김종필) 연대,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등 주로 야권에서 후보 연대가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여권을 중심으로 연대론이 활발하다. 반기문 세력과 바른정당, 새누리당 등이 함께하는 범보수 연합, 여기에 국민의당과 민주당의 비주류를 포함하는 제3지대 후보 내지는 빅텐트론, 민주당 친문세력을 뺀 나머지 세력들이 분권형 개헌을 고리로 모이자는 비문연대론 등이 그것이다.

-후보 또는 세력간 합종연횡이 이뤄지면 대선 구도에 변화가 올 텐데 연대 가능성이 있나?

유 “반문연대나 비문연대가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게 되려면 반기문에게 힘이 쏠렸을 때 국민의당이나 보수세력 등이 합하는 식으로 될 텐데 지금 반기문이 그런 것을 모아내는 구심이 되는 게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나고 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명분이 없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상황에서 특정인을 반대하기 위한 연대는 명분이 없다. 개헌을 고리로 하는 것도 선거가 코앞에 있어서 안 된다. 안철수가 독자 노선을 고수하겠다고 했기에 국민의당 몇몇 중진이 설령 나가더라도 힘이 실리지 않는다. 국민의당은 결국 손학규나 정운찬 정도를 받는 선에서 문을 닫게 될 것이다. 손학규도 결국 다른 선택지가 없어졌다.”

손들어줘서 얻는 이익 없어

박 “반문연대가 되면 유권자가 자연스럽게 하지 정치인들에 의한 반문연대는 없다고 본다. 반기문은 출마하거나 않거나 두 가지만 있지 누구를 손들어줄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그래 봐야 얻을 게 아무것도 없다. 안철수나 유승민도 마찬가지다. 독자출마보다 나은 그림이 없다. 안철수의 입장에서는 국회 과반이 어느 정당도 안 되기 때문에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국민의당과 연정하지 않을 수 없기에 출마하는 게 가장 낫다. 김종인과 손학규가 분권형 얘기를 자꾸 하는데 반기문이 대통령 되면 자기보다 나이가 많거나 엇비슷한 사람을 총리에 앉히겠나. 안 되는 일이다. 제3지대론도 성공하지 못한다. 민주당에서 김종인이 탈당하더라도 당 지지율과 후보 지지율이 높은데 누가 따라 나서겠나. 개헌을 고리로 한 연대 역시 대통령이 탄핵되지 않고 거국내각으로 갈 때 총리가 개헌을 풀어간다는 전제에서 가능했다. 그것도 물건너갔다.”

비문연대 전망에도 부정적
유 “명분 없고 중심인물 없어”
박 “각자 출마가 가장 이익”
정 “제3지대 성공기회 낮아”

“세대변수가 중요”에 일치
특정지역 싹쓸이 사라지고
균형추 40대가 젊은층 동조
“야당에 유리한 세대전쟁” 분석

정한울 고려대 평화와민주연구소 연구교수가 지난 18일 <한겨레>가 마련한 ‘2017 대선’ 좌담회에서 얘기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정한울 고려대 평화와민주연구소 연구교수가 지난 18일 <한겨레>가 마련한 ‘2017 대선’ 좌담회에서 얘기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정 “제3지대가 성공하려면 조건이 필요하다. 지난 총선 때 제1당인 새누리당과 제2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공천 등을 엉망으로 해서 제3당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처럼 대선에서도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개판을 쳐야 가능하다. 이번에 일단 새누리당은 엉망진창이 됐고, 그래서 사람들의 기대가 야당으로 모였다. 민주당 후보가 남은 기간 동안 엉망으로 한다면 제3지대가 열릴 수 있지만, 그러지 않고 잘 관리해나가는 상황이라면 거기까지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또 인물 측면에서 희망을 주는 새로운 인물이 제3지대에 없다. 안철수 전 대표 정도가 새롭다고 할 정도이고, 나머지 인물은 너무 오래 봐서 구태 느낌이 난다. 또 명분이 없다. 민주당 지지자가 아니더라도 새누리당이 이기면 어쩌나 걱정이 있는 판국에 도대체 무엇을 위한 연대냐. 제3지대 연합이나 단일화 등 정치공학에 대해 유권자들의 생각도 부정적이다.”

유 “각 정치세력도 차기 정부에서 연정이 어차피 불가피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연대해서 누구 손을 들어주기보다는 최대한 자기 목소리를 내서 몸집을 키워 몸값을 올린 뒤에 연정하면 그때 주고받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제3지대 등 연대가 안 되면 현재대로 다자구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나?

유 “반기문이 변수라고 본다. 그가 잘하면 지지율을 유지하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결국, 이번 대선에서 4·13 총선 구도가 재현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본다. 당시 새누리당의 막장 공천이 보수층이 제3당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낳았다면, 이번에는 반기문의 추락이 유사한 상황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문재인이 잘하느냐 못하느냐에 상관없이, 반기문이라는 외부 변수가 판을 흔드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정 “반기문이 주저앉을 경우에 야권 내 경쟁으로 될 텐데 그게 문재인과 안철수의 대등한 경쟁이 될 거냐에 대해서 저는 회의적이다. 우선 반기문 표를 상당 부분 안철수가 흡수하는 게 안 되고 있다. 여론조사를 깊이 해보면 지금 상태에서 반기문 지지자들이 안철수한테 대거 가지는 않는다. 유승민이나 남경필로 가는 것도 7~8%밖에 되지 않는다. 절반이 무당파로 빠진다.”

