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향해 ‘국회기습상륙작전’ 비판
우상호 “국회추천 총리 통할권에
임면권 포함되는지 분명히 해야”
박지원 “탈당한 다음 대응”
‘반대를 위한 반대’ 비판 소지도
정진석 “야, 양보해도 냉담” 압박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8일 오후 의장실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담에 참석하기위해 정진석 새누리당(왼쪽)·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웃으며 의장실로 향하고 있다.(왼쪽사진) 회동이 끝난 뒤 정 원내대표가 혼자 나온 뒤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우 원내대표가 굳은표정으로 함께 걸어나오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심야 전화통보 뒤 이뤄진 국회 기습상륙작전.’ ‘지지층 결집을 위한 13분 동안의 문전박대 코스프레.’
더불어민주당의 핵심 관계자 두 사람은 8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를 깜짝 방문해 ‘국회 합의에 의한 새 총리 선출’이라는 제안을 던진 데 대해 이런 촌평을 내놨다. 청와대는 전날 밤 정세균 국회의장에게만 면담을 요청해놓고도 이날 아침 기자 브리핑에선 “야당 대표들도 함께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병준 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해온 야당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긴 했으나, ‘야당에게도 이만큼 성의를 보이고 있다’며 지지층 결집을 위한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에 이어 이날 오후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모인 자리에서, 야당은 2선 후퇴에 대한 언급이 없는 박 대통령 발언의 ‘모호함’을 지적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추천 총리에게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하는 권한을 주겠다”고 한 박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통할권에 국무위원 임면권이 포함되는지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가 추천하는 새 총리가 현행 헌법 규정대로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국무총리’에 그쳐선 안 된다는 취지다.
국민의당 쪽에선 이와 함께 대통령의 ‘탈당’도 요구하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이 탈당한 다음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당적을 버림으로써 정치적 중립 의지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야당 쪽은 이날 박 대통령의 2선 후퇴 및 탈당 등이 선행되지 않으면 영수회담엔 응할 수 없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특히 민주당은 12일 ‘민중총궐기대회’에 맞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기로 한 ‘전국당원보고대회’ 형식의 당원 집회를 예정대로 개최하는 등 ‘조건부 단계적 퇴진론’이란 기존 입장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야당이 정교한 전략 없이 청와대의 제안에 대해 무작정 거부만 하다간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한다’는 비판을 받을 여지도 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김병준 총리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고 국회에서 추천한 총리 후보자를 지명해 전권을 주면 정권퇴진 운동은 없어지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이날 민주당의 공식 입장이 정리되기도 전에 “민주당이 내건 3대 선결조건이 수용된 것으로 해석된다”는 구두 논평(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을 내놓는 등 혼선을 빚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저녁 페이스북에 “헌법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양보를 해도 야당은 냉담하기만 하다”며 “야당은 사심을 버리고 국정 수습방안에 대해 결단해달라”고 압박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