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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YS에게 배울 ‘결정적 장면 4’

등록 2015-11-26 19:43수정 2015-11-26 21:46

김영삼 전 대통령은 타고난 정치적 승부사였다. 그는 언제나 이기는 정치인은 아니었지만, 그가 던진 말과 행동은 암울한 현대정치사의 주요 분수령이 됐다.

■ 40대 기수론…야당에 새바람

한국 정치사의 첫 정치적 세대교체론은 김영삼이 그 깃발을 들었다. 1969년 11월8일 신민당 원내총무였던 김영삼은 1971년 대선후보 지명전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정치 입문 15년, 그의 나이 42살 때다. 그는 “우리는 지금 위장된 민주주의에서 살고 있다. 71년에는 기어코 우리 당을 승리로 이끌겠다”며 기염을 토했다. 유진산 총재는 “젖비린내가 난다”며 ‘구상유취’까지 거론했다. 와이에스가 치고나온 40대 기수론은 야당 내 역동성은 물론, 유권자들에게는 강력한 정치적 희망과 구체적 열망을 선사하며 바람을 일으켰다. 곧이어 45살의 김대중, 49살의 이철승이 출마를 선언하며 40대 대망론으로 자리잡았다.

■ 의원직 제명과 박정희 정권 몰락

1975년 5월13일 선포된 긴급조치 9호는 끝날 줄 몰랐다. 유신헌법을 부정하는 행위나 유언비어조차 금지했다. 이런 금지 조처를 비방하는 것도 처벌했다. 이런 상황에서 1979년 5월 신민당 총재직에 오른 김영삼은 유신정권의 강력한 반대자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와이에이치(YH)무역 사건에 이어 박정희 정권을 비판하는 미국 <뉴욕 타임스> 인터뷰가 나오자, 여당인 공화당은 ‘폭력혁명 신봉자’ 등을 이유로 징계안을 낸다. 김영삼은 “7선의 최다선 의원인 나는 의회민주주의의 신봉자”라고 했지만, 추석 하루 전인 그해 10월4일 의원직에서 제명된다. 이에 반발해 10월 중순 부산과 경남 마산을 중심으로 국민항쟁이 벌어졌고, 정권 내 권력 암투는 결국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박정희 암살(10·26)로 이어진다.

■ 신군부에 맞선 23일 단식

“재야 인사의 식사 문제”. 야당 투사로서 와이에스의 저력이 발휘된 순간을 당시 국내 언론은 이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전두환 정권 아래에서 가택연금 중이던 그는 광주민주화운동 3주기였던 1983년 5월18일부터 상도동 자택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5개 항의 성명을 발표한 뒤 곧바로 곡기를 끊는다. 민주화추진협의회 김덕룡 공동의장은 26일 “생명을 걸고 23일간 단식투쟁을 했는데 그때 참 간곡히 말렸다. (와이에스의) 단호한 성격과 결심 의지로 볼 때 위태롭고 불행이 예상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23일간의 단식 이후 그를 포함한 야당 정치인들의 정치적 운신 폭은 넓어졌다. 김대중의 동교동계와 함께 민추협을 결성하는 밑거름이 됐다.

■ 하나회 척결…쿠데타 걱정 없는 나라

대통령 취임 12일 만인 1993년 3월8일, 와이에스는 육군참모총장과 기무사령관을 전격 경질한다. 문민정부 최대 업적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군부 핵심 사조직 ‘하나회’ 숙청의 신호탄이었다. 군인의 시대가 가고 문민의 시대가 왔음을 절감한 수십개 ‘별’들이 일제히 떨어져 나갔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와이에스가 대선을 도운 전·현직 장성 등과 비밀리에 치밀하게 준비를 한 거 같다. (군 인사 당일) ‘전격 경질을 할 수밖에 없다. 후임까지 정해놓았다’고 해서 매우 놀랐다”고 했다. 정치학자들은 군부독재에서 벗어난 상당수 나라들이 항시적인 쿠데타 위협에 놓인 것과 달리 한국이 ‘쿠데타 걱정 없는 나라’가 될 수 있었던 데는 와이에스의 하나회 숙청이 결정적이었다고 평가한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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