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 국가장
마지막길 울려퍼져
70년대 ‘윤필용 사건’ 불똥 튄
김연준이 옥중에서 곡 만들어
YS, 83살 생일때도 축가로 요청
마지막길 울려퍼져
70년대 ‘윤필용 사건’ 불똥 튄
김연준이 옥중에서 곡 만들어
YS, 83살 생일때도 축가로 요청
나는 수풀 우거진 청산에 살으리라/ 나의 마음 푸르러 청산에 살으리라/ 이 봄도 산허리엔 초록빛 물들었네/ 세상 번뇌 시름 잊고 청산에서 살리라/ 길고 긴 세월 동안 온갖 세상 변하였어도/ 청산은 의구하니 청산에 살으리라.
26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장에 울려퍼진 추모곡 ‘청산에 살리라’에는 1970년대 그가 민주화를 위해 맞서 싸웠던 박정희 정권과의 인연이 깃들어 있어 눈길을 끈다.
‘청산에 살리라’는 한양대 설립자 백남 김연준이 작사·작곡한 가곡으로, 그가 1973년 ‘대한일보 수재의연금 횡령 사건’과 관련해 구속된 뒤 옥중에서 지은 노래다. 검찰은 사주인 김연준이 자신이 운영하던 신문사의 수재의연금을 횡령·착복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한일보 쪽은 수재의연금이 일정 금액에 이를 때까지 은행에 예치하며 신문사가 관리하는 건 관례라고 맞섰다. 결국 이듬해 대법원은 김연준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대한일보는 이미 등록을 자진 철회하는 형식으로 폐간된 뒤였고, 김연준은 이후 언론사 사주, 대학 총장에서 모두 물러나 작곡에만 매진했다.
‘대한일보 폐간’의 배경엔 군부 지형도를 완전히 뒤바꿔놓았던 ‘윤필용 사건’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박정희의 총애를 받으며 이후락 중앙정보부장, 박종규 청와대 경호실장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윤필용 당시 수도경비사령관이 ‘박정희 후계 준비’ 운운하는 발언으로 된서리를 맞았던 사건이다. 김연준이 윤필용과 가까웠던 탓에 화를 입었다는 것이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2010년 83살 생일 때도 축가로 요청할 만큼 이 곡을 좋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결식 추모곡은 유족이 직접 골랐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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