박 “이번 대선은 두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는 사람이 대통령 될 거다. 과거 청산과 미래 대안의 이미지를 모두 획득해야 한다. 유승민·남경필은 미래 대안일지는 모르겠으나 과거 청산 이미지가 약하고, 반기문은 둘 다 약하고, 문재인과 안철수는 과거 청산 이미지는 둘 다 있지만 문재인이 좀 더 강하고 미래 대안 이미지는 안철수가 좀 더 강하기 때문에 두 사람의 승부가 되지 않을까 싶다.”

5. ‘세대 변수 > 지역 변수’ 작용할까?

역대 대선에서 지역 요인이 가장 크게 작용해왔다. 처음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졌던 1997년 대선이 대표적이다. 당시 김대중 후보는 자민련 김종필 쪽과의 연대를 통해 호남 몰표에 충청권을 합해 영남을 기반으로 했던 이회창 후보를 이겼다. 2002년 대선에서도 노무현 후보는 수도 이전 공약으로 충청표를 얻음으로써 압도적인 호남표를 바탕으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반면에 2012년 대선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충청표를 더 많이 가져갔고, 결국 이겼다. ‘여당=영남, 야당=호남’ 공식에 충청표심이 어디로 움직이느냐가 가장 큰 변수였던 셈이다. 하지만 지역 표심에는 그동안 상당한 변화가 일어났다. 호남은 지난해 총선에서 나타났듯이 두 야당으로 갈라졌으며, 영남 역시 부산·울산·경남의 야당 지지가 크게 늘어나는 등 균열이 생겼다.

세대 표심 역시 상당히 바뀌었다. ‘2030(야당) 대 5060(여당)’이라는 대립구도가 변했다. 균형추를 잡던 40대가 야당 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50대도 여야로 반분되는 양상이다.

반정부 성향 강해지는 50대

-이번 선거에서는 지역이 중요한가 아니면 세대가 더 중요한가?

박 “지역과 이념전쟁으로 치러졌던 2012 대선을 보고 놀랐다. 그때 보수에서 가장 강한 후보가 박근혜였다. 전임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지 않고 차별화에 성공했고, 지역적으로는 티케이와 충청을 둘 다 고향인 것처럼 인식시켰다. 실제로 티케이에서 80% 득표했다. 그런데도 그는 전체적으로 3%포인트밖에 상대를 못 이겼다.

그 이유는 바로 2010년을 기점으로 나타난 세대전쟁 때문이었다. 2010년 지방선거 때 여당은 20대에서 40대까지 젊은 세대에서 졌다. 새누리당은 대책을 세워서 지난 총선에 임했는데 또 젊은층에서 졌다. 더 중요한 것은 50대가 2014년 지방선거 때부터 야당 지지로 돌아선 것이다. 박원순 시장의 경우 50대 지지율이 40%에 육박했다. 지금 50대는 반반으로 나뉘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지지 기반인 호남을 잃은 민주당이 서울 강남지역을 석권하고 부산의 주인이 누구인지 모를 정도로 파고들어서 전국적으로 제1당이 된 동력도 젊은층이었다. 지금은 세대전쟁이 지역과 이념보다 더 상징적이 됐다. 더구나 2040대가 5060보다 투표를 더 하겠다고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대선은 세대 요인이 강력할 것이다. 야당에 훨씬 유리한 세대전쟁이 될 것이다.”

유 “그렇다. 이번 선거는 지역 변수보다 세대 변수가 더 강할 것이다. 촛불집회에서 젊은층 정치 참여가 눈에 띄게 나타났다. 노년층이 대선 흐름을 마지막에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가 남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젊은층이 끌고가는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은 이미 균열이 발생한 상태이다. 충청은 후보 구도에 따라 유동적이나 4·13 총선을 보더라도 어느 한쪽으로 쏠릴 것 같지 않다. 호남도 의석을 보면 국민의당이 석권한 것으로 보이지만, 득표는 민주당과 반반으로 나뉘었다. 이번 대선에서도 호남은 분화될 것이다. 부산·울산·경남도 마찬가지다. 티케이가 어떤 선택을 할지가 궁금한데 아마 후보 구도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연동될 것이다.”

박 “대구·경북은 박근혜 변수가 있다. 만일에 박근혜 대통령이 긴급체포가 되느냐 여부, 거기에 대해 유력주자인 문재인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잘잘못을 넘어서 사람에 대한 감정적인 대응이 나올 수 있어서 약간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정 “어떤 게 더 중요한 변수냐고 말하기가 어렵다. 변수들이 고정된 게 아니고 다 같이 서로 작용한다. 지난 총선부터 보면 총체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보수는 붕괴되고, 중도는 심판 쪽으로 쏠리고, 진보는 젊은층 중심으로 결집하는 결합적인 상황이다. 어떤 게 결정적이라기보다는 전체적으로 한국 사회의 유권자들이 변하는 시기다. 개인적으로는 세대에서는 40대와 50대에 관심이 간다. 그동안은 2030 대 5060으로 봤는데 어느 순간에 2040이 됐다. 고령화의 위력이 대단한데 현재로서는 40대가 균형을 맞추고 있다. 더구나 지금의 50대는 앞 세대와 다르다. 2002년부터 이들의 궤적을 보면 앞 세대와 달리 나이가 들어도 반보수 쪽 정체성이 강하다. 교육비 부담과 노후 대비도 해야 하는 생애주기의 위기감이 이들의 반정부 성향을 강화시키고 있다.”

진행·정리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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